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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May 13. 2024

마장문학산책

마장 청계와 관련된 문학들을 소개합니다


지역은 어떻게 문화자원이 될까?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문학 속에 등장함으로써 지역의 새로운 가치가 발견되고 문화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효자동은 1980년대에는 안기부를 뜻하는 ‘안가’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효자동 이발사’라는 영화 덕분에 많이 알려지고 친근한 문화를 낳았다. 그렇다면 ‘마장동’을 알 수 있는 문학이나 영화 등은 과연 있을까? 생소하다면 지금부터 마장동 문학 산책을 함께 즐겨보자!


마장동에는 청계천이 흐른다. 문학 작품 속에서 마장동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은 주로 청계천이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 풍경’이나 이동철(본명 이철용)의 소설 ‘꼬방동네 사람들’, 최협의 ‘판자촌 일기’ 등은 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아낙들, 천막과 움막을 짓고 살다가 판자촌으로 이사하는 이야기, 하층민들의 삶과 일터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70~80년대 농촌을 떠나 이주 농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마장동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조해일의 소설 ‘왕십리’에 나오는 미나리꽝, 저탄장, 도축장, 미군 부대 등의 지명은 옛 마장동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장소이다. 저탄장으로 불리는 ‘대성연탄’ 왕십리 공장은 마장동에 1959년 설립되어 1일 50만 개 연탄 생산, 서민의 겨울 준비(쌀, 김장, 연탄)를 도왔는데 당시 검은 가루가 집집마다 날려 공장 부근에 살았던 마장동 주민들의 민원도 많이 발생시켰다. 결국 1992년에 폐쇄되었고 그 자리에 현재의 삼성아파트가 세워졌다. 당시 석탄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인 철길은 현재도 남아 있어 왕십리를 관통한다. 지금의 왕십리가 왜 교통의 중심이 되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주인공인 준태가 자주 가는 식당은 청계천 변에 있는 ‘대중옥’이라는 해장국집이다. 



이처럼 도축장과 함께 주변 산업도 발달해 온 마장동은 식문화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축산과 부산물을 이용한 식문화가 발달하고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생겨난 것이다. 설렁탕 원조라고 티브이에 나온 옥천옥, 청계천 지루인 용두천에 곰보추탕 등, 식당들이 즐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소설 ‘왕십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에는 마장동 대성연탄, 마장역 삼거리, 왕십리 제일교회, 상왕십역의 모텔 건물, 중국집 육합춘, 살곶이 다리와, 뚝방길, 대한통운의 통나무, 등이 영화에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주인공으로 신성일, 최불암, 김영애, 백일섭 등 당대 유명했던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김윤영의 장편소설 ‘타잔’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는 ‘마장동 김 씨’이다. 마장과 관련된 문학 작품 중에 가장 마장다운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유는 서민이 주인공인 점과 그가 일하는 곳이 한국인의 대표 푸줏간인 축산물시장이기 때문이다. 마장동에 인맥도 넘쳐난다. 그런 마장동 김 씨가 아내의 권유로 직업을 바꾸는 것도 마장답다. 개인적으로 내가 자기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한다. ‘안녕하세요. 마장동 김 씨입니다.’ ‘오늘도 마장동 김 씨는 마장동으로 출근합니다’.


김용운의 소설 ‘청계천 민들레’ 속에는 청계천 주변의 풍경과 생활상, 친구들과 함께 기동차를 타던 추억, 청계천의 다리와 골목길 이야기 등이 묘사되었다. 작가는 또한 마장동 동명초등학교 출신이라 추측된다. 동명초 묘사와 그 동네 뒷골목과 일제 강점기 주택 적산가옥이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마장동 사람들을 ‘마쟁이’이라고 불렀다는 근거가 이 소설에서 나와서 참으로 반갑다. 어려웠지만 함께 믿고 의지하며 공존하는 삶을 살아갔던 옛 모습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천운영 작 단편 소설 ‘숨’은 마장 축산물시장 상인들에게 교양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이유는 이 소설은 마치 우리네 어머니가 등장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내가 다쳤을 때 약보다는 상처에 된장을 발라주시고 고기를 사주셨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런데 소설 속 할머니 역시 ‘모든 병을 육식으로 치료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빈혈기가 있다 싶으면 생간을 찾는다. 무릎이 시큰거릴 때 우족이나 스지를 고아 먹으면 씻은 듯이 낫는다. 속이 편치 못할 때는 소화제보다 된장을 풀어 끓인 내장탕을 먹는다. 감기 때는 허파를 즐겨 먹는다.’라고 소설에는 묘사되고 있다. 


KBS 1TV 일일드라마 “기막힌 유산”에서는 주인공이자 열혈 가장으로 공계옥(강세정)이 등장하는데 직업이 마장동에서 일하는 ‘초보 정육사’이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니 마장동 하면 축산물시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KBS 드라마 “달콤한 원수”에서도 마장동 ‘마녀 칼잡이’라 불리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발골 칼과 칼을 가는 야스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베테랑 정형사’로 그려져 첫 회부터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영화 또는 방송에서 마장동은 그저 부정적인 모습이나 잠깐 스치는 정도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연 주연감으로 많이 유명해진 모습이다. 그것이 오늘날 시대를 겪어 오면서 바뀐 마장의 위상을 잘 설명해 준다고 본다. 지역 문화자원과 함께 성장하는 마장이 새롭게 펼쳐갈 내일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마장은 우리들이 근대와 현대의 삶을 일구어온 터전이기도 했다. 시대적 변화 이래 문화적 충돌을 겪기도 하고 다양한 일들로 모인 주민들은 토착민으로서 시대에 순응하며 주변 환경에 따라 역동적인 삶을 살아갔다. 장소와 역사성이 강한 마장동을 배경으로 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 시대를 같이 공유하는 우리는 모두 마장 사람들, 마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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