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 유형.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게 제일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학교 공강시간. 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바로 옆 연기로 자욱한 소굴로 갔다. 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야 라이터 있냐?" 친구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더니, 손에 쥐고 있던 300원짜리 초록색 라이터를 건낸다. 난 담배를 입에 문채 친구에게 말했다. "아 운동 뭐 배우지?헬스?복싱?주짓수? 뭐가 낫냐?" 친구는 담배 대신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말한다.
"야. 그냥 좀 해. 도대체 언제까지 고민할껀데? 생각만 하면 해결돼? 그러니까 니가 게으르다는 소릴 듣지"
종이컵을 들고 있던 내 손이 순간 떨렸다.
"야 니가 뭔데 지적질인데? 니가 날 알어?" 내 귀는 빨개졌고 호흡은 거칠어졌다. 친구는 아무말 없이 없었고 물고 있던 담배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간섭받는 걸 싫어했다. 누가 나에게 지적이라도 하면 예민하게 반응했고 설령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내 주위에는 언제나 호의적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게 게으르다고 하거나 다혈질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내 지인 목록에서 삭제됐다.
그때 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지적질을 해도 좋게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냐?
왜 자꾸 자존심을 건드리고 직설적으로 말하냐고.'
나는 무례한 사람들과 사이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난 20대 내내 이런 가치관을 고수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사람. 지적질하지 않는 사람. 참견하지 않는 사람. 항상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들만 주위에 두었다.
나는 평탄하게 살지 않았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자리 잡을 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붕 떠있었다. 때로는 발을 헛딪기도 하고 도랑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구렁텅이로 추락하진 않았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아쉽기도 하다. 그때 나를 말려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조금 더 빨리 깨달았을 텐데. 하지만 그건 욕심이다.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을 모두 내쫓은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뭘 하든 언제나 힘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도 아니다. 주위에 이런 사람만 있다면 내가 똑바로 나아가지 못한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도 잘 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면 쌍욕도 해주는 사람이다. 내 뺨도 때려주는 사람이다. 어릴 땐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고맙다. 그 사람들의 말이 틀렸다고 해도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우리는 언제나 힘이 돼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채찍질하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이런 사람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사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