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휴대폰을 찾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습관인 것 같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휴대폰을 보고 있다 보면 조금씩 잠에서 빠져나오는 느낌이 든다. 난 이 느낌이 좋다. 반쯤 감긴 눈은 말똥해지고 굳어있던 근육은 어느새 유연해진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정신이 완전히 또렷하다.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 일상을 보내면 딱 좋을 텐데, 난 여전히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째. 난 아직도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 출근시간. 아까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근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어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아마도 둘 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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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 눈을 뜨면 폰을 찾고 폰을 본다. 그러다 잠이 깨면 여전히 폰을 쥐고 폰을 본다. 출근 시간이 되면 기계적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면 또다시 폰을 본다. 하루는 지루했고 매일이 똑같았다. 난 휴대폰 덕분에 지루한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이런 믿음에 금이 갔다.
난 갑자기 휴대폰이 위선자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알게 모르게 나를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존재. 어느 순간 휴대폰은 나에게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있다. 심심하면 유튜브를 보며 지루함을 달래고. 궁금한 게 생기면 이것저것 검색을 한다. 친구나 연인과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휴대폰은 또 다른 세상이다. 언제나 내 손에 있으니 익숙하게 느낄 뿐.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도구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휴대폰을 놓지 못한다.
휴대폰은 헤르메스 신발이 되어 우리를 날게 하지만 때로는 족쇄로 변하기도 한다. 족쇄로 변한 휴대폰은 우리를 불구덩이로 끌어 내린다. 만약 족쇄가 나를 지옥으로 끌어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실을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떻게든 족쇄를 풀어야 한다. 세상과 단절하더라도. 지루함 속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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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휴대폰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너무 익숙하니까. 너무 당연하니까. 언제나 나를 날게해 줄 거라고 착각한다. 지옥은 천천히 오지 않는다. 꽃이 피고 여름이 오듯, 자연스레 오지 않는다. 눈을 감고 눈을 뜨면 아침이듯 한 순간에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