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 없다는 말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말이 모두에게 미움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 전 아는 분과 밥 한 끼를 먹었다. 그분과 나는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일적으로 만난 사이였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는 찰나, 갑자기 그분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난 살짝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그동안 사적인 대화를 한 번도 나누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유난히 잘 들어줘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용은 최근에 주위 사람과 싸운 이야기였다.
처음에 나는 가만히 호응만 했다. 솔직히 친한 사이였으면 니가 잘못했다며 한 소리 할 내용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나. 내 밥줄이 걸려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 뭐 그렇죠. 맞습니다 라는 말만 반복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분은 이수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이런 말을 흘렸다.
"그래~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 나랑 안 맞는데 어떡해~"
이 말을 뒤로 그분은 유유히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그 당당한 뒷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솔직히 그전까진 그러려니 넘겼다. 나와 관련된 일도 아닌데 그냥 좋게 말해주자 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서 내 머리는 복잡해졌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집착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미움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내가 느끼기에 이 분은 모두에게 미움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이 그렇게 하면 누구나 다 싫어하지' 하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로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마치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쟤가 나를 싫어하네?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이 분이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악용한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사람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느낀다. 이렇게 좋은 말도 이런 식으로 왜곡되는구나.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도 하는구나.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이 모두에게 미움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행동과 모두가 싫어하는 행동은 분명히 다르다.
혹시 나도 그러진 않았을까? 모두에게 미움받을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걸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진 않았을까?
글쎄...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모르는 일이다. 저들도 본인이 그렇다는 걸 알고 한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