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기가 먹은 식기를 대충 씻는 사람을 싫어한다. 젓가락을 입으로 쪽 빨고 다시 반찬통을 뒤적거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쓸 수도 있는 식기에 말라비틀어진 밥풀떼기가 붙어있다면 짜증 나지 않나?
오랜만에 시금치를 먹으려 꺼냈는데, 썩어 있다면? 썩을 때가 아닌데 누군가의 침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면, 열받지 않을까?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돈을 안 갚고 폭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어떤 큰 잘못을 해야만 싫어하는 게 아니다. 사소한 잘못을 해도 죽도록 싫어할 수 있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내가 언급한 자기가 먹은 숟가락 하나 씻기 귀찮아 물로 대충 씻는 사람들. 새 젓가락 꺼내기 싫어 빨던 젓가락으로 반찬통을 뒤적거리는 사람들. 본인이 이득 볼 땐 모른척하면서 본인이 손해 볼 땐 칼 같이 계산하는 사람들.
솔직히 이 사람들이 죽을죄를 지었나?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싫어한다. 왜일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우리는 협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협력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득부터 챙기는 사람을 경계한다. 왜? 내 생존에 도움이 안 되니까. 오히려 내 생존에 위협을 가하니까. 원시시대 때 인간은 당연할 테고 현대인도 협력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는 dna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
.
.
.
.
.
물론 큰일 난 것도 아닌데 사소한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사소하다면 나도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그거 가지고 짜증 내고 혼내고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그냥 넘어간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누가 내 눈앞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면 내 머릿속에는 각인된다. 쟤는 이기적인 놈. 쟤는 멀리해야 할 놈. 이기적인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도둑과 이기적인 사람은 한 끗 차이다. 본질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