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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박살 났다. 그런데,

거봐,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by 김현


휴대폰이 박살 났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뭐지... 뭔가 잘못됐어...' 난 깜짝 놀라 재빠르게 이불을 더듬거렸다. 손끝에 딱딱한 물체가 닿았다. '휴... 다행이다. 휴대폰은 안 잃어버렸네.' 그런데 뭔가 찝찝했다. 어져 있던 휴대폰 뒤집다. 꾹. 꾹. 홈버튼을 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휴대폰을 금 더 자세히 여다보았다. 상태가 엉망이었다. 깨지고 긁히고... 하... 아무래도 휴대폰이 박살 난 것 같았다.




도저히 원인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 친구랑 술을 마시긴 했는데, 1차로 고기 먹고 2차로 이자카야 가고... 어...? 내 기억은 이자카야에서 라졌다. 난 무너지는 멘탈을 부여잡았다. 아니, 부여잡으려고 노력했다. '일단 수리부터 하자.' 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검색창에 삼성 서비스 센터를 검색했다.








"40만 원... 정도 나오실 것 같습니다..."



"예?"



수리기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메인보드가 어쩌고 휴대폰의 머리가 어쩌고 하는 말이 이어서 들렸다. 하지만 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그냥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수리비 40만 원. 그 말뒤로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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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비스 센터를 나와 도로가를 걸었다. 어느덧 장대비는 그고 얼굴을 간지럽히는 보슬비가 이어 내리고 있었다. 도로가는 온통 빗물로 젖어 있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냥 폰을 새로 개통해야 하나? 근데 통신사 할부로 사긴 싫은데.' 난 대리점을 믿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휴대폰을 잘 몰랐기 때문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혹시 덤탱이라도 씌우는 거 아냐..?' 난 기기를 직접 사서 개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여유가 되지 못했다. 한 번에 기기값을 전부 지불하 부담이 됐다.



난 아무런 목적지 없이 계속 걸었다. 그때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도 휴대폰을 개통해 준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아까 2층에서 얼핏 봤던 기억이 난다.



'한번 가볼까? 에이 아니다. 뭐 다 거기서 거기지. 비싼 요금제 쓰면서 쓰긴 싫어. 어떻게든 공기계 구해보자.'


'아냐. 그냥 한번 가보자.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볼 수 있잖아? 어차피 돈도 쪼달리면서 기계를 한 번에 어떻게 사게?'


난 보슬비를 맞으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보슬비가 내 머리를 적실 무렾, 난 서비스 센터로 발걸음을 돌기로 마음먹었다.



"대충 가격만 비교해 보고 나오지 뭐."








상담은 꽤 만족스러웠다. 내 손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가격만 보고 나온다더니 왜 샀냐고?

생각보다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삼성 스토어에서 직접 개통해서 그런가? 덤탱이 씌우려고 하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며칠 전 유심을 교체하러 대리점에 갔을 때는 카드 하나 발급하시면 싸게 해 준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많았는데, 여긴 일체 그런 도 없었다.




그리고 난 원래 갤럭시 폴드를 살 생각이었다. 아마 다시 와보지 않았으면 난 폴드 공기계를 어떻게든 구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와서 만져보니 폴드가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다. 래서 난 이번에 나온 갤럭시s25u를 구매했다. 내가 한 번이라도 와서 둘러보지 않았으면 연 알았을까? 난 다시 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서비스 센터를 나오 스스로에게 말했다.


' 거봐.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그렇게 헛수고일 거라고 속단하더니. 안 와봤으면 어쩔뻔했어?'



그래. 틀린 말이 아니다. 속단하지 말자. 해보기 전에는 확신하지 말자. 적어도 발이라도 담가보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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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개통한 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뒤늦게 내 휴대폰이 박살난 이유를 알게 됐다. 그날 내가 술에 취해 휘청거리다 휴대폰을 3층 계단아래로 떨어뜨린 것이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예전같이 마시다 그 꼴이 것 같다. ...할 말이 없다. 한심하다 한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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