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협착증, 달리기를 멈추자 찾아온 불청객

달리기가 병을 만들었을까?

by 플레이런너


글을 쓴다는 일은 결국 앉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내게 그 앉는 일이 가장 고통스럽다.

출근 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조차 이제는 꽤 불편하다.

그럴 때면 다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 뒤 다시 앉는다.

통증이 심한 날엔 정릉천변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한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엉덩이를 살살 문질러 근육을 달랜다.

이러기를 반복하며 한 줄 한 줄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왜 엉덩이가 아픈 것일까?

병원에서는 대개 이렇게 말한다.

“장기간 마라톤으로 인해 신경이 눌렸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체중의 두세 배에 달하는 충격을 요추에 전달하고, 그 반복된 압력이 디스크를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사는 덧붙인다.

한마디로 ‘과사용’이다.

장거리 달리기로 후관절 스트레스가 증가해 척추가 빠르게 노화되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의 냉정한 진단과 상관없이, 내게는 달리기로 인해 기적처럼 잠을 이룬 사건이 있었다.

군대 시절 무거운 돌을 들다 허리를 삐끗한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편히 누워 잠들지 못했다.

결혼 후에도 베개를 높이 쌓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 깨는 것이 일상이었다. 보통 새벽 두세 시쯤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런 나를 바닥에 등 대고 눕게 한 것은 병원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달리기’였다.

달리기 덕분에 누워서 잔 첫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을 떴을 때 놀랍게도 아침이었고, 옆에서 자는 아내의 숨소리는 피아노 리듬처럼 흥겹게 들렸다. 허리도 좌우로 부드럽게 돌아갔다.


의사의 진단은 명확했지만, 내 몸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고 복잡했다.

허리에 좋다는 소문이 난 병원을 전전하며 물리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효과는 늘 이삼 일뿐이었다.


고통을 잊으려 술기운을 빌려 잠을 청하던 시절 대학 연극반 동기 소개로 마라톤을 만났다.

모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한 달리기는 처음엔 걷는 것보다 느리게 뛰었다.

마라톤 교본을 따라 운동장 두 바퀴 반, 1km를 뛰었다. 그다음 주부터는 보폭과 스피드는 그대로 둔 채, 운동장을 네 바퀴로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갔다.

처음 한 달은 두 바퀴에서 시작해 여섯 바퀴까지 늘렸다.

속도보다는 달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달리기를 이십여 년 뛰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요통은 현격히 줄었고 구부정했던 상체도 점차적으로 펴졌다.

코로나로 인해 달리기가 멈추기 전까지, 내게 척추협착증 증세는 남의 일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다시 나에게 묻는다.

척추협착증과 달리기는 어떤 관계일까?

달리기가 원인인가, 아니면 달리기가 병을 ‘지연시킨 것’인가?

문제는 충격인가, 아니면 ‘움직임의 부족’인가?

사람들은 묻는다. 달리기가 병을 만든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달리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훨씬 더 일찍 무너져 내리지 않았을까?

군대 시절 이미 금이 가 있던 내 허리의 서사를, 달리기는 근육과 활력으로 채워 나갔다.


달리기는 병의 원인이 아니라, 노화라는 피할 수 없는 파도를 늦춰준 방파제였다.

닳아 없어진 연골보다 더 귀한 것은, 달리기를 통해 얻은 '사람답게 자고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내 몸은 혹사보다 완전한 ‘멈춤’을 더 두려워했다.

그래서 나는 척추협착증을 이제 동반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달리기가 내 몸을 조금씩 닳게 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먼저 나를 일으켜 세운 쪽도 달리기였다.

나는 여전히 달리기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아쿠아로빅을 시작했다.

이젠 물 위에서 걷는다. 느리지만, 몸은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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