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

by 김현


어느날 몸무게를 쟀더니 83kg가 찍혔다. "일을 쉬었더니, 살이 많이 쪘네"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난 살이 찔때마다 이렇게 살을 뺐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났다. 기대? 불안? 그런 건 없었다. 살이 빠진다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난 다시 체중계위로 올라갔다. 아주 여유로운 마음으로.




8.....3? 8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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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고장났나?"










난 20대 내내 몸무게가 70kg 초반이었다. 178에 70 초반이면 당한 몸무게였다.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이라 맨날 술 마시고 야식을 먹어도 그대로였다. 난 앞으로도 계속 럴 줄 알았다. 체질이니까. 우리 집 옆집 할아버지가 되게 마르셨는데,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할아버지처럼 살이 더 빠질 것 같은데, 흠 그때 가서 어떻게 살을 찌워야 하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걱정이다.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난 30대 초반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아무리 먹어도 안 쪘는데 이때부터 찌더라. 평소엔 75~76kg 유지했다. 그러다 며칠 야식을 많이 먹으면 78kg까지 늘어났다.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만날 나잇살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33살이 지나 30대가 꺾일 때쯤, 난 갑자기 83kg를 찍었다. 내 인생 몸무게가 81kg였었는데, 눈 몇 번 깜빡이니 어느새 83kg가 돼있었다. 난 당황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신기록을 달성할 줄 꿈에도 몰랐다. 내가 81kg를 찍었을 때는 금연 때문이었다. 금연을 하면 단 게 엄청 당긴다. 담배대신 초콜릿을 먹느라 81kg까지 찐 것이었다. 근데 지금은... 안 먹었는데? 아니, 안 먹었는데 왜 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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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새벽에 치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친구가 술 마시자고 야밤에 나를 꼬신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위가 늘어나 평소 먹던 것보다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다. 난 더 먹지 않았다. 맹세한다. 오히려 커피도 줄이고 술도 줄였으니 덜 먹는 중이었다. 근데도 살이 찌네?





이런 게 나잇살인가. 먹는 족족 살이 쪄버리는... 그뿐만이 아니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남아 있다. 이제는 살이 겁나 안 빠진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엔 간헐적 단식 몇 주면 살이 쏙 빠졌다. 거기다 일주일에 조깅 2 3일이면 몇 주만에 3 4kg는 그냥 뺐다. 살 빼기가 쉬웠다. 조금만 관리해도 난 평균 체중을 쉽게 유지했다.




와 근데 이제는 살이 진짜 안 빠지더라. 왜 살이 안 빠지지? 안 먹었잖아. 아니, 운동도 했잖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결론은 그렇더라. 운동을 더 해야 한다. 일주일에 며칠 깔짝 뛰는 거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더라.




그제야 나이 먹고 몸매가 탄탄하신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을 넘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솔직히 예전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 들고 몸매 유지하기가 어렵다던데, 정말 그래? 하는 의심만 했다. 이젠 실감한다. 와... 운동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걸까? 어지간해선 살이 잘 안 빠지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느 정도로 운동해야 40대 넘어서도 그런 몸매를 유지하는 걸까?






난 지금이 마지노선이다. 83킬로. 더 이상 찌면 안 된다. 그래서 제대로운동하려고 조깅화도 새로 샀다. 이젠 매일매일 뛸 생각이다. 주위에 형들 보니까 이때 놓치면 답도 없는 것 같더라. 지금부터라도 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아무튼 나잇살. 무섭다. 막상 나잇살과 만나보니까 알겠다. 어릴 땐 아무리 먹어도 안 쪘는데. 이제는 안 먹어도 찌고 운동해도 찌고. 나이 들어 살 빼기 어렵다는 누나에게 핑계 대지 마라고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누나 말이 맞다. 쉽지 않다. 다르다. 앞으론 더 어려워지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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