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엄마

외동이니까 최고를?

by 바람


롯데월드에서 퍼레이드를 보신 적이 있나요? 퍼레이드의 단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옷을 입고 흥겨운 춤을 추며 테마파크에 온 사람들이 축제의 기분을 느끼도록 흥을 돋워줍니다.


방학을 맞아 딸아이와 친구, 친구의 엄마와 저까지 네 명이 롯데월드에서 그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퍼레이드 단원들이 춤추며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컨셉의 차가 지나가는데, 그 차에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공주님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이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벤트에서 선정되거나 사연 신청으로 뽑힌 아동인 줄 알았는데, 친구 엄마 말로는 20~5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하나면 해줬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하나라도 다 해 줄 수는 없어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아이의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이가 하나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퍼레이드 차를 태울 것인가 말 것인가는 아이가 간절히 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지, 아이가 한 명이냐 둘이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마 그 엄마도 하나의 아이가 간절히 원하면 해줄 거라는 의도의 말이었을 것입니다. 이 말에는 사회에서 바라보는 '외동을 둔 부모'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녹아있습니다. 외동의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것이라는 '오해'말이죠. 당연히 아이가 둘셋 인 가정의 아이들보다 외동이 누리는 경제적 혜택이 클 수는 있겠지만, 외동이라고 원하는 것을 뭐든지 누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어떤 부모들은 한 명의 아이에게 최선(정신적, 경제적)을 다하기 위해 외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늘면서 그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 부모들이 많기에 그런 오해가 이해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모든 외동의 부모가 그런 건 아닙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누리게 해주는 것은 가치관과 경제관념 등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한 차이지, 외동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외동이니 당연히 비싸고 좋은 것을 해주겠거니' 하는 오해에 최고를 선택하지 않은 내게 '외동인데 왜 부족하게 해줘?'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다 보면 '딸아이에 대한 내 사랑이 부족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영어 학원을 선택할 때도 "외동이니까 근방에서 제일 비싼 곳으로 가.", 아이 가방을 선택할 때도 "외동이니까 비싸고 좋은 걸로 해줘." 심지어 예방 주사를 맞을 때도 "외동이니까 무료 말고 제일 비싼 거로 맞아."라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많은 분들의 충고는 듣지만 선택은 아이와 저의 몫이기에, 영어학원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곳으로 선택했고, 가방은 아이가 원하는 색감과 디자인의 것을 스스로 선택했고, 예방 주사는 국가에서 해주는 무료로 맞췄습니다.


이런 저는 '유별나다.'는 이야기도 들어봤고 '애 셋 엄마 같다.'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여유 있게 자라지 못해서 아이에게 풍요롭게 해주지 못한다는 건 인정합니다. 아이가 원해도 경제적 실리를 따져 다른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주지 못한 적도 많습니다. 아이가 하나임에도 최고로 좋은 걸 해주지 않는 게 유별나다면, 전 유별난 엄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명품 옷을 입히고 비싼 학원을 보내는 게 사랑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건 제 사랑의 표현 방식은 아니거든요.




저는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생각도 없고, 최고로 좋은 것을 누리게 해 줄 능력도 없습니다. 설사 그럴 능력이 있더라도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아이는 언제고 내 품을 떠나서 혼자 살거나 가정을 꾸릴 텐데 언제까지 최고로 키울 수도 없습니다. 다양한 기준을 따져보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지, 돈을 선택의 최우선으로 두거나 최고만 원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아이 둘셋을 키워보지 못해서 단언할 수 없지만 '외동이니까 다 해줘야지'라는 말보다 '네가 원해도 고민해 보자.'를 이야기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외동이면 뭐든 걸 혼자 다 누렸을 거야. 외동이라 부모가 오냐오냐 키웠을 거야. 외동이라 버릇이 없을 거야.'라는 편견은 넣어 두셔도 좋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물어보기는 했습니다.




"퍼레이드의 컨셉차 타볼래?"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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