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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친구가 가장 소중했다.

by 김현

어릴 때는 친구가 가장 소중했다. 친구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여자 친구가 없어도 피시방에 가면 그만이었고 돈이 없어도 깡소주에 과자 한 봉지면 충분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친구는 언제나 이런 존재일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쯤이었을까? 내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가. 아마도 30살쯤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결혼 소식을 전했다. 무 갑작스러워서 되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친구를 보며 옛 기억이 떠올랐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지붕 삼아 소주잔을 맞대던 기억. 자취방 옥상에서 우리는 나란히 둘러 앉아 이런 이야길 했다.


"야 우리 중에 누가 제일 빨리 결혼하겠노?"

"아마도 사고 치고 니가 젤 빨리 갈듯?ㅋㅋㅋ"


그때 우리는 이 친구가 제일 늦게 결혼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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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서있는 친구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예전처럼 친구가 전부인 시절은 오지 않겠구나. 제는 조금씩 멀어지겠구나.



그때는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것을 보니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작됐다.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으니까.

족. 가족이라는 이름 친구는 자연스럽게 밀난다.




어릴 땐 이 사실을 부정했던 것 같다. 그때 우리는 결혼해도 자주 봐야 한다며 큰소리쳤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생기고 소중한 것들이 생기면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어떨까? 오히려 그때는 더 나아질까? 친구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한다. 자식 다 키우고 보자고. 우리도 벌써 그런 말을 하는 나이가 됐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 아련하다. 다들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다. 삶의 추억은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아래에 놓인 우리의 추억은 괜찮을까? 헹여나 다른 추억의 무게 때문에 내 기억 속에서 흩어지진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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