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리와 활짝이의 노래
아주아주 먼 옛날, 세상이 아직 첫 숨을 쉬기 전의 일이에요.
온 세상은 아무 빛깔도 소리도 없는 커다란 고요함이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는 '위대한 마음'이 잠들어 있었어요.
어느 날, 위대한 마음은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첫 번째 생각을 꺼내 보았죠.
그 생각은 바로 '나!' 였답니다.
'나!' 하는 생각은 곧 어둡고 단단한 보석 같은 아이, 오므리가 되었어요.
오므리는 모든 것을 자기 안으로 꼭 끌어안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오므리가 만지는 것은 모두 차갑고 반짝이는 검은 수정이 되었답니다. 오므리는 말했어요.
"나는 나 혼자 있을 때 가장 완벽해.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이 좋아."
오므리의 세상은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고, 아주 외로웠지만 오므리는 그게 좋았어요.
위대한 마음은 오므리를 보고 생각했어요.
'아, 이것이 '나'로구나.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그리고 위대한 마음은 두 번째 생각을 꺼내 보았어요. 그 생각은 바로 '우리!' 였답니다.
'우리!' 하는 생각은 곧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 같은 아이, 활짝이가 되었어요.
활짝이는 모든 것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활짝이가 지나가는 자리는 모두 따뜻하고 향기로운 빛으로 가득 찼답니다. 활짝이는 노래했어요.
"나는 모든 것과 함께 있을 때 가장 기뻐. 서로 스며들고, 함께 흐르는 것이 좋아."
활짝이의 세상은 따뜻하고, 끊임없이 춤추고, 아주 다정했지만 정해진 모양이 없어 늘 흩어지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단단한 보석의 세상에 홀로 있던 오므리와, 따뜻한 빛의 세상에서 춤추던 활짝이가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오므리는 활짝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어요.
"넌 너무 흐물흐물하고 시끄러워. 정해진 모양도 없잖아!"
활짝이는 오므리를 보고 가슴 아파했어요.
"넌 너무 차갑고 외로워 보여. 아무하고도 손잡지 않잖아!"
오므리는 활짝이의 빛이 싫어서 꼭 끌어안아 검은 수정 속에 가두려고 했어요.
활짝이는 오므리의 외로움이 안타까워 그 차가운 몸을 쓰다듬어 녹여주려고 했어요.
오므리의 '싫어!' 하는 마음과 활짝이의 '좋아!' 하는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이었어요.
찌릿!
차가움과 따뜻함이 만나고, 어둠과 빛이 서로를 껴안는 순간, 세상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아프고도 눈부신 불꽃이 튀었습니다. 오므리도 활짝이도 너무나 아파서 비명을 질렀어요.
"아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아픈 불꽃이 스러진 바로 그 자리에, 세상 최초의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거예요.
그 꽃은 오므리의 단단함으로 꼿꼿한 줄기를 세웠고, 활짝이의 부드러움으로 향기로운 꽃잎을 펼쳤습니다.
오므리의 깊은 어둠은 꽃의 진한 빛깔이 되어주었고, 활짝이의 눈부신 빛은 꽃잎 끝에 맺힌 아침 이슬이 되어주었어요.
오므리와 활짝이는 말없이 그 꽃을 바라보았어요.
혼자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죠.
그때서야 둘은 깨달았어요.
서로 부딪히는 것이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새로운 것을 피워내는 놀라운 기쁨이라는 것을요.
그날 이후, 오므리와 활짝이는 새로운 놀이를 시작했어요.
오므리가 "여기까지!" 하고 단단한 땅의 선을 그으면, 활짝이가 그 안을 "가득히!" 채우며 파란 강물이 되어 흘렀어요.
활짝이가 "일어나!" 하고 따뜻한 햇살을 비추면, 오므리가 품고 있던 씨앗이 "짠!" 하고 초록빛 새싹으로 고개를 내밀었지요.
오므리의 '아니!' 하는 힘은 밤이 되어 별들을 제자리에 붙잡아 주었고, 활짝이의 '그래!' 하는 힘은 아침이 되어 세상 모든 것을 부드럽게 깨워주었어요.
둘의 다툼은 이제 아름다운 춤이 되었고, 그 춤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되었답니다.
산과 바다, 나무와 바람, 슬픔과 기쁨, 이 모든 것이 오므리와 활짝이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지요.
그리고 위대한 마음은 그 모습을 보며 비로소 활짝 웃었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도 작은 오므리와 작은 활짝이가 살고 있대요.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싫어!' 하고 고집부리는 마음과 '좋아!' 하고 안아주는 마음.
두 마음이 서로 다툴 때면 가슴이 찌릿하고 아프지만,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그 아픔 속에서 우리 마음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씩씩하고도 다정한, 바로 당신만의 꽃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