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형 인간

by 김현


여러분은 여러분의 친구를 잘 알고 있나요? 아마 대부분은 잘 안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10년 넘게 봐온 친구도 있을 텐데, 모른다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할 거예요. 그럼 여러분의 연인은요? 가족은요?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이고 평생 함께 한 사이인데 모를 리가 없겠죠. 심지어 난 그들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근데 우리가 정말 그들을 잘 아는 걸까요? 우리는 그들의 한 면만 보고 있잖아요?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알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친구랑 아무리 친해도 얘가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되게 장난기 많고 재밌는 친구인데, 회사에선 피곤한 상사로 소문나 있을지 모르는 거죠. 제 여자친구는 귀엽고 다정하지만 또 모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본인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그들의 한 쪽면만 보고 있습니다. 인간은 다각형이에요. 전 제 친구를 친구로서 밖에 볼 수 없고 제 여자친구를 연인으로써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가까워져도 마찬가지예요. 거리가 좁혀진다 해서 반대면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보고 있던 면이 더 크게 느껴져 다른 면이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기도 해요.






우리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확신합니다. 내가 보는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죠. 다른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도 본인이 알고 있는 모습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른 내 친구는 회사에도 그럴 거야" "귀여운 여자 친구는 가족들에게도 사랑받을 거야"





이런 태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야 내가 너를 잘 아는데~"라는 말로 시작해 상대방을 본인의 틀에 가둡니다. 오래 봤다는 이유로. 나랑 가깝다는 이유로 마치 너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듯이 상대방을 본인이 만든 상자에 욱여넣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상대방을 완벽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 내 여자 친구가 모르듯, 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렇게 고작 일부밖에 보지 못하는데, 연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다 안다고 확신하는 게 맞을까요? 반대편 모습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면서?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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