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 kim hyun Dec 18. 2024

'을'을 자처하는 말.

'을'을 자처하는 말.



자진해서 을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분명히 갑을이 존재해요.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리가 있다고 니다. 사회적 지위로 나뉜 직장 선후배 관계뿐만 아니라 연인 관계나 가족 관계 심지어 친구 사이에도 갑을 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완벽히 동등할 수 없요.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면 우리는 언제 을이 될까요? 어떤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을로 바라볼까요? 대표적으로 지나친 친절이 있겠죠. 친절을 지나치게 베풀면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호의를 살 수도 있겠지만 길게 봐서는 되려 나를 만만하게 보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친절한 태도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오늘 한 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친절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버릇이 되면 나에게 상당히 독이 되는 말이죠.





바로. '아... 정말 죄송한데~'라는 말입니다.

보통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우리는 이 말을 먼저 자연스럽게 앞에 깔아 둡니다. 어떻든 내 부탁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네 뭐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죄송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  문제라는 거죠.








간혹 진짜 사소한 부탁이거나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일임에도 아 정말 미안한데.. 아.. 죄송한데 혹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예의 바르게 보이긴 해요. 아마 상대방도 참 예의가 바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마 나를 만만하게 볼 거예요. 왜냐하면 별거 아닌 일로도 허리를 굽혀 죄송하다고 말하니까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은 없을 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상대방이 공손하게 나오면 본인이 잘난 줄 알고 으스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정말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 같으면 당연히 공손하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해요.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말은 아닙니다.

이렇게 공손하고 좋은 말도 때로는 나를 '을'로 만들어버리기도 해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나 스스로를 '을'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글쎄요. 뭐 남들이 그렇게 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저는 썩 내키지 않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