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의 필수덕목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고? 있는 그대로가 뭐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 내가 보고 있는 게 있는 그대로의 상태인지 왜곡된 상태인지 어떻게 장담하지?
사람들은 솔직해지려면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 그런데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는 말은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다. 괜히 남들이 뭐라 할까 눈치 보지 말라는 뜻이고 혹시라도 내 말이 틀릴까 봐 포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만 하면 우리는 솔직해질 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 말은 틀렸다. 왜냐하면 우리는 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드러 내려면 '있는 그대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라는 보장이 있나? 내 머릿속을 휘저으며 어떤 이미지를 뿜어대는 이 생각이 만약 이미 왜곡된 감정이라면? 솔직한 말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수차례 필터링이 거쳐진 감정이라면? 이런 과정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내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건 공상이 아니다. 나에게도 그리고 여러분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서 뽑아낸 생각이 왜곡된 생각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생각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애초에 왜곡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선 진실이 떠오르고 내가 입 밖으로 꺼낼 때 왜곡 되는 걸까? 아니면 머릿속에 떠오를 때부터 왜곡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숨기고 싶은 감정일수록 후자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이 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라는 말만으로는 솔직해질 수 없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라는 말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것을 안다는 착각 속에 깔린 오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