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퇴고
2차 퇴고 중이다.
몇 번을 고쳐 써도 만족스럽지 않다. 조급한 마음에 문장을 다듬다 보면 오히려 더 엉켜버리기 일쑤다.
노트북을 조용히 닫고,
서머싯 몸의『달과 6펜스』를 꺼냈다.
피로해진 눈, 조급하게 앞서가던 마음도 함께 내려놓는다.
잠시의 멈춤은 패배가 아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내게 지금 필요한 건, 물러서는 용기다.
『달과 6펜스』는 고갱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목이 품고 있는 함의가 마음을 울린다.
달과 6펜스.
누군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누군가는 발밑의 동전을 세며 살아간다.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스트릭랜드,
자신이 사랑하는 섬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은 아브라함.
그들은 달에 속한 사람들이다.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스트로브,
육체적 관능에 집착하는 블란치,
타인의 시선에 매여 사는 스트릭랜드 부인은
6펜스에 속한 사람들이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
달을 올려다보며 걷고 있는가,
아니면 떨어뜨린 동전을 찾느라 허리를 굽히고 있는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 시간,
글을 쓰며 삶의 가치를 되묻는다.
이제, 다시 퇴고를 시작한다.
달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