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주의자의 욕망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by 바람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 부부가 있다. 부부 둘 다 취미가 '캠핑'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달에 두세 번은 캠핑장에서 주말을 보낸다. 심지어 그들은 서울과 울산에 각각 떨어져 사는 주말 부부다. 한 달에 보낼 수 있는 주말 네 번을 서로의 집으로 왕래하는 날보다 캠핑장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다.


캠핑의 세계를 전혀 모르지만 그들이 캠핑에 진심이라는 것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들은 요즘 유행한다는 감성 캠핑이나 럭셔리 캠핑 등 보이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쉼을 좋아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그늘막을 만들고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 나에겐 재미없고 지루해 보이는데 그들의 장소엔 내내 웃음이 넘친다. 설치 후에도 자신들의 집인 양 깔끔하고 정갈하게 관리한다.


그들의 초대에 우리 집도 자리 하나를 예약하고 몇 번 쓰지 않은 텐트를 챙겨 2박 3일을 함께 보낸 적이 있다. 캠핑용 조명이나 작은 컵 하나로도 정답게 이야기하는 부부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친구는 자신들이 캠핑에 진심이라며 자연 속에서 숨 쉬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 게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넌 뭐에 진심이니?"라고 물었다.





'넌 뭐에 진심이니?'라는 친구의 질문에 신해철이 불렀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 보고 싶은

그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이 노랫말의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람마다 크게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 누구는 취업, 어떤 이는 아름다움, 부동산, 지위와 명예 또 누군가는 지구의 환경과 평화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전부를 걸어 이루고 싶은 게 있었냐고 묻는다면? 십 대 때는 대학 진학을, 이십 대에는 취업과 사랑을, 삼십 대에는 난임부부였지만 아기를 원했다. 그 당시 나의 전부를 걸었는지를 자신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한다.


다른 한 편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좌절하고만 있거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길을 모색하거나 차선의 선택을 하여 그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가 꿈꾸는 대로 살지는 않는다. 진짜로 원하는 걸 이뤄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꿈꿨던 삶이 아니더라도 삶의 만족도가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말미에 항상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를 보내왔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나의 편안함, 평온함과 더불어 상대의 편안함과 평온함이다. 나와 상대의 일상에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아무쪼록 평화롭고 아늑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그렇게 전했다. 지금의 나는, 내 전부를 걸어 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안녕이다.


그러다 문득 어떤 분은 평온한 하루보다 흥미진진하고 모험 가득한 하루를 원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하루를, 어떤 분은 열정이 넘치는 정열적인 하루를 원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이 바라는 하루에 나의 바람을 더하고 싶다. 모든 작업과 활동이 끝난 후에 오는 마음의 평온을 바란다. 그게 나의 진심이고 그게 나의 욕망이다.





평소에 나는 가전제품이나 인테리어 소품, 가방이나 옷, 화장품이나 액세서리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집에 놀러 오는 지인들도 집이 콘도 같다며 나를 미니멀리스트라고 얘기한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겠다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알맞은 물건들이 적당한 자리에서 제 기능에 충실한 게 좋다. 남의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관심 없고, 작지만 고민하고 선택한 내 것을 소중하게 아낀다.


남편은 욕구나 욕망이 별로 없는 내게 비구니나 수녀가 어울렸을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지내면서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기도하는 일은 어쩌면 나의 천직일 수 있겠다며 크게 공감하고 웃었다. 잠깐 동안은 진지하게 그 일이 참 행복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삭발한 나를 상상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40대의 아줌마는 평온한 시간과 공간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시간을 갖기 위해 평온하지 않은 일들도 해야 하고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을 안다. 누군가의 고단함과 정성, 더러는 희생이 녹아있기에 평온한 시간은 그래서 더 귀하고 값지다.


삶이 늘 평온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내가 바라는 건 고되고 힘든 날이 있더라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과 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굳은 신뢰가 있는 평온한 상태, 그게 나의 욕망이다.



지금

어떤 상황을

보내고 계시더라도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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