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탔다”
마라톤을 포기한 주자들을 위해 대기하던 버스였다.
발에 갑자기 심한 쥐가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인라인을 타고 러너를 살피는 빨간 복장의 구조요원이 있다.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준다.
구조요원은 잠시 내 다리를 살피더니,
쥐가 심하게 난 허벅지와 종아리를 바늘로 찔렀다.
응급 처치였다.
찌르는 순간보다,
더 이상 뛰지 말라는 말이 더 아팠다.
골인까지 9km가 남은 33km 지점이었다.
마라톤 인생에서 처음이었다는 사실은, 버스에 앉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거칠어진 호흡은 머리까지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들켜선 안 될 일을 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 이미 앉아 있는 러너들을 향해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복도 옆자리에 앉은 시니어 러너는 허벅지를 연신 주무르고 있었고,
앞자리의 젊은 러너는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 풍경은 유난히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열심히 뛰는 사람들, 그중에는 나와 무리를 지어 달렸던 동호회 러너들도 보였다.
뛰는 러너들이 이 버스를 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수족관?”
거기다 후송 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탔다고 바로 잠실 운동장을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후송 버스는 예전 총알택시 같았다.
사람이 차야만, 출발했다.
주로 뒤에서 슬로비디오처럼,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다.
신발 끈을 몇 번이나 다시 묶는다.
물병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내려놓는다.
창문에 이마를 살짝 대고 바깥 구경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핸드폰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마라톤 복장 그대로 어찌할 바 모르는 시간을 견뎌냈다.
활기찬 산악회 버스와는 달리, 이곳은 숨소리만 남아 있었다.
달릴 때는 땀이 났는데, 버스 안에서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식었다.
버스가 좌석이 채워지자 드디어 출발했다.
버스는 우리를 잠실 종합 운동장 입구에서 내려준다.
이 지점은 주로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응원하고 있는 그 부분이다.
버스에 내린 어떤 러너는 여기서부터 바로 골인 지점을 향해 뛰어갔다.
“나도 그럴까?”
어쩌면 지금 슬쩍 무리에 섞여 들어가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의 고통과 버스 안에서의 수치심을 '완주'라는 결과로 세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터벅터벅 기념품 주는 곳으로 걸어갔다.
완주하지 못한 나에게도 메달과 먹을 것을 건넸다.
그 메달은, 완주보다 오래 손에 남았다.
나보다 더 오래 서 있었던 사람들은 가족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달리는 법이 조금 달라졌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게 되었고,
속도를 낮추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완주보다 중요한 건, 멈춰야만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멈추는 법을 배웠고,
그 덕분에
아직도 호흡하고 있다.
202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