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프리메이슨 음모를 살피다

by 이호창

서문: 닫힌 문을 여는 열쇠


우리는 수많은 정보가 빛의 속도로 명멸(明滅)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의식의 표면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데이터의 파편들로 소란스럽지만, 우리의 영혼은 그 소음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공허감에 시달리고는 합니다. 마치 잘 닦인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보듯, 우리는 세상을 선명하게 본다고 믿지만 그 실체에는 결코 손을 대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질문이 조용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집니다. 이 눈에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는 과연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할 때, 인류의 상상력 속에서 하나의 이름이 마치 오랜 유령처럼 떠오릅니다. 그 이름은 바로 프리메이슨 (Freemasonry)입니다. 이 단어는 듣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파장을 일으킵니다. 어떤 이에게는 세계의 금융과 정치를 비밀리에 조종하며 신세계질서 (New World Order)를 꿈꾸는 그림자 정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 그려진 미완의 피라미드와 '전시안(AllSeeing Eye)'을 그들의 상징으로 지목하며, 인류의 역사를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온 거대한 음모의 주체로 인식합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와 소설, 영화는 이러한 신비롭고 위협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재생산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러나 이 거울의 반대편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프리메이슨 회원들, 즉 메이슨 (Mason)들은 스스로를 '형제애, 구제, 진리'라는 세 가지 위대한 원칙 아래 모인 도덕적 탐구자들의 모임으로 정의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징인 직각자 (Square)와 컴퍼스 (Compasses)가 각각 지상에서의 윤리적 삶과 정신적 열망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 있는 미완성의 '거친 돌 (Rough Ashlar)'을 이성과 덕으로 깎고 다듬어, 사회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완벽한 돌 (Perfect Ashlar)'로 만들어가는 영적인 건축 작업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자선 활동에 힘쓰고, 종교와 정치적 신념을 넘어선 인류애를 추구하며, 이성적 토론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형제들의 단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두 개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극단적이어서, 마치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조직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쪽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 집단이며, 다른 한쪽은 도덕적 자기 완성을 추구하는 박애 단체입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프리메이슨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입니까, 아니면 악마의 가면을 쓴 박애주의자입니까? 어쩌면 진실은 이 양자택일의 질문 자체를 넘어서는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기 전에, '왜 이토록 극단적인 오해와 상반된 이미지가 수백 년 동안 공존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인식의 심연이야말로 우리가 탐사해야 할 진정한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 책, 『프리메이슨의 음모와 사상』은 바로 이 인식의 심연을 탐험하기 위해 그려진 정밀한 지도이자,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만들어진 단단한 열쇠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프리메이슨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거나, 혹은 선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변호사도, 검사도 아닌, 역사의 현장에 남겨진 무수한 증거와 상징의 파편들을 줍고 맞추어 그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려는 지적 고고학자 (Intellectual Archaeologist)의 입장에 서고자 합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넘어, 프리메이슨이라는 현상이 서양 정신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왜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그토록 강렬한 울림 (Resonance)을 주는지를 심층적으로 해부하는 데 있습니다.


이 장대한 지적 탐험을 위해, 저희는 책의 구조를 다섯 개의 유기적인 부분으로 구성했습니다.


제1부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역사'에서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중세 시대 돌을 다루던 석공들의 길드 (Guild)에서 어떻게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현대 프리메이슨이 탄생했는지를 추적합니다. 이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우리가 앞으로 세워나갈 거대한 건축물의 가장 단단한 토대를 놓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제2부 '프리메이슨의 철학과 에소테리즘'에서는 조직의 외부에서 내부로, 그들의 비밀스러운 의식과 상징의 성소(聖所)로 들어갑니다. 직각자와 컴퍼스, 알파벳 'G'와 같은 상징들이 어떻게 헤르메스주의 (Hermeticism), 카발라 (Kabbalah), 연금술 (Alchemy)과 같은 고대의 지혜 전통과 깊이 연결되는지를 밝혀낼 것입니다. 이곳은 프리메이슨의 정신적 심장부이며, 그들의 사상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제3부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기원과 실체'에서는 다시 빛의 세계에서 그림자의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격랑 속에서 어떻게 프리메이슨이 일루미나티 (Illuminati)와 혼동되기 시작했으며, 존 로비슨 (John Robison)과 같은 인물들에 의해 체계적인 음모론의 주체로 지목되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이는 음모론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해부학적 분석입니다.


제4부 '기독교와 프리메이슨: 악마 숭배 논쟁'에서는 가장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비판에서부터, 일부 개신교계에서 제기하는 '악마 숭배' 혐의의 기원과 논리를 검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안톤 라베이 (Anton LaVey)로 대표되는 현대 사탄교 (Satanism) 및 루시퍼리안 (Luciferianism)의 실제 철학과 비교함으로써, 둘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와 의도적인 왜곡을 명확하게 분리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5부 '프리메이슨의 현대적 맥락과 미래'에서는 과거의 유령에서 살아있는 현재로 돌아옵니다. 디지털 시대에 프리메이슨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며 어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조망하며 우리의 긴 여정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독자들께서는 저희가 어떤 나침반과 지도를 사용하여 이 험난한 바다를 항해했는지 궁금해하실 것입니다. 저희의 연구 방법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비판적 종합'과 '비교 분석'에 그 기반을 둡니다. 저희는 프리메이슨의 내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앨버트 파이크 (Albert Pike)의 기념비적인 저작 『도덕과 교의, Morals and Dogma』를 깊이 탐독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을 비판하는 외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존 로비슨 (John Robison)의 저작과 교황청의 공식 문헌들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또한 프리메이슨의 사상적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저희는 헤르메스주의와 영지주의 (Gnosticism)의 원전들을 탐구했으며, 헬레나 블라바츠키 (Helena Blavatsky)의 『비밀 교리, The Secret Doctrine』와 같은 근대 에소테리즘의 거대한 산맥과 프리메이슨의 사상을 비교 조망했습니다. 악마 숭배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안톤 라베이의 『사탄의 성서, The Satanic Bible』를 직접 분석하여 뜬소문이 아닌 실제 철학에 근거하여 논지를 전개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바우터르 하네흐라프 (Wouter Hanegraaff)의 『서양 에소테리즘과 영지주의 사전, Dictionary of Gnosis & Western Esotericism』은 우리의 개념이 길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믿음직한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즉, 저희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기 위해 숲 전체를 조망하고, 다시 숲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를 세심하게 살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 책은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무수한 소문과 단편적인 정보들을 꿰뚫어, 프리메이슨이라는 현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 책을 덮을 때, 당신은 '프리메이슨은 선한가, 악한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서양 정신사의 가장 비밀스러운 방 하나를 열어젖힐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당신은 비단 프리메이슨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이는 세계 너머의 의미를 갈망해왔으며, 그 갈망이 때로는 위대한 철학을, 때로는 위험한 오해를 낳았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저희와 함께 이 지적 탐험의 첫걸음을 내디뎌 주시길 바랍니다.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우리 세계의 표면 바로 아래 숨겨져 있던 거대한 의미의 건축물을 탐사하는 장대한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