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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May 13. 2024

마장축산물시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토박이가 본 마장축산물시장의 현재와 내일에 대한 진단

마장동은 김영진을 설명하고 포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브랜드이다. 마장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마장에서 살고 사업하고 있는 기본 뼈대가 있다. 또한 나에 하루 24시간이 상당수 마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장동은 성동구의 북쪽에 있는 동으로 조선왕조 태조가 무학대사와 함께 도읍의 터를 정하고자 지형을 살폈던 왕좌봉 터가 있고 일제강점기의 아교공장, 뚝섬유원지로 인력을 실어 날랐던 기동차, 소설 왕십리를 비롯한 여러 문학작품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근현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던 판자촌 등의 흔적이 서려 있는 지역이다. 


또한 마장에는 청계천이 있고 청계천 하류 1.6km가 흐르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축산물시장이 마장에 생겨났다. 지금은 마장 하면 축산물시장이요. 고기로 하면 마장을 떠올릴 만큼 마장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1963년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우성산업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옮겨왔고, 도축장 주변에 소의 내장과 돼지의 부산물을 판매하는 상점이 점차 늘어나면서 마장동 우시장(현재의 마장축산물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연간 방문 고객은 2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일 공급량이 우육 700두, 돈육 2,000두, 시장 연간 매출 규모도 2조 3,000억 원에 이를 정도의 대형 시장이다. 점포 수는 공식 집계가 2,000개에 이른다. 동마(경원선을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마장)에 위치한 축산물시장은 날로 점포 수가 증가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주변의 서마(경원선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한 마장), 청계천, 도선동, 홍익동, 왕십리 동까지 축산 점포가 퍼지고 있다. 마장축산물시장은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행사하고 있다. 또한 마장동 주민의 상당수는 직·간접적으로 마장축산물시장과 관련이 있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는 우시장(축산물시장 전신)으로 장을 보러 가셨다. 당시 우리 집의 고기 사는 일은 무조건 마장동 우시장에서 이루어졌다. 한두 시간 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나는 짐 자전거를 끌고 시장으로 가곤 했다. 어머니가 사놓으신 선지, 천엽, 수구레, 내장, 양지, 고기 등을 자전거에 싣고 오기 위해서였다. 그곳으로 심부름 가면 어머니는 항상 맛난 샌드위치를 사주셨다. 그 맛에 나는 우시장 심부름을 좋아했다. 1998년쯤부터 나는 운동으로 마라톤을 즐겼다. 처음엔 혼자서 뛰다가 가까운 청계천을 주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을 만들어 동호인들과 함께 달렸다. 고산자로에서 출발하여 동호대교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청화주(청계천에서 화요일마다 달리는 사람들)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꽤 오래 지속되었다. 달리기가 끝나면 뒤풀이로 마장동 현대아파트 상가에 있는 고기 식당에 가곤 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 중에는 달리기보다 뒤풀이 고기가 생각나서 온다는 달림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 덕인지 달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났다. 몇 년 전 sbs‘생활경제’ 시사 프로그램에 마장동 토박이라는 주제로 내가 출연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마무리에 먹자골목의 자주 가는 식당에서 장인 장모님과 함께 맛나게 고기를 먹는 장면을 찍었었다. 마장동 토박이가 소개하는 맛집이었다. 공중파 방송 출연과 내가 소개한 덕택에 먹자골목의 식당을 그 후 참으로 많이 가게 되었다. 나에게는 이런 추억이 물씬 묻어나는 시장이었다. 


시장은 언젠가부터 상인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마장동이 발전하고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고 상생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밴치마킹으로 성수동 모델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마, 용, 성이라는 말속에 성은 성동을 일컫고 특히 성수동이라 할 수 있다. 낡고 혐오시설이라 인식되었던 공장지대가 카페와 문화 시설로 탈바꿈하면서 천지개벽이 이루어진 듯 사람들이 몰리고 전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그 이유를 서울숲 조성, 성수도시재생의 영향, 카페 활성화 등이 작용했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성수지식 산업센터’의 자연스러운 안착이 오늘의 성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초기 성수지식 산업센터는 센터별로 벤처기업, 바이오, IT, 등으로 분류해서 나름의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이제는 수천 개의 중소기업이 성수로 들어왔다. 그래서 유동 인구가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각종 문화 편의 시설과 인프라가 생겨나고 있다.


마장축산물시장도 현재 난립하여 있는 점포들을 정비해서 “마장축산산업센터”같은 축산타워를 만들어 입주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성수지식 산업센터처럼 입주기업에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세금혜택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우선 서울시와 성동구의 대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미시적인 접근이 아닌 거시적인 안목으로 시장에 미래를 두 기관이 함께 설계해야 한다.


외형적으로 거대해진 마장축산물시장은 반세기 넘게 마장동의 자리를 지키며 성장해 왔다.


지금까지는 시장 구성원들이 시장만 바라보고 나아갔다면 이제부터는 지역과 주민에게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이 과제이다. 



마장축산물시장 고객센터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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