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남발하면 안 되는 이유.
한없이 가벼운 칭찬
며칠 전 서울에서 내려온 친한 동생과 술을 한잔 했습니다. 동생을 안 본 지 한 2년 정도 됐을까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동생과 저는 맥주를 참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동생이 맥주를 좋아하죠ㅎㅎ. 동생과 저는 번화가를 기웃거렸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맥주 집이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는 오랫동안 방황하다 결국 사이드에 위치한 작은 맥주 집에 들어갔습니다. 맥주 집 분위기는 아늑했어요. 사람도 몇 명 없었고. 조용히 대화하기 딱 좋아 보였습니다.
저희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신분증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마 저희가 어려 보여서가 아니라 번화가 쪽이다 보니 의무적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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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자 직원 한 분이 제 신분증을 보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야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요~"
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플러팅(?)에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자주 들어본 말도 아니었기에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전 이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상황을 가볍게 넘겼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직원은 동생 신분증을 건네받으면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어요.
"어우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
순간 동생과 전 눈이 마주쳤습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우리는 피식 웃었어요. 동생의 신분증 사진은 10년 전 사진이었습니다. 한창 이쁠 때. 한창 잘 나갈 때 사진이었죠. 더군다나 지금 동생은 그때보다 살이 20키로나 더 쪘어요. 그런데 실물이 더 낫다고? 우린 이때 직원이 기계적으로 칭찬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보며 피식거린거죠.
동생은 저와 성격이 다릅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에요.
저를 보며 피식거리던 동생은 말했습니다.
"예? 아니ㅋㅋ 거짓말하지 마세요ㅋㅋ"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직원은 당황하더라고요. 그래도 직원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어우 무슨 소리세요 지금이 훨씬 더 보기 좋으세요."
라는 말을 직원은 능청스럽게 이어 붙였습니다.
신분증을 돌려받은 동생과 저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동생은 테이블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어요.
"어디서 사기꾼 냄새가 슬 나는데?"
직원은 마치 어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진 않을까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남들의 호감을 사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같았어요.
저희 뒤에 온 손님에게도 무리한 칭찬을 계속하는데, 솔직히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비스직이라면 칭찬을 좀 무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손님의 호감을 사서 나쁠 건 없잖아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무리한 칭찬이 때로는 잘 먹힐 때도 있어요. 칭찬에 약한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시도하는 거겠죠.
하지만 무분별한 칭찬은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글쎄요... 그건 칭찬에 진심이 담겨있을 때 이야기죠. 기계적인 칭찬은 경계심만 키울 뿐이에요.
칭찬은 진심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뿌린다고 해서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비현실적인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목적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칭찬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솔직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진심으로 느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