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으면 피곤한가? 아니. 지 말만 하니까 싫은 거다. 내 말은 1도 안들으니까 싫은 거다. 그렇지 않나?
나는 말 많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신이 하루 종일 이야기 듣느라 기 빨려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다.
내 친구 중 말이 정말 많은 친구가 있다. 흠. 말 많은 사람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렇다. 근데 난 이 친구는 좋다. 분명 말이 많은데 이 친구랑 이야기할 땐 재밌다. 왜 그런거지?
난 그동안 내가 말 많은 사람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단순히 말이 많아서 싫었던 게 아니었다. 하루종일 지 말만 하니까 내가 치를 떨었던 것이다.
꼭 말이 많다고 피곤한 것은 아니다. 내 친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친구는 피곤하기는 무슨 재밌기까지 하다. 난 친구를 가만히 살펴봤다. 친구의 대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친구는 말이 많은 대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같이 하는 게임, 둘 다 아는 사람, 술 취해서 같이 길에서 뻗은 일, 학교 다닐 때 이야기 등등. 친구가 하는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중간중간 나도 한두 마디씩 거드니까 기 빨린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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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 말만 하는 인간은 다르다. 내가 1도 모르는 이야길 하루 종~~~~~일 한다. 내가 시선을 피해도 헛기침을 해도 딴청을 피워도 아랑곳 않는다. 내가 쳐다보든 말든 듣고 있든 말든 자기 할 말을 끝까지 이어간다. 본인의 취미 이야기(낚시에 낚자도 모르는데 3시간 동안 들었다.), 자기 애완견 이야기. 휴일에 있었던 일, 자기가 뭘 살 건데 뭘 고를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내가 전혀 모르는 제품) 등등. 나는 조금도 관심 없는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한다. 당연히 잠깐이야 들어줄 수 있다. 근데, 정도껏 해야지...
보통 자기만 혼자 말하면 상대방이 지루해한다는 걸 느끼지 않나? 지 말만 하는 사람들은 눈치도 없다.
상대방이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앞에서 기가 빨려 초췌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말한다. 뭐, 그래. 눈치가 없으니까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거겠지.
참고로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앙금이 있진 않다. 앙금 때문에 불만을 쏟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느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타인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사람이다. 난 이런 사람들이 싫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