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법사와 마음화가의 빛나는 모험

by 이호창

이름마법사와 마음화가의 빛나는 모험


옛날 옛적,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춤추는 숲속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빛깔숲’이라 불렸어요. 낮에는 무지갯빛 나비들이 꽃밭을 날아다녔고, 밤에는 반딧불이가 하늘을 수놓아 별이 땅에 내려온 듯했죠. 마을 한가운데엔 커다란 은빛 호수가 반짝였고, 그 호수 옆엔 오래된 떡갈나무가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속삭이는 나무’라 부르며,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무 아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빛깔숲 마을에는 두 명의 특별한 마법사가 살았습니다. 첫 번째는 이름마법사였어요. 이름마법사는 키가 훌쩍 크고, 별이 박힌 파란 망토를 걸쳤으며, 손에는 반짝이는 수정 지팡이를 들고 다녔죠.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꽃!” “바람!” “웃음!”이라고 외치면, 세상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었어요. 이름마법사는 세상이 이름으로 가득 차야 혼란스럽지 않다고 믿었답니다.


“이름이 없으면 세상은 뒤죽박죽이야!”


그는 늘 이렇게 말했어요.


두 번째는 마음화가였어요. 마음화가는 부드러운 금빛 머리카락과 무지개빛 눈을 가진 마법사로, 손에 든 마법 붓은 그녀의 마음을 따라 색을 바꿨어요.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캔버스에 그려냈죠. 그녀의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어요. 바람이 부는 그림은 진짜로 바람 소리를 냈고, 웃음이 담긴 그림은 보는 사람을 깔깔거리게 만들었답니다.


“마음이 그리는 그림이 세상을 빛나게 해,”


마음화가는 조용히 속삭였어요.


어느 화창한 가을, 빛깔숲 마을은 ‘별빛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 동안의 기쁨을 나누는 날로, 호수 위에 띄운 종이배에 소원을 담아 보내고, 반딧불이 춤을 추는 하늘 아래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을 광장은 색색의 깃발과 꽃으로 장식되었고, 아이들은 공기놀이 공을 던지며 깔깔 웃었어요.


아이들 중 꼬마 루나가 호수 옆에서 공기놀이를 하다 멈추더니 큰 소리로 물었어요.


“행복이 뭘까?”


루나의 눈은 호수처럼 반짝였지만, 궁금증으로 가득했죠.


“행복은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을까? 아니면 이 공기놀이 공처럼 손으로 잡을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여들었어요.


“맞아, 행복은 어디 있는 거지? 맛있는 사탕 같을까? 친구랑 노는 기분일까?”


마을 사람들은 루나의 질문에 미소 지었지만, 대답은 제각각이었어요. 빵집 아저씨는 “행복은 갓 구운 빵 냄새야!”라고 했고, 꽃집 아줌마는 “꽃밭에서 피는 미소지!”라고 했죠. 하지만 아이들은 더 궁금해졌어요.


“행복이 정말로 뭔데? 어딘가에 진짜로 있을까?”


결국, 마을 사람들은 속삭이는 나무 아래로 아이들을 데려갔어요.


“이 질문은 이름마법사와 마음화가가 풀어줄 거야!”


이름마법사는 속삭이는 나무 아래에 서서 반짝이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어요. 그의 망토는 바람에 살랑이며 별빛처럼 빛났죠.


“아이들아, 잘 들어라!” 그


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행복’은 그냥 우리가 붙인 이름이야! 세상엔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름이 없으면 다 뒤죽박죽이지. 내가 ‘나무’라고 부르면 나무가 정리되고, ‘바람’이라고 부르면 바람이 정리돼. 마찬가지로, 네가 친구와 깔깔 웃을 때,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때, 그 기분을 우리는 ‘행복’이라고 부르기로 한 거야!”


루나가 손을 들었어요.


“그럼 행복은 진짜로 없는 거예요? 그냥 이름만 있는 거예요?”


이름마법사는 껄껄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어요. 그러자 공중에 반짝이는 글씨들이 떠올랐어요: 행복, 웃음, 기쁨.


“바로 그거야, 루나! 이 글씨들은 이름표야. 하늘에 ‘행복’이라는 구름이 떠 있거나, 숲속에 ‘행복’이라는 나무가 자라는 게 아니야. 그냥 우리가 부르기 편하게 붙인 이름일 뿐이지!”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이 공기놀이 공을 ‘빨강’이라고 부르듯이, 기쁜 마음을 ‘행복’이라고 부르는 거구나!”


꼬마 토미가 공을 던지며 외쳤어요.


이름마법사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맞아! 이름은 세상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마법이야. ‘공기놀이’라는 이름이 없으면, 우리가 이 놀이를 뭐라고 부를지 몰라 혼란스러울 거야. 이름은 세상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단다!”


하지만 그때, 나무 그늘 아래서 조용히 듣고 있던 마음화가가 앞으로 나왔어요. 그녀의 무지개빛 눈은 부드럽게 빛났고, 손에 든 마법 붓은 은은한 금빛으로 반짝였죠.


“이름마법사, 네 말도 맞지만, 행복은 그냥 이름만이 아니야.”


그녀는 나지막이 말하며 하늘색 캔버스를 펼쳤어요. 붓을 움직이자, 캔버스 위로 그림이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림 속엔 아이들이 손을 잡고 호수 옆에서 웃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였고, 반딧불이가 부드럽게 춤췄죠. 그림 속 강물은 실제로 반짝이며 잔잔한 소리를 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캔버스 밖으로 퍼져 나왔어요. 아이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림을 바라봤어요.


“와, 이게 뭐야? 진짜 같아!”


마음화가가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행복은 네 마음속에서 자라는 그림이야. 친구와 깔깔거릴 때, 엄마가 안아줄 때, 따뜻한 케이크를 먹을 때, 네 마음속에서 색깔이 퍼지고 그림이 만들어져. 이름마법사의 이름표는 그 그림을 부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진짜 행복은 네 마음이 그리는 그림이란다.”


루나가 손을 뻗어 그림을 만져보려 했어요.


“그럼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마음화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루나. 이름은 중요하지만, 그 이름이 네 마음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가 더 소중해. 네가 느끼는 따뜻함, 반짝이는 기쁨, 그게 바로 행복의 그림이야.”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왔어요. 쿵! 쾅! 천둥소리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쳤고, 마을 광장의 깃발이 찢어지고 꽃들이 흩어졌어요. 아이들은 깜짝 놀라 속삭이는 나무 아래로 모였죠.


“이게 무슨 일이야?”


토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먹구름 속에서 그림자 같은 형체가 나타났어요. 그것은 그림도둑이었어요! 그림도둑은 까만 망토를 두르고, 얼굴은 안개처럼 흐릿했죠. 그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 그림을 훔쳐가는 마법을 썼어요.


“흥! 행복? 기쁨? 그런 알록달록하고 시끄러운 감정들은 세상을 어지럽힐 뿐이야!”


그림도둑이 차갑게 소리쳤어요.


“슬픔도, 기쁨도 없는 완벽한 질서. 모든 것이 조용한 잿빛일 때 세상은 비로소 평화로워지는 법이지! 너희의 그 지저분한 그림들을 모두 지워주겠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서 색깔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호수의 반짝임마저 흐려졌죠. 세상 모든 것이 생기를 잃고 잿빛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마음화가는 캔버스를 꼭 안으며 외쳤어요.


“그림도둑! 마음속 그림이 없으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야! 텅 빈 잿빛 세상일 뿐이라고!”


그림도둑의 말에 이름마법사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지팡이를 굳게 잡았어요.


“네놈이 말하는 질서는 내가 원하는 질서가 아니다! 이 혼란을 당장 멈춰라!”


아이들은 무서워했지만, 루나가 용기를 냈어요.


“이름마법사, 마음화가, 우리를 도와주세요! 행복을 되찾고 싶어요!”


이름마법사와 마음화가는 서로를 바라봤어요. 둘은 늘 다르게 생각했지만, 이번엔 함께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이름마법사가 먼저 지팡이를 높이 들었어요.


“좋아, 먼저 이 뒤죽박죽된 마을부터 정리하겠다!”


그가 “햇살!” “꽃!” “웃음!”을 외치자, 흩어진 깃발과 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마을은 다시 깔끔하게 정돈되었죠.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생기 없는 회색빛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고, 호수는 돌멩이처럼 반짝이지 않았어요.


이름마법사는 자신이 정리한 마을을 둘러보았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잿빛 풍경이었죠. 그는 잠시 자신의 빛나는 지팡이를 내려다보았어요.


“분명 모든 것을 제 이름으로 불렀는데... 어째서일까? 왜 아무것도 빛나지 않는 거지?”


그때 이름마법사는 깨달았어요. 이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텅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요. 그는 마음화가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마음화가, 내가 모든 것의 자리는 되찾아주었지만... 그 빛까지 되돌리지는 못하겠군. 자네의 그림이 필요해.”


마음화가는 캔버스를 펼치고 붓을 움직였어요. 그녀는 아이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어요. 루나가 친구와 공기놀이를 하며 웃던 순간, 토미가 엄마 품에서 따뜻함을 느끼던 기억, 마을 사람들이 축제에서 춤추던 장면이 캔버스에 펼쳐졌어요. 그림에서 무지갯빛 색깔이 퍼져 나오며 잿빛 마을로 흘러들었죠. 호수는 다시 은빛으로 반짝였고, 반딧불이는 금빛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림도둑은 색깔이 돌아오자 당황했어요.


“이게 뭐야! 멈춰! 감정은 혼란일 뿐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다시 웃기 시작하자, 그의 안개 같은 몸이 촛불처럼 흔들리며 점점 옅어졌어요.


루나가 외쳤어요.


“그림도둑, 행복은 이름이랑 그림이 함께여야 해! 이름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그리는 거야!”


마침내 그림도둑은 빛 속으로 사라졌고, 마을은 다시 예전의 무지갯빛으로 빛났어요.


별빛 축제가 다시 시작되었어요. 아이들은 호수 위에 종이배를 띄우며 소원을 빌었고, 반딧불이가 하늘을 수놓았죠. 이름마법사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며 말했어요.


“이 사탕을 ‘달콤함’이라고 부르자! 이름이 있으니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나눠주기 참 좋구나.”


마음화가는 캔버스에 아이들의 웃음을 그으며 말했어요.


“이 웃음은 너희 마음속에서 ‘기쁨’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 그림이 너희를 더 빛나게 해.”


루나는 속삭이는 나무 아래서 두 마법사를 바라봤어요.


“이름마법사, 마음화가, 둘 다 고마워요! 행복은 이름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그리는 거라는 걸 알았어요.”


이름마법사와 마음화가는 서로 미소 지었어요.


“우리가 다르게 생각했지만, 함께하면 더 큰 마법을 만들 수 있지,”


이름마법사가 말했어요. 마음화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름은 세상을 정리하고, 그림은 세상을 빛나게 해.”


그 후로 빛깔숲 마을은 웃음과 그림, 이름과 마음으로 가득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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