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 – 창조의 동력
지금까지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신(神) 이해, 특히 운그룬트(Ungrund)로부터 신적인 본질이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며 삼위일체(Heilige Dreifaltigkeit) 하나님으로 발현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신적인 생명이 구체적인 세계와 만물을 생성해 나가는 역동적인 과정, 즉 그의 독특한 우주론의 핵심을 이루는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또는 Natureigenschaften)’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이 일곱 자연 성질은 뵈메 사상에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지만, 그의 우주 창조론, 자연철학, 인간 영혼론, 심지어는 악의 문제와 구원론까지 관통하는 핵심적인 원리이다. 이 일곱 성질은 마치 일곱 개의 샘솟는 영(Quellgeister, fountain-spirits)처럼, 또는 자연의 근원적인 속성(Natureigenschaften, properties of nature)처럼 작용하며, 모든 존재의 생성과 유지, 그리고 변화를 주도하는 역동적인 힘들이다.
3.1. 일곱 성질의 개요와 상호작용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은 단순히 일곱 가지 다른 종류의 힘이나 물질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서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역동적인 과정 그 자체이다. 이 일곱 성질은 순차적으로 발현되지만, 각 단계는 이전 단계를 포함하고 동시에 다음 단계를 예비하는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무지개의 일곱 빛깔이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 아름다운 전체를 이루듯이, 이 일곱 성질은 우주 만물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설명하는 근원적인 틀을 제공한다.
이 일곱 성질은 운그룬트(Ungrund)라는 규정할 수 없는 신적인 심연으로부터 신적인 의지(Wille)와 갈망(Begierde)이 자신을 드러내고 구체화하려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각 성질은 이전 성질의 결과물이자 다음 성질의 원인이 되며, 이 일곱 가지 성질 전체가 온전히 발현될 때 비로소 완전한 생명과 창조가 가능해진다고 뵈메는 보았다.
이 일곱 성질은 크게 두 개의 삼중주(Ternary, 세 개로 이루어진 한 쌍)와 그 사이에 있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세 성질(수렴, 확장, 회전)은 주로 어둡고 격렬하며 수축적인 성격을 띠며, 신적인 본질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응축시키려는 과정을 나타낸다. 네 번째 성질인 ‘불(Feuer)’ 또는 ‘번개(Blitz)’는 이 어둠과 빛 사이의 극적인 전환점이자 모든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강력한 에너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성질(빛, 소리, 형상 또는 본질)은 주로 밝고 확장하며 조화로운 성격을 띠며, 신적인 사랑과 지혜, 그리고 구체적인 형상과 질서가 드러나는 과정을 나타낸다.
이 일곱 성질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은 마치 하나의 정교한 춤과도 같다. 각 성질은 다른 성질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때로는 서로 긴장하고 갈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큰 조화를 이루어낸다. 뵈메는 이 일곱 성질의 운동을 ‘생명의 바퀴(Rad des Lebens, wheel of life)’라고도 불렀으며, 이 바퀴가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우주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순환한다고 보았다.
하나의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은 이 일곱 성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씨앗은 먼저 자기 자신 안으로 모든 생명력을 응축시키고 단단한 껍질 속에 갇히는데(제1성질: 수렴, 자기 갈망), 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수축적인 힘이다. 곧이어 씨앗 안의 생명력은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시작하며(제2성질: 확장, 고통스러운 운동), 이 과정은 기존의 상태를 깨뜨리려는 고통스러운 몸부림과 같다. 다음으로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안팎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며 불안정한 상태를 경험하는데(제3성질: 회전, 불안), 이는 마치 물이 끓기 직전의 소용돌이와 흡사하다. 마침내 씨앗의 껍질이 깨지고 싹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마치 번개가 치거나 불꽃이 튀는 듯한 격렬한 에너지의 폭발이 일어나는데(제4성질: 불, 번개), 이것이 바로 전환점이다. 땅 위로 나온 싹은 햇빛을 받아들이고 광합성을 시작하며 부드러운 잎을 펼치고(제5성질: 빛, 사랑), 점차 자신의 고유한 형태와 구조를 갖추어 나가며 다른 식물과 구별되는 특징을 드러낸다(제6성질: 소리, 분별, 지성). 이는 마치 각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 단계와 같다. 마침내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자신의 완전한 형상과 본질을 드러내는데(제7성질: 본질, 형상, 왕국), 이는 모든 과정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하나의 완성된 ‘왕국(Reich, kingdom)’을 이루는 단계이다.
이처럼 하나의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 속에도 이 일곱 자연 성질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뵈메의 관점에서 이러한 원리는 단지 식물의 성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창조, 인간 영혼의 발달, 심지어는 화학적 반응이나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 등 모든 생성과 변화의 과정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이 일곱 자연 성질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우주의 작동 원리를 아는 것을 넘어, 신과 자기 자신, 그리고 세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경험하기 위한 필수적인 열쇠였다. 그는 이 일곱 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 만물 속에 숨겨진 신적인 지혜와 ‘만물의 표상(Signatura Rerum)’을 읽어낼 수 있으며, 또한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심리적, 영적 과정들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우리 안에 있는 분노나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첫 번째 세 성질의 어둡고 격렬한 작용과 관련될 수 있으며, 기쁨이나 사랑, 창조적인 영감 등은 마지막 세 성질의 밝고 조화로운 작용과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이 서로 투쟁하고 변화하는 과정은 마치 네 번째 성질인 ‘불’의 정화 작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일곱 성질에 대한 이해는 자기 성찰과 영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야콥 뵈메가 제시한 ‘일곱 자연 성질’은 그의 사상 체계에서 우주와 생명의 역동적인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원리이다. 이 일곱 가지 힘 또는 속성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이 상호작용하며, 마치 하나의 춤처럼 긴장과 갈등, 그리고 조화와 통일의 드라마를 펼쳐낸다. 이 일곱 성질에 대한 이해는 뵈메의 복잡한 우주론과 신학, 그리고 인간론을 관통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독자들로 하여금 존재의 근원적인 신비와 그 안에 숨겨진 역동적인 생명력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이 일곱 가지 성질 각각의 구체적인 특징과 의미에 대해 더욱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3.2. 첫 번째 삼중주(Ternary): 어둠의 세계 (신의 분노)
앞서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이 신적인 생명이 운그룬트(Ungrund)로부터 발현되어 나오는 일곱 단계의 역동적인 과정임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일곱 성질은 크게 두 개의 삼중주(Ternary, 세 개로 이루어진 한 쌍)와 그 사이에 있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첫 번째 삼중주, 즉 처음 세 가지 성질은 주로 ‘어둠의 세계(finstere Welt)’ 또는 ‘신의 분노(Zorn Gottes)’라고 불리는 영역을 형성한다. 이 영역은 모든 존재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응축하며, 동시에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긴장과 갈등을 경험하는 근원적인 차원을 나타낸다. 이 첫 번째 삼중주는 빛의 세계가 드러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자, 모든 생성 과정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면을 보여준다.
이 어둠의 세계는 그 자체로 악(evil)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 힘들이 균형을 잃고 극단화되거나 빛의 원리에 의해 조명되지 못할 경우, 그것은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이 첫 번째 삼중주를 구성하는 세 가지 성질 각각의 특징과 의미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3.2.1. 제1성질: 수렴(Zusammenziehung), 갈망, 자기 중심성 (짠맛, Sal) (예시 통합 수정본)
첫 번째 자연 성질은 모든 존재가 자기 자신 안으로 수축하고 응축하려는 근원적인 힘이다. 뵈메는 이 성질을 ‘수렴(Zusammenziehung, contraction 또는 astringency)’, ‘갈망(Begierde, desire)’, 또는 ‘자기 중심성(Selbstheit, selfhood)’과 같은 용어로 설명한다. 이것은 운그룬트(Ungrund)의 무한한 자유 속에서 ‘영원한 의지(Der ewige Wille)’가 자기 자신을 느끼고 소유하고자 하는 최초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이 첫 번째 성질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고 단단하게 만들며, 외부와 분리시키려는 경향을 지닌다.
이 성질은 부드럽고 유동적인 것을 딱딱하고 고정된 것으로 만들며, 따뜻한 것을 차갑고 어둡게 만든다. 모든 존재는 이 힘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고유한 형태와 경계를 가지게 되며,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개별적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물이 얼어 단단한 얼음이 되거나 흙먼지가 뭉쳐 돌멩이가 되는 과정은 모두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로 모이고 응축되는 첫 번째 성질의 작용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어떤 생각에 골똘히 집중할 때 우리의 의식은 외부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고 오직 하나의 대상만을 향해 수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첫 번째 성질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축하는 힘은 동시에 강력한 ‘갈망’ 또는 ‘자기 중심적인 욕구’를 동반한다.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조직하려 한다. 이러한 자기 중심성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지나칠 경우 이기심이나 탐욕, 그리고 다른 존재에 대한 배타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배고픈 아기가 젖을 갈망하며 우는 모습이나, 식물이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자라는 모습은 이러한 근원적인 갈망과 자기 중심성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극단화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뵈메는 이 첫 번째 성질을 연금술(alchemy)의 세 가지 원리 중 하나인 ‘염(Sal, 소금)’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연금술에서 염은 물질을 고정시키고 형태를 부여하며 보존하는 원리를 상징하는데, 이는 첫 번째 성질의 수축하고 응축하며 자기 자신을 유지하려는 특성과 유사하다. 또한, 그는 이 성질을 미각 중에서는 ‘짠맛(saltiness)’ 또는 ‘쓴맛(bitterness)’과 연결시키며, 그 수렴적이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성격을 암시한다. 이 첫 번째 성질은 모든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이자 출발점이지만, 동시에 고립과 어둠, 그리고 고통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양면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3.2.2. 제2성질: 확장(Ausdehnung), 운동, 고통 (단맛, Mercurius)
첫 번째 자연 성질이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안으로 끌어당기고 응축시키려는 수축적인 힘이라면, 두 번째 자연 성질은 이와는 정반대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밖으로 나아가고 확장하려는 힘이다. 뵈메는 이 성질을 ‘확장(Ausdehnung, expansion 또는 extension)’, ‘운동(Bewegung, motion)’, 또는 ‘자극(Stachel, sting 또는 goad)’과 같은 용어로 설명한다. 첫 번째 성질이 만들어낸 단단한 경계와 고립된 상태 속에서, 내재된 생명력은 더 이상 가만히 머물러 있을 수 없으며, 마치 감옥에서 벗어나려는 죄수처럼 격렬하게 움직이며 자신을 외부로 확장하려고 시도한다.
이 성질은 정체된 것을 움직이게 하고, 닫힌 것을 열리게 하며, 침묵 속에 있는 것을 소리 내게 하는 역동적인 힘이다. 모든 종류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변화는 바로 이 두 번째 성질의 작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이 확장의 움직임은 첫 번째 성질의 수축하는 힘과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종종 고통과 불안을 동반한다. 앞서 언급한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보면, 씨앗(첫 번째 성질) 안의 생명력은 단단한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려는 강한 충동(두 번째 성질)을 느낀다. 이 과정은 씨앗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또한,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려고 할 때 느끼는 어려움과 스트레스 역시 이 두 번째 성질의 작용과 연결될 수 있다. 기존의 편안한 상태(첫 번째 성질)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은 항상 어느 정도의 고통과 저항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뵈메는 이 두 번째 성질을 ‘자극’ 또는 ‘가시’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이 힘이 마치 채찍질처럼 존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움직이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성질이 만들어낸 자기중심적인 고립 상태는 그 자체로 만족을 줄 수 없으며, 오히려 내적인 공허함과 불안감을 야기한다. 이 불안감과 고통이 바로 존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넘어서 다른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도록 자극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지루함이나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러한 불쾌한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 새로운 활동을 하도록 이끄는 일종의 ‘자극’이 될 수 있다. 뵈메는 이와 유사하게,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고통과 불만족이 오히려 더 높은 차원의 기쁨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역설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뵈메는 이 두 번째 성질을 연금술의 ‘수은(Mercurius, 머큐리)’ 원리와 연결시킨다. 수은은 유동적이고 변화하며 매개하는 성질을 지니며, 이는 두 번째 성질의 끊임없는 운동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려는 경향과 유사하다. 또한, 그는 이 성질을 미각 중에서는 ‘단맛(sweetness)’ 또는 ‘자극적인 맛’과 연결시키는데, 이는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생명의 기쁨을 향한 미약한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함을 암시한다. 이 두 번째 성질은 첫 번째 성질의 어둠과 고립을 깨뜨리고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힘이지만, 그 자체로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3.2.3. 제3성질: 회전(Rotation), 불안, 생명의 바퀴 (쓴맛, Sulphur)
첫 번째 자연 성질(수축)과 두 번째 자연 성질(확장)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고 투쟁할 때, 그 결과로 세 번째 자연 성질인 ‘회전(Rotation, 독일어로는 종종 Qual 또는 Angstquell – 고통의 샘이라는 의미로도 표현됨)’ 또는 ‘불안(Angst, anguish)’이 생겨난다. 이 세 번째 성질은 마치 팽이가 빠르게 회전하듯이, 또는 물이 소용돌이치듯이, 두 가지 반대되는 힘이 서로를 붙잡고 놓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요동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곳은 극도의 불안과 혼란, 그리고 방향을 알 수 없는 격렬한 운동으로 가득 찬 영역이다.
이 성질은 안정된 중심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빙빙 도는 상태를 의미한다. 첫 번째 성질은 안으로 끌어당기려 하고, 두 번째 성질은 밖으로 밀어내려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존재는 마치 맷돌에 갈리는 것처럼 엄청난 압력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절망감을 동반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두 가지 상반된 선택지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상태처럼, 이때 우리의 마음은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불안과 혼란 속에서 빙빙 맴돌게 된다. 또한, 태풍의 눈 주변에서 격렬하게 회전하는 바람이나, 끓는 물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의 움직임도 이 세 번째 성질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성질의 격렬한 회전 운동과 불안은 단순히 파괴적이거나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뵈메는 이것을 ‘생명의 바퀴(Rad des Lebens, wheel of life)’라고도 부르며, 이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보았다. 마치 팽이가 빠르게 회전할 때 오히려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이 격렬한 운동은 이전의 고정된 상태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향한 역동적인 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농부가 밭을 갈 때 흙을 뒤집고 부수지만 그것이 씨앗이 뿌려지고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듯이, 이 세 번째 성질의 혼란과 불안은 기존의 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창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격렬한 회전 운동 속에서 모든 가능성들이 뒤섞이고 새로운 조합이 시도되며, 마침내 다음 단계인 ‘불(Feuer)’ 또는 ‘번개(Blitz)’라는 극적인 전환점을 통해 새로운 빛과 질서가 탄생하게 된다.
뵈메는 이 세 번째 성질을 연금술의 ‘황(Sulphur, 유황)’ 원리와 연결시킨다. 황은 불타고 활동하며 팽창하는 성질을 지니며, 이는 세 번째 성질의 격렬한 운동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는 역동적인 힘과 유사하다. 또한, 그는 이 성질을 미각 중에서는 ‘쓴맛(bitterness)’ 또는 ‘강한 자극적인 맛’과 연결시키며, 그 고통스럽고 격렬한 성격을 강조한다. 이 세 번째 성질은 첫 번째 삼중주의 마지막 단계이자, 어둠의 세계가 그 절정에 이르는 지점이다. 이곳은 극도의 고통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창조와 빛의 탄생을 바로 눈앞에 둔 역동적인 전환의 순간이기도 하다.
종합하여 볼 때, 야콥 뵈메가 제시한 첫 번째 삼중주, 즉 처음 세 가지 자연 성질은 신적인 생명이 운그룬트(Ungrund)의 무한한 자유로부터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드러내기 시작하는 어둡고 격렬한 과정을 보여준다. 수렴과 자기 중심성의 첫 번째 성질, 확장과 고통스러운 운동의 두 번째 성질, 그리고 회전과 불안의 세 번째 성질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마치 하나의 드라마처럼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이 어둠의 세계는 그 자체로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다음에 이어질 빛의 세계를 위한 필수적인 기초이자 역동적인 준비 과정이다. 이 첫 번째 삼중주의 치열한 투쟁과 긴장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생명과 창조의 가능성이 잉태되는 것이다.
3.3. 번개(Blitz / Schrack): 어둠에서 빛으로의 전환점, 공포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의 전개 과정에서, 앞서 살펴본 첫 번째 삼중주(Ternary) 즉, 수렴(제1성질), 확장(제2성질), 그리고 회전/불안(제3성질)은 주로 ‘어둠의 세계(finstere Welt)’ 또는 ‘신의 분노(Zorn Gottes)’의 영역을 형성한다. 이 세 가지 성질은 서로 격렬하게 투쟁하며 극도의 긴장과 고통을 야기한다. 그러나 이 어둠과 혼란의 절정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극적인 전환점이 나타나는데, 뵈메는 이것을 네 번째 자연 성질인 ‘번개(Blitz, Lightning flash)’ 또는 ‘공포/충격(Schrack, terror/shock)’이라고 불렀다. 이 네 번째 성질은 마치 캄캄한 밤하늘을 가르는 번갯불처럼, 이전까지의 어둠을 깨뜨리고 새로운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순간을 상징한다. 이것은 일곱 자연 성질의 중심축이자, 어둠의 삼중주에서 빛의 삼중주로 넘어가는 역동적인 관문이다.
첫 번째 세 성질이 서로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회전 운동(제3성질)을 계속하다 보면, 그 긴장과 마찰은 마침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마치 활시위를 최대한 당겼을 때 화살이 엄청난 힘으로 쏘아져 나가거나, 구름 속의 음전하와 양전하가 극도로 쌓였을 때 강력한 번개가 내리치듯이, 이 첫 번째 삼중주의 격렬한 투쟁은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에너지의 방출, 즉 ‘번개(Blitz)’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압력솥 안에서 수증기의 압력이 계속 높아지다가 한계점을 넘어서면 갑자기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듯이, 또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강하게 마찰될 때 불꽃이 튀는 현상과 유사하게,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이 ‘번개’는 이전까지의 어둠과 혼란 속에서 응축되었던 모든 에너지가 한순간에 폭발하며 새로운 질서와 빛을 탄생시키는 순간이다. 이 ‘번개’는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한편으로는 그것은 이전까지의 어둠과 고통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공포(Schrack)’ 또는 ‘충격’의 순간이다. 마치 천둥 번개가 모든 것을 두려움에 떨게 하듯이, 이 순간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성 속으로 던져지는 듯한 공포감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파괴와 공포 속에서 새로운 ‘빛(Licht)’과 ‘생명(Leben)’이 탄생하는 창조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번개가 어둠을 가르고 세상을 밝히듯이, 이 네 번째 성질은 이전까지의 어둠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빛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뵈메는 이 ‘번개’ 또는 ‘공포’의 순간을 종종 ‘불(Feuer, Fire)’이라는 이미지와 연결하여 설명한다. 이 불은 단순히 파괴적인 불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정화하고 변형시키며 새로운 본질을 드러내는 ‘연금술적 불(alchemical fire)’과 같다. 대장장이가 쇠를 불에 달구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단단한 강철로 만들듯이, 이 네 번째 성질의 불은 이전까지의 어둠의 성질들 속에 갇혀 있던 신적인 생명의 불꽃을 해방시키고 그것을 순수한 빛으로 변화시킨다. 또한, 숲이 불에 탄 후 그 재가 오히려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거름이 되듯이, 이 불은 파괴를 통해 새로운 창조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이 불은 첫 번째 삼중주에서 나타났던 ‘어두운 불(finstere Feuer)’ 또는 ‘분노의 불(Zornfeuer)’과는 구별된다. 어두운 불이 주로 자기중심적이고 수축하며 파괴적인 성격을 지녔다면, 이 네 번째 성질의 불은 그 어둠을 뚫고 나와 빛을 생성하며, 모든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에너지이다. 이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횃불과 같아서, 이전까지의 혼란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방향과 희망을 제시한다.
이 네 번째 성질, 즉 ‘번개’ 또는 ‘불’의 순간을 통해 존재는 비로소 이전까지의 어둠과 고통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Freiheit, freedom)’를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세 성질이 주로 필연성과 고통의 지배 아래 있었다면, 이 네 번째 성질은 그러한 속박을 깨뜨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을 열어준다. 오랫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있던 사람이 갑자기 동굴 밖으로 나와 눈부신 햇빛을 처음 보았을 때 느끼는 해방감과 경이로움처럼, 그 순간 그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와 자유를 맛보게 될 것이다. 뵈메의 관점에서 이 네 번째 성질은 이와 유사하게, 영혼이 자기중심적인 어둠의 감옥에서 벗어나 신적인 빛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또한, 이 ‘번개’의 순간은 새로운 ‘인식(Erkenntnis, cognition 또는 perception)’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전까지 어둠 속에서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던 것들이 이 빛의 조명을 통해 비로소 그 본질과 의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치 번개가 순간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밝히 보여주듯이, 이 네 번째 성질은 존재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통찰을 얻도록 이끈다.
이 네 번째 자연 성질은 일곱 성질 전체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자 전환점이다. 이것은 앞선 세 가지 어둠의 성질들을 일단락짓고, 뒤이어 나타날 세 가지 빛의 성질들(빛, 소리, 형상)을 위한 길을 예비한다. 즉, ‘번개’ 또는 ‘불’은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모든 존재가 고통과 갈등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생명과 조화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네 번째 성질의 격렬함과 공포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기쁨과 사랑을 위한 통과의례와 같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빛과 자유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뵈메의 핵심적인 통찰 중 하나이다.
요약하자면, 야콥 뵈메의 일곱 자연 성질에서 네 번째 성질인 ‘번개(Blitz / Schrack)’는 첫 번째 어둠의 삼중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발생하는 극적이고 폭발적인 전환점이다. 이것은 이전까지의 어둠과 고통을 파괴하는 ‘공포’의 순간인 동시에, 새로운 빛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창조적인 ‘불’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 네 번째 성질을 통해 존재는 비로소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경험하고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며, 이어지는 빛의 삼중주를 향한 길이 열리게 된다. 이처럼 ‘번개’는 뵈메의 우주론에서 어둠에서 빛으로, 고통에서 기쁨으로, 그리고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생성 과정의 핵심적인 동력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3.4. 두 번째 삼중주(Ternary): 빛의 세계 (신의 사랑)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에서 네 번째 성질인 ‘번개(Blitz / Schrack)’는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넘어가는 극적인 전환점이었다. 이 격렬한 불의 순간을 통해 이전까지의 혼란과 고통은 정화되고, 새로운 창조와 생명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제 이 ‘번개’ 이후에 나타나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그리고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함께 ‘두 번째 삼중주(Ternary)’를 형성하며, 이는 주로 ‘빛의 세계(lichte Welt)’ 또는 ‘신의 사랑(Liebe Gottes)’의 영역을 나타낸다. 이 빛의 세계는 첫 번째 어둠의 삼중주와는 대조적으로, 조화와 기쁨, 사랑과 지혜, 그리고 궁극적인 완성과 통일의 특성을 지닌다.
이 두 번째 삼중주는 첫 번째 삼중주의 격렬한 투쟁과 고통을 통해 비로소 드러날 수 있었던 신적인 생명의 밝고 긍정적인 측면이다. 어둠이 없이는 빛의 가치를 알 수 없듯이, 이 빛의 세계는 어둠의 세계와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그 의미와 아름다움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제 이 빛의 세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성질 각각의 특징과 의미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3.4.1. 제5성질: 빛(Licht), 사랑, 부드러움 (열)
네 번째 성질인 ‘번개(Blitz)’ 또는 ‘불(Feuer)’이 어둠을 깨뜨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연 직후, 다섯 번째 자연 성질인 ‘빛(Licht, Light)’이 나타난다. 이 빛은 단순히 어둠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모든 존재에게 생명과 기쁨, 그리고 사랑을 가져다주는 근원적인 신적인 에너지이다. 이것은 마치 격렬한 불꽃이 안정되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빛과 열기를 발산하는 것과 같다.
이 다섯 번째 성질의 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모든 존재는 이 빛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참된 모습을 드러내고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식물이 햇빛을 받아야 자라나고 꽃을 피울 수 있듯이, 모든 영적인 존재 역시 이 신적인 빛을 받아야 참된 생명을 얻고 성장할 수 있다. 캄캄한 방에 촛불을 켜면 그 작은 빛 하나가 방 전체를 밝히고 따뜻하게 만들며 방 안의 사물들을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처럼,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이 다섯 번째 성질의 빛은 이전까지 어둠과 혼란 속에 있던 존재들에게 명료한 인식과 따뜻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빛은 동시에 ‘사랑(Liebe, Love)’과 ‘부드러움(Sanftmut, gentleness 또는 meekness)’의 성질을 지닌다. 첫 번째 삼중주의 어둡고 격렬한 힘들이 주로 자기중심적이고 수축하며 서로 투쟁하는 성격을 지녔다면, 이 다섯 번째 성질의 빛은 모든 것을 감싸 안고 포용하며 서로 조화롭게 관계 맺도록 하는 사랑의 힘이다. 이 사랑은 이전의 고통과 갈등을 치유하고,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줄 수 있도록 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부드럽게 안아주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볼 때 아기가 안정감과 사랑을 느끼며 평화롭게 잠들 수 있듯이, 이 다섯 번째 성질의 빛과 사랑은 모든 존재에게 안전함과 평화, 그리고 깊은 연결감을 제공한다. 또한, 봄 햇살이 얼어붙은 땅을 부드럽게 녹여 새싹이 돋아나도록 하듯이, 이 사랑의 빛은 굳어지고 닫혔던 마음을 열고 새로운 관계와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
뵈메는 이 다섯 번째 성질을 종종 ‘열(Wärme, warmth 또는 heat)’ 또는 ‘달콤한 물(süßes Wasser)’과 같은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는 이 성질이 차갑고 건조했던 이전의 상태를 녹이고, 모든 존재에게 부드러운 생명수와 같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함을 의미한다. 이 다섯 번째 성질은 두 번째 삼중주의 시작으로서, 진정한 기쁨과 조화, 그리고 신적인 사랑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세계의 문을 열어젖힌다.
3.4.2. 제6성질: 소리(Schall), 말씀, 분별, 지성 (형상)
다섯 번째 성질인 ‘빛(Licht)’과 ‘사랑(Liebe)’이 모든 존재에게 생명과 따뜻함을 부여한 후, 여섯 번째 자연 성질인 ‘소리(Schall, Sound 또는 Tone)’ 또는 ‘말씀(Wort, Word)’이 나타난다. 이 성질은 빛의 세계 안에서 다양한 소리와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며, 각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하고 서로 교통하며 의미를 나누는 차원을 나타낸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소리가 아니라, 각 존재의 내적인 본질과 지혜가 드러나는 ‘영적인 언어’ 또는 ‘신적인 멜로디’와 같다.
이 여섯 번째 성질은 다양한 소리들을 통해 각 존재가 서로 구별되고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분별(Unterschied, distinction 또는 differentiation)’의 원리이다. 빛이 모든 것을 하나로 비추는 통일성의 측면을 강조한다면, 소리는 그 빛 안에서 각 존재가 지닌 고유한 특성과 개별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다양한 악기들이 각기 다른 음색과 멜로디를 연주할 때 우리가 각 악기의 소리를 구별하여 인식할 수 있듯이, 그러나 이 다양한 소리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더욱 풍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이 여섯 번째 성질은 우주 만물이 각자의 고유한 ‘목소리’ 또는 ‘노래’를 가지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이루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 ‘소리’는 또한 ‘말씀(Wort)’ 또는 ‘지성(Verstand, understanding 또는 intellect)’과 연결된다. 각 존재는 이 여섯 번째 성질을 통해 자신의 내적인 의미와 지혜를 표현하고 다른 존재들과 소통하며,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게 된다. 이것은 마치 신적인 지혜(Sophia, 소피아)가 다양한 소리와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목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이해하듯이, 이 여섯 번째 성질은 모든 존재가 서로 의미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고, 더 나아가 우주 전체의 질서와 조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적인 빛’ 또는 ‘깨달음의 소리’와 같다. 뵈메는 이 성질을 통해 인간이 자연 만물의 ‘표상(Signatura)’을 읽어내고 그 안에 담긴 신적인 지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뵈메는 이 여섯 번째 성질을 종종 ‘형상(Gestalt, form 또는 figure)’ 또는 ‘다양한 색깔(vielfältige Farben)’과 같은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는 빛이 다양한 색깔로 분화되듯이, 신적인 생명이 이 여섯 번째 성질을 통해 무한히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냄을 의미한다. 이 여섯 번째 성질은 빛의 세계에 풍부함과 다양성, 그리고 지적인 명료성을 더해주며, 모든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현하도록 이끈다.
3.4.3. 제7성질: 본질(Wesenheit), 형상, 왕국, 영원한 자연 (소피아의 몸)
마침내 두 번째 삼중주의 마지막이자 일곱 자연 성질 전체의 완성 단계인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이 나타난다. 뵈메는 이 성질을 ‘본질(Wesenheit, essentiality 또는 substantiality)’, ‘형상(Gestalt 또는 Figuration, figuration 또는 embodied form)’, ‘왕국(Reich, kingdom)’, 또는 ‘영원한 자연(ewige Natur, eternal nature)’이라고 부른다. 이 일곱 번째 성질은 앞선 여섯 가지 성질들이 모두 조화롭게 통합되어 하나의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실재, 즉 신적인 지혜인 ‘소피아(Sophia)의 몸(Leib der Sophia, body of Sophia)’ 또는 ‘하나님의 나라(Königreich Gottes, Kingdom of God)’를 이루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 일곱 번째 성질은 모든 존재가 자신의 완전한 본질을 드러내고 영원한 형상을 갖추는 단계이다. 이전까지의 과정이 주로 역동적인 운동과 변화의 과정이었다면, 이 마지막 단계는 모든 것이 안정되고 완성되며 영원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상태이다. 이것은 마치 씨앗이 자라나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한 건축가가 훌륭한 설계도에 따라 모든 건축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완성했을 때 그 건물이 건축가의 모든 지혜와 노력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듯이,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이 일곱 번째 성질은 신적인 지혜와 사랑이 모든 창조 과정의 역동적인 운동을 거쳐 마침내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형태로 드러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일곱 번째 성질은 또한 모든 존재가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며 신의 통치를 받는 ‘하나님의 나라’ 또는 ‘영원한 자연’을 형성한다. 이곳은 더 이상 어둠이나 고통, 갈등이 없는 완전한 평화와 기쁨,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모든 피조물은 이곳에서 자신의 참된 본성을 실현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신의 영광을 찬양한다. 아름다운 정원에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 그리고 새와 동물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듯이, 이 정원이 마치 하나의 작은 왕국처럼 질서와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듯이, 뵈메가 말하는 일곱 번째 성질의 ‘왕국’은 이보다 훨씬 더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상태로, 모든 존재가 신적인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어 영원한 기쁨을 누리는 이상적인 공동체이다.
뵈메는 이 일곱 번째 성질을 종종 ‘소피아의 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적인 지혜인 소피아가 이 마지막 단계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완전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냄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모든 창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완성으로서, 신적인 생명이 자신을 완전히 표현하고 영광을 받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야콥 뵈메가 제시한 두 번째 삼중주, 즉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신적인 생명이 어둠과 고통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빛과 사랑, 지혜와 조화, 그리고 궁극적인 완성에 이르는 영광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 빛과 사랑의 다섯 번째 성질, 소리와 분별의 여섯 번째 성질, 그리고 본질과 형상의 일곱 번째 성질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처럼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하나님의 나라’라는 완전한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이 빛의 세계는 뵈메 사상의 낙관주의적인 면모와 우주적인 구원에 대한 그의 깊은 소망을 잘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과 희망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3.5. 제7성질: 본질(Wesenheit), 형상, 왕국, 영원한 자연 (소피아의 몸)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의 여정은 마침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성질에 도달하며 그 정점을 이룬다. 앞서 두 번째 삼중주(Ternary)의 다섯 번째 성질인 ‘빛(Licht)’과 여섯 번째 성질인 ‘소리(Schall)’ 또는 ‘말씀(Wort)’이 신적인 사랑과 지혜, 그리고 다양한 형태와 분별을 드러냈다면, 이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이전의 모든 성질들을 포괄하고 완성하여 하나의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실재를 형성한다. 뵈메는 이 마지막 성질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본질(Wesenheit, essentiality 또는 substantiality)’, ‘형상(Gestalt 또는 Figuration, figuration 또는 embodied form)’, ‘왕국(Reich, kingdom)’, 그리고 ‘영원한 자연(ewige Natur, eternal nature)’이다. 특히 그는 이 일곱 번째 성질을 신적인 지혜인 ‘소피아(Sophia)의 몸(Leib der Sophia, body of Sophia)’이라고 묘사하며, 모든 창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신적인 아름다움과 완전성이 구현된 상태임을 강조한다.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이전의 여섯 가지 성질들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 온 결과, 마침내 안정되고 구체적인 ‘본질’ 또는 ‘실체(substance)’를 갖추게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은 더 이상 변화하거나 불안정한 과정이 아니라, 각 존재가 자신의 완전한 ‘형상’ 또는 ‘모습’을 갖추고 그 고유한 본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완성의 상태이다. 한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작업하여 마침내 하나의 완벽한 조각 작품을 완성했을 때 그 조각 작품이 작가의 모든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노력이 구체적인 형태로 응축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듯이, 그리고 그 작품이 더 이상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지닌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서 존재하듯이,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일곱 번째 성질은 신적인 생명이 모든 생성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자신의 영광스러운 본질과 완전한 형상을 드러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모든 존재는 자신의 고유한 목적과 의미를 완전히 실현하며, 더 이상 이전 단계들에서 겪었던 긴장이나 갈등, 또는 불완전함에 시달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그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또한 모든 존재가 서로 완벽한 조화와 통일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님의 나라(Königreich Gottes, Kingdom of God)’ 또는 ‘영원한 자연(ewige Natur)’을 형성한다. 이곳은 더 이상 어둠이나 고통, 분열이 없는 완전한 평화와 기쁨,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찬 이상적인 세계이다. 모든 피조물은 이 ‘왕국’ 안에서 각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현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에 기여하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교향곡을 연주한다.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 새와 나비들이 각자의 모습과 소리로 생명력을 뽐내면서도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듯이, 이 정원이 마치 질서와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력으로 가득 찬 작은 ‘왕국’과 같듯이, 뵈메가 말하는 일곱 번째 성질의 ‘왕국’ 또는 ‘영원한 자연’은 이보다 훨씬 더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상태로, 모든 존재가 신적인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어 영원한 기쁨과 교제를 누리는 이상적인 공동체이다. 이 ‘영원한 자연’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물질적인 자연과는 구별된다. 그것은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영적인 실재이며, 모든 창조물의 이상적인 원형이자 궁극적인 목적지이다.
뵈메는 이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을 특히 ‘소피아(Sophia)의 몸(Leib der Sophia)’이라고 부르며,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설명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피아는 신적인 지혜이자 모든 창조의 이상적인 계획을 담고 있는 ‘신의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이 일곱 번째 성질은 바로 이 추상적이고 잠재적인 상태에 있던 신적인 지혜, 소피아가 마침내 구체적이고 완전한 ‘몸’ 또는 ‘형상’을 입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건축가의 머릿속에 있던 훌륭한 건물에 대한 아이디어(소피아의 영)가 실제 자재와 기술을 통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소피아의 몸)로 완성되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듯이, 이때 건물은 건축가의 보이지 않는 지혜와 계획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보이지 않는 신적인 지혜와 사랑이 모든 창조 과정을 통해 마침내 완전하고 아름다운 실재로 구현된 상태, 즉 ‘소피아의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피아의 몸’은 모든 창조물의 영광스러운 변형(transfiguration)이자 신적인 완전성의 구현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신의 지혜를 반영하며, 어떤 어둠이나 왜곡도 없이 신적인 빛과 사랑으로 충만하다. 뵈메는 인간의 구원이란 궁극적으로 이 ‘소피아의 몸’에 참여하여 그녀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타락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신적인 지혜와 순수성을 회복하고, 마치 그리스도가 자신의 영광스러운 몸으로 부활했듯이, 우리 역시 새롭고 영적인 몸을 입어 이 영원한 자연과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일곱 성질 전체의 여정의 끝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완전한 형상과 본질을 드러내고 영원한 조화 속에 안식하게 되지만, 이 안식은 단순한 정지나 소멸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과 기쁨을 생성하는 역동적인 평화이다. 일곱 성질은 마치 원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지막 성질은 다시 첫 번째 성질의 새로운 차원의 발현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뵈메의 우주론에서 모든 생성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완성된 상태를 나타낸다. 이곳은 신적인 지혜와 사랑이 완전히 구현된 ‘하나님의 나라’이며, 모든 피조물이 자신의 참된 본성을 실현하고 영원한 기쁨과 평화를 누리는 곳이다.
야콥 뵈메가 제시한 일곱 번째 자연 성질은 그의 우주론과 구원론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본질’, ‘형상’, ‘왕국’, ‘영원한 자연’, 그리고 ‘소피아의 몸’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마지막 단계는, 이전의 모든 역동적인 생성 과정을 거쳐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완전한 조화와 통일, 그리고 신적인 영광의 상태를 나타낸다. 이 일곱 번째 성질에 대한 이해는 뵈메 사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인간 존재의 희망을 밝혀주며, 우리로 하여금 모든 존재가 참여하게 될 영원한 생명과 기쁨의 세계를 미리 맛보게 한다. 그의 통찰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영원한 실재에 대한 깊은 갈망을 일깨우며, 모든 창조물이 그 안에서 자신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3.6. 일곱 성질과 세 가지 원리(Drei Prinzipien)의 관계
지금까지 야콥 뵈메(Jacob Boehme)의 우주론에서 핵심적인 두 가지 개념, 즉 ‘일곱 자연 성질(Sieben Quellgeister / Natureigenschaften)’과 ‘세 가지 원리(Drei Principien)’를 각각 살펴보았다. 일곱 자연 성질은 신적인 생명이 운그룬트(Ungrund)로부터 발현되어 나오는 일곱 단계의 역동적인 과정이며, 세 가지 원리는 모든 존재가 그 안에서 생성되고 활동하는 세 가지 근원적인 실재의 차원(어둠의 세계, 빛의 세계, 외적 세계)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뵈메의 사상 체계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되는 것일까? 이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복잡한 우주론과 신학을 더욱 깊이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The Life and Doctrines of Jacob Boehme" (101494017.pdf)의 색인에는 "Three principles, 136, 197, 291"과 "Seven qualities or properties, or fountain spirits" (251-294페이지에 걸친 상세 설명) 항목이 모두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어, 이 두 개념의 상호 연관성을 탐구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일곱 자연 성질은 세 가지 원리가 정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일곱 성질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각 원리가 생성되고 그 특징을 드러내며 서로 관계 맺는다고 본다. 즉, 일곱 자연 성질은 세 가지 원리가 ‘살아 움직이는 방식’이자, 각 원리가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펼쳐내는 ‘내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원리(어둠의 세계, 아버지의 성질)는 주로 어둡고 수축하며 격렬한 ‘신의 분노(Zorn Gottes)’ 또는 ‘분노의 불(Zornfeuer)’의 성격을 지닌다. 이 첫 번째 원리는 일곱 자연 성질 중 처음 세 가지 성질, 즉 제1성질 (수렴, 자기 갈망, 소금 Sal), 제2성질 (확장, 고통스러운 운동, 수은 Mercurius), 그리고 제3성질 (회전, 불안, 황 Sulphur)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그 특징을 드러낸다. 제1성질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안으로 끌어당기고 응축시키는 수축적인 힘으로, 첫 번째 원리의 자기중심성과 어둠의 토대를 형성한다. 제2성질은 이 수축에 저항하며 밖으로 나아가려는 확장적인 힘으로, 첫 번째 원리 안에 내재된 고통과 갈등의 시작을 알린다. 제3성질은 이 두 상반된 힘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회전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첫 번째 원리의 격렬함과 혼란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처음 세 성질의 드라마는 곧 첫 번째 원리인 어둠의 세계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그 내적인 역동성을 펼쳐내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두 번째 원리(빛의 세계, 아들의 성질)는 첫 번째 원리의 어둠을 극복하고 신적인 ‘빛(Licht)’과 ‘사랑(Liebe)’을 드러내는 영역이다. 이 두 번째 원리는 일곱 자연 성질 중 제4성질 (번개/불, Blitz/Feuer)과 제5성질 (빛, 사랑, 부드러움)을 통해 그 본질을 나타낸다. 제4성질은 첫 번째 삼중주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마치 번개처럼 터져 나오는 극적인 전환점으로, 어둠을 깨뜨리고 빛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이다. 이것은 첫 번째 원리의 분노의 불이 정화되고 변형되는 순간을 상징하며, 두 번째 원리가 시작되는 문턱이다. 제5성질은 이 불의 순간 이후에 나타나는 순수한 빛과 사랑, 그리고 부드러움의 힘이다. 이것은 두 번째 원리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모든 존재에게 생명과 기쁨, 그리고 조화를 가져다준다.
세 번째 원리(외적 세계, 성령의 성질)는 앞의 두 원리(어둠과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현현된 세계(offenbarte Welt)’ 또는 ‘생성된 자연(geschaffene Natur)’이다. 이 세 번째 원리는 일곱 자연 성질 중 제6성질 (소리, 말씀, 분별, 형상)과 제7성질 (본질, 형상, 왕국, 영원한 자연, 소피아의 몸)을 통해 그 다양성과 완전성을 드러낸다. 제6성질은 빛의 세계 안에서 다양한 소리와 목소리, 그리고 구체적인 형태와 분별이 나타나는 단계이다. 이것은 신적인 지혜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각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제7성질은 이전의 모든 성질들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실재, 즉 ‘하나님의 나라(Königreich Gottes)’ 또는 ‘소피아(Sophia)의 몸’을 이루는 완성의 단계이다. 이것은 세 번째 원리가 그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내는 상태이다.
뵈메는 이 일곱 자연 성질이 단지 세 가지 원리를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세 가지 원리가 형성된 후에도 각 원리 안에서 이 일곱 성질 전체가 다시 그 원리의 고유한 방식에 따라 작용한다고 본다. 즉, 첫 번째 원리인 어둠의 세계 안에도 그 나름의 일곱 성질의 순환이 있고, 두 번째 원리인 빛의 세계 안에도 그 빛의 방식에 따른 일곱 성질의 전개가 있으며, 세 번째 원리인 외적 세계 안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곡 전체(세 가지 원리가 통합된 세계) 안에는 빠르고 격렬한 부분(첫 번째 원리의 영향), 부드럽고 아름다운 부분(두 번째 원리의 영향),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부분(세 번째 원리의 영향)이 있을 수 있듯이, 그리고 각각의 부분 안에서도 다시 미세한 리듬의 변화, 음량의 변화, 멜로디의 발전 등(마치 일곱 성질의 작은 순환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뵈메의 우주론은 단순한 선형적인 발전 모델이 아니라 마치 프랙탈(fractal) 구조처럼 전체와 부분이 서로 닮아있고 각 부분 안에 전체의 구조가 반복되는 복잡하고 유기적인 모습을 띤다. 일곱 자연 성질은 세 가지 원리를 생성하는 동시에, 각 원리의 내적인 생명력과 역동성을 부여하는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일곱 성질과 세 가지 원리의 관계는 거시적인 우주뿐만 아니라, 소우주(microcosm)인 인간 영혼 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간 영혼 역시 세 가지 원리(타락한 본성, 신적인 빛의 가능성, 그리고 외적인 삶)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원리 안에서 일곱 자연 성질이 끊임없이 작용하며 인간의 생각과 감정, 의지를 형성하고 내적인 투쟁과 성장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분노(첫 번째 원리의 발현)를 느낄 때 그 안에는 자기중심적인 수축(제1성질), 밖으로 표출하려는 충동(제2성질), 내적인 갈등과 불안(제3성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는 이러한 어둠을 극복하고 사랑과 평화(두 번째 원리, 제5성질)를 회복하려는 갈망과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적인 성장이란 바로 이러한 내면의 다양한 힘들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인식하고, 빛의 원리가 어둠의 원리를 조화롭게 다스리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야콥 뵈메의 사유 안에서 ‘일곱 자연 성질’과 ‘세 가지 원리’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일곱 자연 성질은 세 가지 원리가 생성되고 그 특징을 드러내는 역동적인 과정 그 자체이며, 동시에 각 원리의 내적인 생명력과 활동 방식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힘들이다. 이 두 개념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복잡한 우주론과 신학, 그리고 인간론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그의 사상이 지닌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뵈메는 이 두 가지 틀을 통해 신적인 생명이 어떻게 규정할 수 없는 운그룬트로부터 발현되어 나와 다양한 세계와 존재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을 완전한 조화와 통일로 이끌어가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