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제가 특별히 서비스로 하나 챙겨드릴게요!"
정체 모를 빵을 담으며 직원은 싱긋 웃는다. 난 떨리는 시선을 감추려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트..특별히? 뭐지..? 내가 한 번씩 온다는 걸 아나? 아니면 혹시 내가 마음에 드나?' 직원이 빵봉투를 건네는 사이 난 수십 가지 망상을 머릿 속에 떠올린다.
'크 역시...아직 안죽었구만'
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빵집을 나왔다. 오늘 하루 시작이 좋군. 난 도로가로 나왔다. 아까는 택시가 그렇게 많이 보이더니. 꼭 잡으려고 하면 안보인다. 그렇게 도롯가 쪽으로 계속 고개를 빼꼼거리고 있는 사이 등 뒤에서 따르릉 소리가 들렸다. 아까 빵집에 있던 또 다른 손님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든 봉투에 익숙한 빵이 하나 보였다. 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아까 여직원이 나에게 서비스로 챙겨 준 정체 모를 빵이었다. 그 뒤에 나오는 손님의 봉투에도. 그 뒤에 나오는 손님의 봉투에도 그 빵은 여전히 담겨 있었다.
"아니 잠깐만... 특별히..나만 주는 거 아니었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기대를 한다.
'에이~ 나는 아니겠지' '에이~ 나에게는 진심이겠지'
'에이~ 딴 사람한테는 그래도 나한테는 다르겠지'
우리는 왜 이런 기대를 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이런 기대를 하는 걸까? 내가 특별하다는 오해.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과 좀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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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매력적인 이성이 꼬리를 친다면 일반적으로는 어장이라는 의심을 먼저 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뻔히 알면서 이런 말을 되뇌인다.
'쟤가 그래도 나에게는 진심이지 않을까?'
아마 내가 제3자였다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했을 것이다. 어장을 당하고 있는 친구에게 "야임마 정신 차려"라는 말을 해줄 여유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내 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가 나에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할 때는 어떨까?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에게나 아첨한다는 걸 알아도 내 귀를 간지럽히는 저 말은 진실이길 바란다.
"그래도 나한테는 솔직히 말하는 거겠지!"
내가 특별하다는 기대는 언제나 나를 배신한다.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난 그저 그 사람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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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겠지' '내게는 진심이겠지' '나는 특별하겠지'
사실 우리는 이런 소망들이 헛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믿을 뿐이다. 마치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믿음에서 벗어나려면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져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