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정말 모를까?
사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핑계대는 사람을 보며 본인의 잘못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본인의 잘못을 은연중에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 사실이 눈 앞에 안개처럼 선명하지 않을 뿐이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잘못을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본인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걸요.
나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반면 타인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비교적 쉬워요. 연애상담도 그렇잖아요? 친구 연애 상담은 우리가 참 잘해줍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조언을 건내주죠. 이때는 거의 뭐 철학자가 따로없어요.
But. 내 연애는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 연애 상담을 해줄땐 카사노바 저리 가라였는데, 내가 연애할때는 바로 초짜가 되어버리죠.
원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타인을 바라볼때처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해요.왜냐하면 감정이 개입하기 때문이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내 돈을 모조리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순간에서는 누구나 감정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죠. 만약 똑같은 상황을 타인이 겪었다면 우리의 감정은 흔들리지 않았을꺼에요. 내 일이 아니니까요. 남 일이니까요. 흔들리는 감정은 이성을 지배합니다. 흐릿한 안개로 변한 감정이 이성의 눈을 완전히 가려버리는거죠.
우리가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한 줄 몰라서요? 아니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은 본인의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의 개입으로 이성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죠.
사과해라고 따지는 상대방에 대한 방어기제가 발동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두려워 남에게 잘못을 떠넘깁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선 '야 니 잘못 맞아!'라고 말하지만, '헛소리하지마 난 아무 잘못 없어! 짜증 나게 하지 마!'라고 소리칩니다. 감정은 이성을 사로잡고 의식은 무의식을 억눌러요.
제가 느끼기에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중 10에 9는 본인이 잘못한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 흐릿한 이미지가 본인이 생각한 그게 맞는지 분명히 깨닫지 못할 뿐이죠.
이 이미지는 감정이라는 안개를 걷어내야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꺼예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니까요. 감정에 휩싸이고 감정에 지배당하는 동물이니까요.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잘못한 줄 알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