본문 써나가기(85% 구상, 1% 쓰기)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김연수 작가가 말했듯이, 좋은 글은 '85% 구상, 1% 쓰기, 14% 퇴고'라는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비율이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책을 직접 만들며 그 의미를 몸으로 배우고 있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서,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 넣는 과정은 마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을 단정히 입을 수 있는 것과 닮아 있다. 이 기본이 흐트러지면 퇴고 과정에서 길을 잃고, 결국 다시 백지부터 시작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책을 만드는 경험은 내게 글쓰기의 또 다른 시선을 선물했다. 글 한 편을 쓰는 것과 책 한 권을 엮는 일은 분명 달랐다. 무작정 글을 써 내려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전체를 조망하는 눈과 기획하는 사고를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은 결국 더 깊고 단단한 글쓰기로 나아가는 기반이 된다.
현재 나는 본문 2장에서 그림 에세이를 마무리하고, 3장에서는 ‘사람을 통해 본 세상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행히 이전에 썼던 글 중에서 책과 어울리는 글이 있어, 이번 장에서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여덟 편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쓴 본문을 책의 틀에 모두 배치해 보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그동안 얼마나 걸어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채워야 할지 분명하게 그려보는 기회도 얻었다. 글을 이렇게 구조 속에 앉혀놓고 바라보니, 퇴고 과정에서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이제 한 편만 더 추가하면, 본문 퇴고와 표지 디자인 작업이라는 마지막 길목이 기다리고 있다.
책을 완성해 가는 이 여정은 종착역을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 길 끝에서 나를 반기고 있는 희망이 벌써부터 미소 짓는 듯하다.
책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글을 쓰는 일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날로그적인 글쓰기 감성과 디지털적인 디자인 감각이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이 과정은 나의 시선을 조금 더 넓히고, 세상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