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친절한 사람이 좋더라. 상냥한 표정과 따듯한 말투. 친절한 사람은 주위를 온통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지금도 머릿속에 이런 사람이 몇 명 떠오른데, 상상만 해도 울적한 기분이 녹는 것 같다.
"친절하면 남들이 무시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절대 친절하지 않을 거라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아는 동생도 그랬는데, 난 그런 동생 보며 한숨을 쉬었다.
친절하면 정말 남들이 무시하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남들이 무시하는 이유는 친절해서가 아니다. 만만해서다. 내가 너무 저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허리를 굽히고, 손을 모으며 낮은 자세로 말하면 상대방은 만만하게 볼 수도 있다.
허리를 굽히는 것은 친절이 아니다.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말하는 것도 그렇다. 친절은 상냥한 표정과 따듯한 말투면 충분하다.
친절하면 인생이 참 편하다.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싸울 일도 줄어든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세상은 어찌 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요즘 어디를 가든 친절한 사람들이 보기 힘들다. 왜일까? 다들 자기 자신에게만 친절한 걸까?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옷가게에 갔다 상당히 언짢은 일이 있었다.
난 내가 입어보고 싶은 옷이 사이즈가 없자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이거 XL 없나요?"
사실 직원은 이미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일 하기 싫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사이즈를 묻자 직원은 이미 구긴 얼굴을 한번 더 구겼다. 그러곤 아무 대답 없이 창고로 들어갔다. 아무 대답 없이.
직원은 그 흔한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 "예~"라는 말조차도 안 했다. 직원의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겁나 귀찮게 하네' 난 뚜껑이 열릴락 말락 했다. 안 그래도 불친절한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어 거슬렸는데 오늘 뭐 한번 한 소리 해봐? 휴... 난 화를 누르고 옷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저런 애들이 내 가게에 있으면 난 진짜 바로 자를 거야"
내 눈에만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걸까? 도통 모르겠다. 그래도 함께 사는 세상, 기본적인 친절은 베풀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계속 메말라가는 듯했다. 내가 보는 현실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