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기독교의 프리메이슨 비판
신성모독의 그림자
제4부: 기독교와 프리메이슨: 악마 숭배 논쟁
제12장: 기독교의 프리메이슨 비판: 신성모독의 그림자
12.1 교황의 교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 단죄
프리메이슨을 향한 기독교의 비판이 앞서 살펴 보았던, 레오 탁실 (Léo Taxil)의 선정적인 폭로나 음모론자들의 광적인 주장 속에서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체계적인 신학적 단죄의 역사가 있으며, 그 모든 것의 시작점에는 바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최고 권위, 즉 교황의 공식적인 선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738년 4월 28일, 교황 클레멘스 12세 (Clement XII)가 반포한 교서(敎書) 『인 에미넨티 아포스톨라투스, In Eminenti Apostolatus』는, 프리메이슨이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첫 번째 공식적인 답변이자, 이후 거의 300년 동안 이어질 기나긴 적대 관계의 서막을 연 역사적인 문서입니다. 이 교서는 프리메이슨을 악마 숭배 집단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이유에서, 프리메이슨의 사상이 가톨릭 신앙의 핵심과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선언한, 하나의 강력한 신학적 경고였습니다.
이 교서가 반포된 18세기 중반의 유럽은,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계몽주의의 빛이 교회의 오랜 권위를 위협하던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프리메이슨 로지는 바로 이 새로운 시대정신의 가장 성공적인 전초기지였습니다. 그 안에서는 국적과 계급을 넘어선 사람들이 모였고, 무엇보다도 종교의 벽을 넘어선 형제애가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톨릭 교회는 프리메이슨에게서 두 가지 치명적인 신학적 위협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 위협은 바로 자연주의 (Naturalism)입니다. 가톨릭 신학에서 인간의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신의 은총, 즉 초자연적인 계시(Supernatural Revelation)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인간이 특정 종교의 계시가 아닌, 자신의 타고난 이성과 도덕률, 즉 자연법 (Natural Law)만으로도 선량한 삶을 살고 자기 완성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교회의 눈에 이것은 신의 은총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인간의 이성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교만하고도 위험한 인본주의 사상이었습니다. 그들은 프리메이슨이 구원의 길을 교회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암시함으로써, 인류를 위한 예수의 유일한 희생과 교회의 신성한 권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이자 더욱 직접적인 위협은 종교적 무차별주의 (Religious Indifferentism)였습니다. 프리메이슨 로지는 가톨릭 신자든, 개신교 신자든, 유대인이든, 심지어는 이신론자(Deist)든, '우주의 위대한 건축가'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모두를 동등한 형제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 (Extra Ecclesiam nulla salus)"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톨릭 교회에게, 이러한 관용은 진리에 대한 배신이자, 모든 종교가 결국에는 똑같다고 말하는 치명적인 오류였습니다. 진정한 종교와 이단적인 믿음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두지 않는 프리메이슨의 태도는, 가톨릭 교회가 인류에게 제시하는 유일하고 참된 구원의 길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격하시키는 행위로 비쳤습니다. 그들에게 프리메이슨의 관용은 미덕이 아니라, 진리를 상대화시키고 영혼을 위험에 빠뜨리는 신앙의 무관심일 뿐이었습니다.
또한, 『인 에미넨티, In Eminenti』는 프리메이슨의 비밀 맹세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신자는 오직 신과 교회 앞에서만 절대적인 맹세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국가나 교회의 권위가 미치지 않는 비밀스러운 의식 속에서, 그 내용조차 알 수 없는 맹세를 통해 서로에게 묶여 있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비밀 맹세가 신자들을 교회의 정당한 권위로부터 이탈시키고, 국가의 법률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이중 충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클레멘스 12세의 교서는 프리메이슨을 향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전쟁 선포와도 같았습니다. 이 교서 이후, 후대의 교황들은 거의 20차례에 걸쳐 프리메이슨에 대한 단죄를 반복하고 재확인했습니다. 이 공식적인 단죄는, 훗날 레오 탁실과 같은 이들이 만들어낼 '악마 숭배'라는 선정적인 비난에 신학적인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교회가 이미 '이단'으로 규정한 조직이라면, 그들이 비밀스러운 로지 안에서 악마를 숭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대중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과 신학의 가장 근본적인 충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2.2 바포메트의 기원: 성전 기사단의 잃어버린 우상
오늘날 프리메이슨과 악마 숭배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시각적 상징인 바포메트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프리메이슨이 탄생하기 약 400년 전, 중세 유럽을 호령했던 가장 강력하고도 부유했던 기사 수도회, 성전 기사단 (Knights Templar)의 비극적인 몰락과 함께 시작됩니다. 십자군 전쟁의 성지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이 '그리스도의 가난한 기사들'은, 2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막대한 부와 토지, 그리고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강력한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교황에게만 충성을 맹세하는 사실상의 독립적인 초국가적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눈부신 성공이, 그들을 파멸로 이끌게 될 가장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수천 명의 성전 기사단원들이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 (Philip IV)의 비밀 명령에 의해 일제히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던 필리프 왕에게, 성전 기사단의 엄청난 부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몰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단순한 채무 불이행자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뒤흔드는 끔찍한 죄를 저지른 이단 (Heretic)임을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바로 이 정치적, 경제적 필요에 의해,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도 잔혹한 마녀사냥의 막이 오르게 됩니다.
왕의 재판관들과 도미니크 수도회의 이단 심문관들은, 체포된 기사들을 상대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혐의를 씌웠습니다. 그들은 기사단이 입단식에서 십자가에 침을 뱉고 그리스도를 부정하도록 강요했으며, 동성애와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고, 심지어는 비밀스러운 우상을 숭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비밀 우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이전의 그 어떤 역사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묘하고도 이국적인 단어, '바포메트'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기사들은 '바포메트'라 불리는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의 머리 형상을 숭배하며, 그것에 입을 맞추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부와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이단 혐의와 고문 속에서 강요된 자백: 그들은 정말로 수염 난 머리를 숭배했는가?
체포된 기사단원들은 왕국의 가장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갇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들의 발은 불에 지져졌고, 뼈는 부서졌으며,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이 지옥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수많은 기사들은 심문관들이 원하는 바로 그 대답, 즉 자신들이 이단이었으며 바포메트라는 우상을 숭배했다는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부 기사들은 그 우상이 끔찍한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기사들은 그것이 세 개의 얼굴을 가진 모습이었다고 말하는 등, 그들의 자백은 일관성이 없었으며 고문의 강도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곤 했습니다.
성전 기사단의 마지막 총단장이었던 자크 드 몰레 (Jacques de Molay) 역시, 처음에는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혐의를 인정했지만, 마침내 공개 재판정에서 자신의 모든 자백이 거짓이었음을 선언하고 기사단의 명예를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용감한 저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1314년, 그는 파리의 센 강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화형에 처해졌고, 불길 속에서 자신들을 파멸시킨 필리프 왕과 교황 클레멘스 5세를 신의 법정으로 소환하겠다는 저주를 남기고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로 '수염 난 머리'를 숭배했을까요? 일부 현대 연구가들은 이 '머리'가, 기사단이 성지에서 비밀리에 보관해왔다는 토리노의 수의 (Shroud of Turin)에 나타난 예수의 얼굴이거나, 혹은 세례 요한의 두상과 같은 성유물(聖遺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압수된 기사단의 재산 목록 그 어디에서도, 그들이 숭배했다는 바포메트 우상의 실물은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적 관점에서의 진실: 바포메트는 실재했는가, 아니면 조작된 혐의였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주류 역사학자들은, 성전 기사단이 숭배했다는 바포메트라는 우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오직 필리프 왕의 탐욕과 이단 심문관들의 광기가 만들어낸 완벽한 조작이자 허구였다고 결론 내립니다. '바포메트'라는 단어 자체도, 당시 유럽인들이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Mahomet)'를 라틴어로 잘못 음차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즉, 심문관들은 십자군 전쟁의 영웅이었던 성전 기사단이, 사실은 자신들의 진정한 적인 이슬람의 신을 비밀리에 숭배했다는, 당시로서는 가장 충격적이고 신성모독적인 혐의를 만들어내려 했던 것입니다.
바포메트는 실제 하는 악마나 우상이 아니라, 하나의 강력한 군사 조직을 파멸시키기 위해 정치권력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적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텅 비어있는 기호, 즉 실체 없는 이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바포메트라는 이름은 이후 수백 년 동안 후대의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상상과 공포를 투사할 수 있는 완벽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500년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 19세기 프랑스의 한 오컬티스트의 손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여, 마침내 프리메이슨의 문을 두드리게 될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12.3 엘리파스 레비의 재창조: 비의적 상징으로서의 바포메트
성전 기사단 (Knights Templar)의 마지막 불꽃이 꺼진 이후, 바포메트 (Baphomet)라는 이름은 약 500년 동안 서양 역사의 가장 어두운 지하 감옥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이단의 혐의이자, 고문실 속에서 피어난 공포의 대명사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은 텅 빈 그릇과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 격동의 프랑스 파리에서, 이 저주받은 그릇을 다시 꺼내 들어 그 안에 우주의 모든 지혜와 비밀을 담아내려 한 한 명의 위대한 지적 연금술사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본명은 알퐁스 루이 콩스탕 (Alphonse Louis Constant)이었지만, 세상은 그를 히브리어식 필명인 엘리파스 레비 (Eliphas Lévi)로 기억합니다. 근대 오컬트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자신의 기념비적인 저서 『고등 마법의 교리와 의식, Dogme et Rituel de la Haute Magie』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유명하고도 충격적인 바포메트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레비의 의도는 결코 악마를 소환하거나 숭배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역사 속에서 부당하게 악마로 낙인찍혔던 이 텅 빈 기호를 가져와, 그 안에 우주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담아내는 하나의 완벽한 비의적(秘儀的) 상징으로 재창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레비에게 바포메트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철학적 다이어그램이었습니다.
레비가 직접 그린 바포메트의 형상은 처음 보는 이에게는 혐오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기괴하고도 모순적인 모습은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이중성(Duality)이 완벽한 균형과 합일을 이룬 상태를 상징하기 위한, 지극히 정교하게 계산된 장치였습니다.
그 형상의 머리는 번식력과 물질 세계를 상징하는 고대의 상징,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악이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자연의 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물질성의 정수리에는, 위를 향한 오각성(Pentagram)이 빛나고 있는데, 이것은 물질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영(Spirit)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동물적 본능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영적인 의지로 다스려야 한다는 첫 번째 가르침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 땅의 힘을 상징하는 산양의 머리는, 그러나 남성도 여성도 아닌, 두 성(性)을 모두 가진 양성 합일체(Androgyne, 안드로진)의 몸 위에 놓여 있습니다. 풍만한 여성의 가슴은 자비와 양육이라는 모성적 원리를, 그리고 그의 아랫배에 자리한,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올라가는 헤르메스의 지팡이(Caduceus)는 지성과 생성이라는 부성적 원리를 상징합니다. 레비에게 우주의 모든 창조는 바로 이 두 상반된 원리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그의 뿔 사이에서는 지옥의 불꽃이 아닌, '지성의 불꽃'이자 '보편적 균형의 빛'이 타오릅니다. 이 빛은 모든 것을 조화롭게 비추는 신성한 지혜, 즉 그노시스(Gnosis)를 상징합니다. 그의 위아래에는 각각 하얀 초승달과 검은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카발라의 '자비'와 '엄격'처럼, 우주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과 악이라는 두 개의 저울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징적 드라마가 펼쳐지는 그의 몸에는, 인간의 팔과 손이 달려 있습니다. 이는 이 모든 우주적 원리가 결국 인간 안에서 통합되고 실현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의 오른손은 위를, 왼손은 아래를 가리키며, 헤르메스주의의 위대한 격언,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 그러하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인간의 팔뚝 위에, 레비는 이 모든 변성의 과정을 작동시키는 궁극의 비밀 공식, 즉 연금술의 위대한 좌우명을 새겨 넣었습니다. 오른팔에는 'SOLVE'를, 왼팔에는 'COAGULA'를 말입니다. "분해하고, 결합하라"는 뜻의 이 두 단어야말로, 우주의 모든 창조와 파괴, 그리고 한 개인의 영적 변성의 모든 과정을 압축해 놓은 위대한 열쇠입니다. 씨앗이 썩어 자신을 분해해야만(SOLVE) 새로운 싹으로 결합될 수 있듯이(COAGULA), 인간 역시 자신의 낡은 편견과 무지를 파괴해야만, 더 높은 차원의 지혜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파스 레비가 재창조한 바포메트는 결코 숭배의 대상이 되는 악마나 우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모든 상반된 힘들이, 어떻게 하나의 위대한 균형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우주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대하고도 복잡한 철학적 상징 지도였습니다. 그것은 악이 아니라, 선과 악을 모두 포함하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절대적 진리의 상징이었습니다. 레비의 의도는, 성전 기사단에게 씌워졌던 부당한 누명을 벗겨내고, '바포메트'라는 저주받은 이름 속에 오히려 우주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담아내려 했던, 지극히 지적이고도 대담한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 너무나도 강력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는, 곧이어 레오 탁실이라는 교활한 선동가의 손에 들어가, 그 본래의 의미가 완전히 거세된 채, 프리메이슨을 향한 가장 끔찍한 비난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박제될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12.4 레오 탁실의 위대한 사기극: 악마 숭배 신화의 완성
12.4.1 팔라디즘(Palladism)과 흑미사: 레비의 상징을 현실의 악마로 둔갑시키다
레오 탁실이 창조해 낸 음모론의 세계가 그토록 강력하고도 설득력 있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만들어진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대의 가장 유명하고도 난해했던 비의적(秘儀的) 상징을 가져와,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철학적 의미를 완전히 제거해 버리고, 그 텅 빈 껍데기 속에 대중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또 매혹적으로 느끼는 이야기, 즉 악마 숭배라는 끔찍하고도 선정적인 내용을 채워 넣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희생양은 바로 19세기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오컬티스트, 엘리파스 레비 (Eliphas Lévi)와 그가 재창조한 상징, 바포메트 (Baphomet)였습니다.
탁실은 프리메이슨의 최고위급 내부에는 팔라디즘 (Palladism)이라는 비밀스러운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이 바로 진정한 악마 숭배자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팔라디즘'이라는 이름 자체도, 지혜의 여신 팔라스 아테나 (Pallas Athena)를 연상시키며 고대의 이교적(Pagan) 신비를 암시하는, 매우 교묘하게 계산된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가상의 조직이 숭배하는 악마로서, 바로 엘리파스 레비가 그의 저서 『고등 마법의 교리와 의식, Dogme et Rituel de la Haute Magie』에서 그려냈던 바포메트의 형상을 지목했습니다.
우리가 앞선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레비에게 있어 바포메트는 결코 기독교의 사탄과 같은 순수한 악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남성과 여성, 선과 악, 자비와 엄격, 정신과 물질이라는 우주의 모든 이중성이 하나의 완전한 통일체를 이루고 있는, 절대적 균형과 우주적 조화를 상징하는 심오한 알레고리였습니다. 산양의 머리는 물질 세계와 생식력을, 이마의 촛불은 신성한 지혜의 빛을, 그리고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가슴은 완전한 양성 합일(Androgyne)을 상징하는, 지극히 복잡하고 철학적인 상징물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레오 탁실은 이러한 복잡한 철학적 의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는 오직 바포메트가 가진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시각적 이미지만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는 레비의 바포메트에서 모든 철학을 거세해 버리고, 그것을 프리메이슨들이 로지의 가장 깊은 방에 숨겨놓고 숭배하는, 실제 살아 움직이는 악마 우상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탁실은 그의 허구적 증인인 다이애나 본 (Diana Vaughan)의 입을 빌려, 이 팔라디스트들이 바포메트 앞에서 벌이는 끔찍한 의식들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그 의식의 절정은 바로 흑미사 (Black Mass)였습니다. 흑미사는 본래 중세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가톨릭 미사의 모든 절차를 신성모독적으로 뒤집어 거행하는 의식입니다. 탁실의 이야기에 따르면, 팔라디스트들은 도둑질한 성체(聖體)를 모독하고, 십자가를 거꾸로 세우며, 라틴어 기도문을 반대로 외우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신성모독적인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의식의 한가운데, 바포메트 우상이 나타나 직접 신도들과 대화를 나누고, 끔찍한 성적(性的) 문란을 조장하며, 미래를 예언하는 등 살아있는 신으로서 군림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 반(反)프리메이슨, 반(反)계몽주의 감정이 극에 달했던 가톨릭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들에게 엘리파스 레비의 복잡한 비의적 철학은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에 불과했지만, 레오 탁실이 묘사한 흑미사와 살아있는 악마 바포메트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명쾌하고, 구체적이며, 또 자신들이 평소에 상상하던 프리메이슨의 사악한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그들은 레비의 철학적 상징과 탁실의 선정적인 소설을 전혀 구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레비의 난해한 책이야말로 탁실의 폭로가 진실임을 증명하는 '비밀 교리서'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레오 탁실은 엘리파스 레비라는 당대 최고의 비의적 철학자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정교한 상징 체계를, 자신의 사기극을 위한 완벽한 무대 장치로 도용한 것입니다. 그는 헤르메스주의와 연금술, 그리고 카발라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던 하나의 위대한 상징을, 대중의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삼류 공포 소설의 악당으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이 지적인 절도와 왜곡을 통해, 바포메트는 그 본래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오늘날까지도 프리메이슨과 악마 숭배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부당한 시각적 증거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12.4.2 다이애나 본(Diana Vaughan)의 '증언': 바포메트와의 끔찍한 만남
레오 탁실이 만들어낸 팔라디즘 (Palladism)이라는 비밀 조직과 그들의 흑미사 (Black Mass)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탁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 건조한 교리적 폭로에 더하여, 독자들이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천재적인 사기극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자 가장 비극적인 여주인공, 다이애나 본이 역사의 무대 위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녀는 탁실의 거짓말에 살아있는 심장을 달아준, 허구의 피와 살로 빚어진 완벽한 증인이었습니다.
탁실의 이야기에 따르면, 다이애나 본은 켄터키의 유서 깊은 프리메이슨 가문에서 태어난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팔라디즘의 비밀스러운 가르침 속에서 성장했으며, 마침내 조직의 가장 높은 등급에까지 오른 선택받은 여사제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녀가 단순한 악녀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고뇌하고 마침내 참회의 길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악마 루시퍼 (Lucifer)를 직접 대면하고 그의 지혜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잔혹함과 신성모독적인 행위에 깊은 갈등을 느끼는,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다이애나 본의 '자서전'과 '증언'을 통해, 탁실은 이전까지는 막연한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악마 숭배 의식을, 마치 한 편의 생생한 르포르타주처럼 구체적인 현실로 끌어내렸습니다. 그녀는 독자들을 데리고 미국 찰스턴 (Charleston)에 있다는 팔라디즘의 비밀 신전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그 신전의 성소 한가운데에는 살아있는 악마 바포메트 (Baphomet)가 직접 현현하여 신도들을 맞이했습니다. 탁실은 다이애나의 입을 빌려, 이 바포메트와의 끔찍하고도 외설적인 만남을 소름 끼치도록 상세하게 묘사했습니다. 바포메트는 신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미래를 예언했으며, 끔찍한 성적(性的) 의식을 통해 그들의 충성심을 시험했다고 합니다.
특히, 다이애나 본의 이야기는 그녀가 악마 아스모데우스 (Asmodeus)와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으나, 성모 마리아의 기적적인 도움으로 마침내 그 악마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가톨릭 신앙으로 귀의하게 된다는 극적인 회심의 드라마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 독자들에게, 악의 가장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던 한 영혼이 마침내 신의 은총으로 구원받는 감동적인 실화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불행에 함께 눈물 흘렸고, 그녀의 용감한 폭로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다이애나 본은 순식간에 반(反)프리메이슨 운동의 살아있는 성녀(聖女)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다이애나 본이라는 허구의 인물은, 레오 탁실의 사기극에 세 가지 결정적인 힘을 부여했습니다. 첫째, 그것은 추상적인 교리 논쟁에 인간적인 얼굴과 감동적인 서사를 부여했습니다. 둘째, '미국'이라는 신대륙에서 온 신비로운 여성이라는 설정은, 그의 이야기에 이국적인 매력과 신뢰감을 더했습니다. 셋째, 그녀의 최종적인 '회심'은, 가톨릭 신앙이 결국에는 악마의 힘마저도 이겨낸다는 교회의 승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선전 도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한 명의 교활한 작가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완벽한 허구였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이애나 본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세기의 대중들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절실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증언한 바포메트와의 끔찍한 만남은, 프리메이슨의 로지가 곧 악마의 신전이라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를 대중의 집단 무의식 속에 영원히 새겨 넣고 말았습니다. 탁실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은, 바로 이 존재하지 않았던 여인의 목소리였던 것입니다.
12.4.3 프리메이슨 로지를 악마의 신전으로, 바포메트를 그들의 숭배 대상으로 낙인찍은 서사 전략
레오 탁실의 진정한 천재성은, 그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공간과 상징을 가져와, 그것의 영혼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그의 능력에 있었습니다. 그는 프리메이슨의 로지 (Lodge)라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공간이었던 곳을, 이제는 모든 이가 알지만 누구도 들어가서는 안 될 악마의 신전으로 완벽하게 재설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신전의 텅 빈 제단 위에, 바포메트 (Baphomet)라는, 역사상 가장 오해받는 상징을 가져와 모든 죄악의 왕으로 즉위시켰습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의 결합이야말로, 그의 사기극에 불멸의 생명력을 부여한 연금술적 작업이었습니다.
탁실의 첫 번째 전략은, 프리메이슨 로지의 모든 가구와 상징들을, 악마 숭배 의식을 위한 무대 장치로 재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로지의 구조에 대해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했습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보라, 로지의 바닥에 깔린 저 흑백의 모자이크 타일은, 선과 악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흑마술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마법진의 기반이다." 입구에 서 있는 두 개의 기둥, 야킨 (Jachin)과 보아즈 (Boaz)는 더 이상 솔로몬 성전의 재건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의 문을 지키는 두 개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로지의 중앙에 놓인 제단은, 더 이상 『성스러운 경전, Volume of the Sacred Law』을 올려놓는 신성한 장소가 아니라, 흑미사 (Black Mass)에서 살아있는 제물을 바치거나 신성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르기 위한 피의 제단으로 그 용도가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서사 전략이 그토록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프리메이슨의 실제 요소들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지에는 실제로 흑백의 바닥이 있고, 두 개의 기둥이 있으며, 중앙에 제단이 있습니다. 탁실은 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의 뼈대 위에, 악마 숭배라는 허구의 살을 교묘하게 붙여 나갔습니다. 이로써 그의 이야기를 접한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음모론의 신화는 가장 강력한 힘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재설계된 악마의 신전 위에, 탁실은 마침내 그 신전의 주인이자 숭배의 대상을 올려놓아야만 했습니다. 그는 그 역할에, 우리가 앞서 그 비의적(秘儀的) 의미를 탐사했던 엘리파스 레비 (Eliphas Lévi)의 바포메트를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탁실은 레비의 복잡한 철학적 상징을, 대중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또 가장 두려워하는 형태, 즉 살아 숨 쉬며 인간과 직접 소통하는 인격적인 악마로 단순화시켜 버렸습니다. 그는 허구의 증인인 다이애나 본 (Diana Vaughan)의 목소리를 빌려, 이 바포메트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의식의 절정에서 실제로 로지 안에 현현(顯現)하여, 신도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고 미래를 예언하는 살아있는 존재라고 '증언'하게 했습니다.
이 전략을 통해, 바포메트는 더 이상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는 추상적인 상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숭배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실체가 되었습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레비의 난해한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다이애나 본의 끔찍한 증언을 통해, 로지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산양 머리의 악마를 상상하고 공포에 떨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이처럼 탁실은, 지성의 영역에 있던 하나의 상징을, 감성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대중적인 공포의 아이콘으로 완벽하게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레오 탁실의 서사 전략은, 프리메이슨의 공간과 상징이라는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즉 그 의미와 목적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프리메이슨의 로지를, 그들의 가장 신성한 공간을, 바로 그들을 비난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범죄 현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는 바포메트라는, 본래 우주적 조화의 상징이었던 존재를, 바로 그 범죄 현장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자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교활하고도 강력한 서사 전략을 통해, 프리메이슨의 로지는 영원히 악마의 신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바포메트는 그 신전의 제단 위에서 내려올 수 없는, 부당하고도 영원한 숭배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12.5 앨버트 파이크와 '루시퍼' 논쟁: 맥락이 거세된 인용의 위험성
레오 탁실의 거대한 사기극이 남긴 가장 깊고도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이제 그 어떤 텍스트도 더 이상 그 자체로 읽힐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유령은 19세기 미국 남부의 가장 위대하고도 논쟁적인 프리메이슨 철학자의 서재에까지 드리워졌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앨버트 파이크 (Albert Pike)입니다. 남부 관할 스코티쉬 라이트 (Scottish Rite)의 최고 지도자로서, 그는 방대한 저작 『고대 스코틀랜드 프리메이슨 의례의 도덕과 교리, Morals and Dogma of the Ancient and Accepted Scottish Rite of Freemasonry』를 통해 프리메이슨의 철학을 집대성한 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속의 단 몇 구절이, 후대의 음모론자들에게는 프리메이슨이 악마를 숭배한다는 가장 확실하고도 부인할 수 없는 '내부 고백'으로 채택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모든 논쟁의 중심에는 바로 '루시퍼 (Lucifer)'라는, 서양 문화사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오해받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이크는 그의 저서에서, 특히 고대의 영지주의 (Gnosticism)와 이원론적 종교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루시퍼라는 이름을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에게 루시퍼는 결코 기독교 신학이 규정하는 절대악의 화신, 즉 사탄 (Satan)과 동일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 즉 '빛을 가져오는 자 (Lux Fero)'라는 본래의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파이크의 철학적 비유 속에서, 루시퍼는 맹목적인 신앙과 독단적인 교리라는 어둠에 맞서, 인간에게 자유로운 사유와 지성의 빛을 가져다주는 계몽의 원리이자 지적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이것은 신에게 불을 훔쳐다 주어 인간을 문명으로 이끈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와도 같은, 낭만주의 시대의 반항적 지성이 가진 원형적인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반(反)프리메이슨 진영의 눈에, 이러한 복잡한 철학적, 어원학적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파이크의 방대한 저작 전체의 맥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오직 '루시퍼'라는 단어가 포함된 문장들만을 예리하게 도려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습니다. "보라! 프리메이슨의 살아있는 교황이라 불리는 앨버트 파이크가 스스로 고백했다. 그들의 신은 바로 루시퍼다!" 이처럼 맥락이 거세된 인용 (Quoting out of context)이야말로,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키는 가장 교활하고도 효과적인 수사학적 폭력입니다.
그들은 파이크가 '루시퍼는 빛의 신'이라고 말한 구절을, 그가 악마 숭배를 인정했다는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파이크가 바로 그 문장의 앞뒤에서, 이 '빛'이 선과 악의 이중성을 모두 포함하는 우주적 에너지이며, 이것이 결코 숭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부분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들은 파이크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사냥하기 위해 그의 책을 뒤졌을 뿐입니다.
이러한 의도적인 왜곡을 통해, 앨버트 파이크는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프리메이슨 악마 숭배설의 가장 핵심적인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그의 이름과 권위는, 그의 사상을 공격하려는 바로 그 적들의 손에 의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레오 탁실이 창조한 허구의 인물 다이애나 본 (Diana Vaughan)의 증언이 감성에 호소하는 무기였다면, 앨버트 파이크의 거세된 문장은 이성에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훨씬 더 정교하고 위험한 무기였습니다.
앨버트 파이크와 루시퍼 논쟁은 우리에게 하나의 준엄한 교훈을 남깁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단어나 문장은 결코 그 전체의 맥락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텍스트든, 그것이 쓰인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짜깁기하는 순간, 가장 심오한 지혜의 말마저도 가장 끔찍한 거짓말의 증거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악마 숭배라는 거대한 신화는, 바로 이러한 지적인 부정직함과 의도적인 오독(誤讀)이라는 토양 위에서 자라난, 가장 무성하고도 유독한 잡초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