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씨앗과 슬픔 산의 아픔

by 이호창

심장 씨앗과 슬픔 산의 아픔


옛날 옛적, 정말 아득히 먼 옛날, 이 세상에 하늘도 땅도, 나무 한 그루, 강물 한 방울도 없던 때가 있었어. 그 끝없는 공간에는 오직 커다란 꿈꾸는 거인, ‘온누리’만이 살고 있었지. 온누리는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거대했단다. 온누리의 몸이 바로 세상 그 자체였고, 온누리가 내쉬고 들이쉬는 숨결은 시간이 되어 흘렀어. 그리고 그 가슴속에서 쿵쿵, 쿵쿵 뛰는 심장은 바로 모든 생명의 시작이었지. 온누리의 안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어. 마치 수많은 색깔의 실이 엮여 아름다운 양탄자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온누리는 조금 외로웠어. 이 넓은 세상에 혼자뿐이었으니까. “아, 나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신나게 놀 친구가 있었으면!” 온누리는 매일 밤 꿈속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상상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온누리는 아주 멋지고 엄청난 계획을 세웠지. “그래, 결심했어! 내 몸을 나누어서 수많은 친구들을 만드는 거야!” 온누리는 큰 용기를 내어, 자기 자신을 쪼개어 세상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러내기 시작했단다.

먼저 온누리가 따뜻한 숨을 길게 내쉬자, 그 숨결은 맑고 푸른 하늘이 되었어. 부드러운 바람도 불기 시작했지. 온누리가 기지개를 켜며 등을 쭉 펴고 누우니, 단단하고 굳센 뼈들은 뾰족뾰족 높은 산이 되었고, 몸속을 흐르던 붉은 피는 세상을 적시는 반짝이는 강이 되었어. 포근한 살은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부드러운 흙이 되었고, 풍성했던 머리카락은 바람에 춤추는 초록빛 숲이 되었지.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 아니니?

마지막으로, 온누리는 가장 소중한 자신의 심장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꺼냈어. 그리고는 “쨕!” 하고 작은 조각들로 부수었단다. 그러자 그 심장 조각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수억 개의 빛이 되어 온 세상으로 흩어졌어. 그 작은 빛 조각들이 바로 풀숲을 뛰어다니는 사슴이 되고,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땅을 기어가는 작은 벌레가 되었어. 그리고… 그중 가장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조각 하나가 바로 너야! 지금 네 작은 가슴 안에서 쿵쿵, 쿵쿵 뛰고 있는 그 심장은 바로 온누리가 너에게 준 사랑의 조각이란다. 그러니 너는 온누리의 가장 소중한 선물인 셈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태어났지만, 슬픈 문제가 하나 생기고 말았어. 온누리는 자기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느라 너무나 큰 힘을 써버려서, 아주 깊고 깊은 잠에 빠져버린 거야. 온누리가 잠들자, 세상에 흩어진 심장 조각들, 바로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어. 자기가 바로 온누리의 일부라는 것, 그래서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마치 커다랗고 멋진 그림의 한 조각인 퍼즐 조각이 자기가 어떤 그림에 속해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지.


너, 우리 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포들로 만들어져 있다는 이야기 들어봤니? 그 작은 세포들은 저마다 맡은 일이 있어서, 서로서로 도와가며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준단다. 심장 세포는 힘껏 피를 온몸으로 보내주고, 폐 세포는 우리가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지. 그런데 만약 어느 날, 한 세포가 욕심을 부리며 “이제부터 나만 생각할 거야! 나 혼자 커지고 나 혼자 편하게 살 거야!” 하고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이기적인 세포를 우리는 ‘암세포’라고 불러. 암세포는 혼자만 끝없이 커지려다가, 결국 우리 몸 전체를 아프게 하고 병들게 만든단다.


온누리가 잠들자, 사람들도 꼭 그 암세포처럼 변해갔어. 사람들은 숲을 보며 ‘아, 온누리의 머리카락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대신, ‘음, 저 나무를 베어서 의자를 만들면 좋겠군’ 하고 생각했지. 강물을 보며 ‘온누리의 피가 흐르는구나’ 하고 느끼는 대신, ‘더러운 물건을 버리기 딱 좋은 곳이네’ 하고 생각했어.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회색 도시’를 만들었어. 그곳에서는 하늘이 늘 뿌연 연기에 가려져 있었고, 땅은 딱딱한 시멘트로 덮여 있었지.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 더 편안한 것들을 원했어. 그래서 숲을 밀어버리고 공장을 지었고, 강을 막아서 길을 만들었지. 그들은 그것이 자기들을 더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굳게 믿었어. 하지만 그건 사실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일이었단다. 왜냐고? 우리 모두는 온누리의 세포, 온누리의 일부니까! 숲이 아프면 온누리의 머리가 아픈 것이고, 강이 더러워지면 온누리의 피가 병드는 것이었지.


너는 그 회색 도시에서 살았어. 창문을 열면 늘 매캐한 공기가 들어왔고, 밖에서는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빵빵거렸지. 너는 가끔 까닭 없이 마음이 아팠어. 장난감 가게 진열장의 반짝이는 새 로봇보다,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 힘들게 피어난 작은 민들레 한 송이에 더 마음이 갔지. 비 오는 날, 더러운 빗물이 길가에 고여 무지갯빛 기름 얼룩을 만들 때, 다른 아이들은 신기하다고 했지만 너는 왠지 모르게 슬펐어. 그건 바로 네 마음 깊은 곳에 온누리의 기억이 아주 작은 불씨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야. 너는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너는 도시의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멀리 내다보았어. 도시가 끝나는 저편에, 거대한 산 하나가 보였지. 하지만 그 산은 초록빛이 아니라, 온통 얼룩덜룩하고 슬픈 색깔을 띠고 있었어. 사람들은 그 산을 ‘슬픔 산’이라고 불렀어. 아무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지. 그때였어. 네 발치로 “데구루루…” 하고 아주 작고 반짝이는 도토리 하나가 굴러왔어. 이 높은 건물 옥상에 도토리가 왜 있을까? 넌 그 도토리를 조심스럽게 주워 들었지. 이상하게도 도토리는 햇살처럼 따뜻했어. 네가 가만히 귀를 대보니, 도토리 안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지. “심장 씨앗이란다… 기억해… 우리 모두는 하나야… 슬픔 산이 너무 아파하고 있어…”


너는 그 목소리에 이끌려 무작정 길을 나섰어. 손에는 ‘심장 씨앗’을 꼭 쥔 채, 슬픔 산을 향해 걸었지. 회색 도시를 벗어나자, 풍경은 점점 더 이상해졌어. 처음 만난 것은 ‘숨 막힌 강’이었어. 강물은 끈적끈적한 거품과 쓰레기들로 뒤덮여 있었지. 강은 흐르지 못하고 아프다는 듯 꾸르륵 소리를 냈어. 물고기들은 배를 하얗게 뒤집은 채 떠 있었고, 강가에는 짝 잃은 신발과 깨진 유리병들이 널려 있었지. 너는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더러운 물에 비친 네 슬픈 얼굴을 보았어. 그리고는 손에 쥔 심장 씨앗을 강물에 살짝 대보았지. “강물아, 아프지? 미안해. 우리가 널 이렇게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네 진심 어린 사과에, 심장 씨앗이 따뜻한 빛을 내뿜었어. 그러자 강물의 한구석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더니, 아주 조그만 공간이나마 맑은 물이 드러났지. 아주 작은 기적이었어.

너는 다시 길을 걸어 ‘침묵의 숲’에 도착했어. 숲의 나무들은 잎사귀 하나 없이 모두 회색빛으로 말라 있었지.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오직 죽음 같은 고요함만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단다. 너는 가장 커다란 나무 밑동에 기대앉았어. 거칠고 차가운 나무껍질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졌지. 너는 눈을 감고 할머니가 어릴 적 불러주시던 자장가를 나지막이 흥얼거렸어.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네 노래가 끝나자, 놀랍게도 네가 기댄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 끝에서, 아주 작은 초록 잎사귀 하나가 파르르 떨며 돋아났어. 숲은 여전히 침묵했지만, 아주 작은 희망이 태어난 순간이었지.


너는 ‘침묵의 숲’을 빠져나왔어. 작은 노래 한 곡으로 초록 잎사귀 하나를 피워냈지만, 숲 전체는 여전히 잿빛 침묵에 잠겨 있었지. 너는 조금 지치고 슬펐어.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은 너무 크고, 나는 너무 작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걷고 있을 때였어. 어디선가 아주 작은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지. 돌아보니, 날개에서 보석 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반짝이는 호랑나비 한 마리가 네 주위를 맴돌고 있었어. 나비는 너의 코앞에서 잠시 멈추더니, 다시 날아올라 너를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했단다.

너는 홀린 듯이 그 작은 나비를 따라갔어. 나비는 너를 바위투성이 절벽으로 데려갔지. 절벽에서는 가느다란 폭포가 슬프게 울며 떨어지고 있었어.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건 물이 아니었어. 세상의 모든 슬픔이 모여 흐르는 눈물 폭포였지. 나비는 그 눈물 폭포 뒤편으로 쏙 사라졌어. 너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가운 눈물 폭포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단다.


폭포 뒤에는 비밀스러운 동굴이 숨어 있었어. 그리고 그 안에는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 그곳은 ‘참모습의 동굴’이었어. 동굴 벽에는 이끼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빛을 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수정처럼 맑은 샘물이 고여 있었지. 동굴 한가운데에서는 크고 작은 수정들이 “우우웅~” 하고 저마다 다른 소리로 노래하며 자라고 있었어. 그곳은 온누리가 잠들기 전의 세상처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생명력으로 가득했단다.


네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을 때, 동굴 구석에서 커다란 바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건 바위가 아니라, 수천 년을 살아온 ‘돌거북’이었지. 돌거북의 등에는 반짝이는 이끼가 융단처럼 덮여 있었고, 깊고 지혜로운 눈은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 돌거북은 네 손에 꼭 쥔 ‘심장 씨앗’을 보았는지, 아주 느리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어.

“아이야, 온누리의 기억을 품은 아이구나. 너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한지 시험해 보아도 되겠느냐?”


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돌거북은 너를 맑은 샘물이 고인 곳으로 이끌었지. “이 샘물을 들여다보아라. 너의 세상 사람들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마.”


네가 샘물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놀라운 모습이 펼쳐졌어. 회색 도시의 사람들이 이 ‘참모습의 동굴’을 발견한 거야! 한 남자가 반짝이는 이끼를 보며 소리쳤어. “이것 봐! 이 이끼는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군! 이걸 뜯어가서 밤에도 꺼지지 않는 전등을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겠어!” 그러자 다른 여자가 노래하는 수정을 가리키며 말했지. “이 수정들은 소리가 나네! 이걸 잘게 부수어 예쁜 장난감을 만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거야!” 또 다른 사람은 맑은 샘물을 맛보더니 외쳤어. “이 물은 정말 달콤하군! 여기에 공장을 세워서 물을 병에 담아 팔면, 우린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어!”


샘물 속의 사람들은 동굴의 아름다움을 그냥 느끼지 않았어. 그들은 모든 것을 ‘쓸모 있는 물건’으로만 보았지. 곧이어 샘물 속 동굴은 시끄러운 기계 소리로 가득 찼어. 사람들은 반짝이던 이끼를 모조리 긁어냈고, 노래하던 수정들을 깨부수었지. 맑은 샘물은 더러운 기름으로 오염되었어. ‘참모습의 동굴’은 순식간에 회색 도시의 또 다른 공장처럼 변해버렸지. 그들은 웃으며 말했어. “우리는 이 쓸모없던 동굴을 아주 유용하고 멋진 곳으로 만들었어!”


샘물 속 모습이 사라지자, 돌거북이 너에게 물었어. “아이야, 저들은 저들만의 방법으로 이 동굴을 더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저들이 틀렸다면, 왜 틀린 것이냐?”

그건 아주 어려운 질문이었어. 너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 시끄럽게 부서지던 수정들의 비명 소리가 귀에 맴돌았어. 너는 고개를 들어, 아직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진짜 동굴을 둘러보았어. 그리고는 너의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진실한 대답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지.


“왜냐하면… 이 동굴은 우리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네 작은 목소리가 동굴 안에 조용히 울려 퍼졌어.

“반짝이는 이끼는 전등이 되려고 빛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빛나는 이끼로 살고 싶어서 빛나는 거예요. 노래하는 수정도 장난감이 되려고 노래하는 게 아니고요. 그냥… 노래하는 수정인 게 기뻐서 노래하는 거예요. 이 동굴의 모든 것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이 동굴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유예요. 쓸모 있는 곳으로 만드는 순간, 이곳의 진짜 아름다움은 전부 사라져 버릴 거예요.”


네 말이 끝나자, 돌거북은 아주 오랫동안 너를 바라보았어.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 돌거북의 깊은 눈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는 것 같았어.


“옳다, 아이야. 너의 마음은 온누리의 가장 깊은 곳에 닿아 있구나. 세상 모든 것은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진실을 너는 잊지 않았어.”

돌거북은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움직여, 네가 손에 쥔 ‘심장 씨앗’에 가만히 이마를 대었어. 그러자 돌거북의 몸에서 나온 부드럽고 푸른빛이 심장 씨앗 안으로 스며들었지. 씨앗은 아까보다 한층 더 따뜻하고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어.


“이제 가보아라. 그 마음만 있다면, 너는 슬픔 산의 가장 깊은 상처까지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돌거북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참모습의 동굴’을 나왔어. 눈물 폭포를 다시 지났지만, 이제 그 눈물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지. 너는 이제 알게 되었어. 세상을 구하는 것은 무언가를 더 편리하고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 주는 마음이라는 걸 말이야. 너의 발걸음은 다시 힘차졌어.


이제 너는 ‘버려진 것들의 들판’을 건넜어. 그곳은 망가진 장난감, 낡은 가구, 녹슨 기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지. 한쪽 눈이 떨어진 곰 인형, 바퀴가 빠진 자동차, 화면이 깨진 텔레비전. 모두 한때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이제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이곳에 버려져 있었어. 그것들은 마치 “왜 우릴 버렸어? 우린 아직 여기에 있는데…” 하고 우는 것만 같았지. 너는 그 들판을 지나며 버려진 것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었어. 그것은 자연은 아니었지만, 그것들 역시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아파하는 온누리의 일부처럼 느껴졌단다.


마침내 너는 ‘슬픔 산’ 앞에 도착했어. 가까이서 본 산은 상상보다 훨씬 더 끔찍했지.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독한 냄새를 풍기는 화학 물질, 날카로운 쇠붙이들이 뒤섞여 거대한 상처처럼 보였어. 산에서는 끊임없이 “아파… 아파…”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 너는 두렵지 않았어. 너는 한 걸음, 한 걸음, 아픈 산을 올랐어. 마침내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너는 그곳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손에 소중히 쥐고 있던 ‘심장 씨앗’을 조심스럽게 묻었어.


그리고는 그 위에 너의 작은 손을 얹었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너는 다른 한 손을 너의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댔어. “쿵쿵, 쿵쿵, 쿵쿵!” 너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었지. 바로 그때였어. 너는 땅에 댄 손바닥 아래에서도 똑같은 울림을 느꼈어. “쿵쿵, 쿵쿵, 쿵쿵!” 그건 바로 아픈 땅의 심장 소리, 깊이 잠든 온누리의 심장 소리였어! 네 심장과 땅의 심장이 똑같이 뛰고 있었던 거야!


그 순간, 너는 모든 것을 깨달았어. “나였구나! 이 아픈 산도, 숨 막힌 강도, 침묵의 숲도… 모두 나였어! 우리는 전부 하나였던 거야!” 그 깨달음과 함께, 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 그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어.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너무나 큰 사랑이 담긴 기쁨의 눈물이었지. 네 눈물이 심장 씨앗을 묻은 땅 위로 떨어지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


심장 씨앗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온 산을 뒤덮었어. 그러자 슬픔 산이 변화하기 시작했지. 썩은 비닐봉지는 수억 마리의 반짝이는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고, 낡은 플라스틱 병들은 저마다 예쁜 색깔의 꽃으로 피어났어. 녹슨 깡통들은 노래하는 종이 되어 맑은 소리를 냈고, 깨진 유리 조각들은 아침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났지. 슬픔 산은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어. 너의 사랑과 기억을 통해, 상처 입은 온누리의 일부가 다시 아름답게 태어난 거야!


그 치유의 빛은 강물처럼 흘러 ‘버려진 것들의 들판’과 ‘침묵의 숲’과 ‘숨 막힌 강’을 지나, 네가 떠나온 ‘회색 도시’까지 퍼져나갔어.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지. 뿌연 연기가 걷히고, 난생 처음 보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타났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지. 공장 주인은 굴뚝을 보며 미안함을 느꼈고, 운전하던 아저씨는 길가의 꽃을 보며 미소를 지었어. 아이들은 장난감을 함부로 버리는 대신, 고쳐서 친구에게 선물하기 시작했지. 사람들은 잊고 있던 기억, 바로 자신들이 온누리의 소중한 심장 조각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리기 시작한 거야.

사랑하는 꼬마 친구야, 이 세상이 지금 아픈 건,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야. 하지만 괜찮아. 세상에는 바로 너처럼 멋진 친구가 있으니까! 네가 길가의 작은 꽃 한 송이를 보고 미소 짓는 마음, 아파하는 친구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 따뜻한 마음이 바로 세상을 고치고 치유하는 위대한 마법이란다. 너는 온누리의 심장 조각이니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네가 걷는 이 땅, 네가 숨 쉬는 이 공기, 네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저 하늘의 구름 한 조각까지 모든 것이 온누리를 통해 너와 연결되어 있단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네 가슴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렴. “쿵쿵! 쿵쿵!” 하고 들려오는 그 심장 소리. 그건 세상이 바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소리야. “사랑해, 나의 소중한 꼬마야! 너와 나는 영원히 하나야!” 하고 말이야. 그러니 언제나 활짝 웃으며 너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해주렴. 그 사랑의 마음이 바로 잠든 온누리를 깨우고, 아픈 세상을 다시 빛나게 하는 너만의 가장 특별하고 위대한 마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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