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보지만 유튜버입니다>
난 책장 한 구석에 박아 둔 아이패드를 꺼낸다. 먼지가 쌓인 대본 쓰기용 아이 패드다. 그래. 다시 해야지. 난 다짐한다. 이번엔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3년 전쯤 난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동안 계속하고 싶었던 인간의 심리를 말하는 유튜브. 뭐 말이 심리지 그냥 어떤 인간에 대한 내 관점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 별거 아닌 채널이다. 처음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아무도 안 볼 줄 알았는데 꾸역꾸역 한 두 명씩 보더니 어느새 구독자 1000명을 찍었다. 영상 한 두 개가 몇 만 조회수로 꽤 잘된 덕분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그 후로 만든 모든 영상들이 흔히 말해 개박살이 났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조회수와 함께 내 멘탈은 무너졌다. 내가 짧게 요약해서 그렇지 이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내가 꿈꾸던 유튜브를 시작했고, 나름 시작이 순조로왔으며, 앞으로도 꽃길일 거라 믿었던 내 희망이 영상을 한편씩 올릴 때마다 으스러졌다. 괴로웠다. 난 영상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는 말만 되뇌다 결국 손에서 완전히 대본을 놓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난 다시 아이패드로 대본을 쓰고 있다. 영상을 올려도 아무도 안 보지만 그래도 유튜버다. 채널을 새로 판 건 아니고 기존 채널에서 똑같은 컨셉으로 채널을 이어나가고 있다. 애초에 내 관심사가 바뀐 건 아니니까. 난 아직도 생각을 나누고 심리를 말한다.
복귀하고 한 달 동안 영상을 대략 10편 정도 올렸다. 대본 쓰고 녹음하고 간단한 편집만 하면 돼서 크게 힘들진 않았다. 아 물론! 땅바닥을 기는 조회수를 보는 건 힘들었다. 2년이 지나도 내 영상의 매력도는 여전했다. 그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글빨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도대체 난 그동안 뭐 한 거야?"
그렇다. 난 2년 동안 유튜브를 접었지만 마음 한편엔 언제나 유튜버로 복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단 한 명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기에 난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꾸준히 글을 썼다. 블로그에 브런치에. 매일은 못 써도 가끔씩은 썼다. 아예 손을 놓았다면 덜 우울했을 것 같다. 근데 뭐라도 했잖아. 그러니까 더 답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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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원인을 분석해 본다. 나름 분석한 원인을 고치고 다음 영상에 참고한다. 그러면 내심 기대가 된다. "오... 본론을 너무 늦게 말하는 게 문제였군. 좋아 이번엔 본론으로 바로 시작하자!" 결과는? 폭망. 좌절한다. 다시 원인을 찾는다. 참고한다. 기대한다. 좌절한다. 원인을 찾는다. 참고한다. 기대한다. 좌절한다... 무한 반복이다. 몇 일 전 아주 스피디하게 10번째 실패를 경험했다. 언제쯤 입가에 미소라도 띄울 수 있을까?함박 웃음은 바라지도 않는다.
유튜브는 괴롭다. 그냥 편하게 해~ 가벼운 마음으로 해~라고 말하지만 그게 안된다. 대본에 몇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 스레 녹음하고 편집한 영상이 처참하게 땅바닥으로 박히는 꼴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도 안된다. 영상 하나하나가 다 내 새끼들인데,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이제는 2년 전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실패해도 박살 나도 그냥 끝까지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