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자처하는 말.
세상에 을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갑을이 존재해요. 친구 사이에도 연인사이에도 심지어 가족 간에도 갑을이 존재합니다.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꺼에요. 그렇지만 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은 완벽히 동등할 수 없어요.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면 우리는 언제 을이 되는걸까요? 어떤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나를 을로 생각할까요? 대표적으로 지나친 친절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방은 나를 만만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호감을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땐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절한 태도 외에도 다양한 예시가 있지만 저는 오늘 한 가지 말버릇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친절한 태도처럼 습관이 되면 상당히 피곤해지는 버릇이에요,
바로. '아... 정말 죄송한데~'라는 말입니다.
보통 누군가에게 부탁 할 때 우리는 이 말을 자주 깔아둡니다. 내 부탁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부탁하는 입장에서 예의를 갖추기도 해야 하니까요.
네 뭐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죠.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죄송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간혹 진짜 사소한 부탁이거나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일임에도 아 정말 미안한데.. 아.. 죄송한데 혹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예의 바르게 보이긴 해요. 아마 상대방도 참 예의가 바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마 나를 만만하게 볼 거예요. 왜냐하면 별거 아닌 일로도 허리를 굽혀 죄송하다고 말하니까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은 없을 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상대방이 공손하게 나오면 본인이 잘난 줄 알고 으스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정말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 같으면 당연히 공손하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해요.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말은 아닙니다.
이렇게 공손하고 좋은 말도 때로는 나를 '을'로 만들어버리기도 해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나 스스로를 '을'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글쎄요. 뭐 남들이 그렇게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저는 썩 내키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