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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vs 양심

by 김현



우리는 스스로가 양심적이라서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양심 뒤에 숨겨진 감정 때문이다.







우리 집 문 앞에 CCTV가 없는 상상을 한번 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에 CCTV가 없는 상상을 한번 해본 적이 있나요? 전 그동안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굳이 그런 상상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런데 최근엔 그런 상상을 해봤어요. 우연히 본 유튜브 동영상 때문이죠.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 내용은 외국과 다르게 한국은 집 앞에 택배를 방치해 둬도 그 누구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은 눈이 커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전 언제나 그렇듯 댓글창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영상에 댓글을 안 보고 나가면 어디를 덜 닦은 느낌이 나잖아요?ㅎㅎ 댓글은 예상 밖의 반응이었습니다. 너도 나도 K양심을 찬양하고 있었어요. 무... 무슨 일이지? 제가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상상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그림이 댓글창에 펼쳐졌어요.





전 댓글을 남겼습니다. Cctv 때문이지 않을까요. 겁나 물어뜯더군요. 그런데 전 아무리 물어 뜯겨도 cctv 때문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전 반문해 봤습니다. 왜 양심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저걸 훔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요. 저도 카페에서 누가 물건을 놔두고 가면 저건 훔치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의 집 문 앞에 비싸 보이는 택배가 있어도 저건 건들면 안 되지라고 생각해요. 네. 여기까지 생각하면 남의 집 택배에 손대려는 내 손을 양심이 막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양심이라는 껍데기 뒤에는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카페에서 지갑을 훔치지 않는 이유는 양심뒤에 숨겨진 처벌의 두려움이에요. 그렇지만 우린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냥. 그냥 내가 양심적이니까 손을 안 댄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디로 가는지 내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뭔지 그건 또 어디에서 샀는지 다 알 수 있어요. 특히 내가 대도시에 산다면 CCTV 없는 곳을 더 찾기가 힘듭니다. 우리가 그걸 모를까요? 압니다.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은연중에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마음껏 범죄를 못져지르는거죠. 그래서 우리가 나쁜 짓을 마음껏 못하는 겁니다. 잡히니까.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언젠가는 잡히니까. 혹은 잡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살아야 하니까. 우리의 마음속엔 나쁜 행동=처벌받음이라는 공식이 무의식 중에 깔려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한국인이 양심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동방예의지국이잖아요. 이타주의의 종주국 아닙니까. 실제로 cctv와는 별개로 양심 때문에 타인의 물건엔 절대 손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대부분인 것은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하며 국뽕을 한 사발 들이키지만 대부분은 처벌의 두려움 때문입니다. 양심이라고 생각해도 사실은 그 뒤에 숨겨진 처벌의 두려움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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