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짜리 수업의 가치
할머니 요가 선생님
우리 동네 주민센터 생활 프로그램 중 요가 수업이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대략 3년은 쉬었지만 올해 4월부터 다시 등록해서 다니고 있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곧바로 요가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시간이 알맞고, 집에서 5분 정도 거리라 위치도 좋고, 무엇보다 월 12회 정도의 수업료가 18000원 정도로 가격 부담이 전혀 없는 게 가장 좋았다. 1회 한 시간의 수업료가 1,500원 꼴이라니 수업의 질이 과연 어떻겠는가?
일단 요가 선생님은 70대의 할머니다. 5년 전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적잖게 당황했다. 그때도 할머니였다.(손주가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요가'와 '할머니'를 같은 범주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과연 오십여 명의 수강생을 가르칠 기술과 힘이 있으실까? 그런데 나의 편견과 달리 선생님은 힘이 넘치는 목소리, 유연한 요가 동작, 풍부한 건강 정보 등을 가진 (연세만 많으실 뿐) 멋진 '여성' 그 자체였다. 강의실을 꽉 채울 카리스마 못지않게 항상 기운이 좋으셔서 결강을 하신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시다.
멋진 몸과 요가 능력보다 더 놀라운 건 선생님의 말솜씨다. 단호할 때와 부드러울 때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말씀하신다.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하시고 웃으며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분명하게 전달하신다. 수업 전에는 수강생 한 명 한 명 찾아가 눈 맞춰 인사해 주시고 젊은 수강생에게 대우받으려 하지 않으신다. 49금 유머도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말씀하셔서 몸이 지친 순간에 활기도 더하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요가 시작과 끝 스트레칭 할 때 항상 자기 스스로에게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에게 감사하며 시작하는 아침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외침이 공허하지 않게 늘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길에 피는 들꽃. 비 오는 날의 공기, 비 오고 난 뒤의 반질반질한 나뭇잎, 친절한 이웃, 수강생의 작은 칭찬에도 진실한 마음 담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전하신다.
몸이 너무 무겁고 귀찮아서 요가하고 싶지 않은 날, 운동 후의 개운함을 알기에 억지로 몸을 주민센터 다목적실에 들이민다. 자전거를 타고 오신 선생님은 그날따라 수업 올 기대감에 설렜다고 말씀하셨다. 하루 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긍지와 만족감이 크다는 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우리 구에 있는 다른 주민센터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신다. 아주 오래된 자전거도 여러 번 고치고 고쳐 소중하게 타고 다니신다.
예전에 우쿨렐레를 배우러 다니는 길에 우연히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악기 가방임을 알아보시고 무언가를 배우는 게 좋다고 "잘하고 있다"며 나를 칭찬하시고 나이 들수록 취미가 많아야 된다며 본인도 색소폰을 몇 년 전부터 배운다고 하셨다. '아, 요가하는 분이 색소폰이라니' 또 한 번 나의 고정관념에 놀랐다. '나는 이토록 노인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구나. 70대도 재미있게 일하고 배우며 삶을 가꿀 수 있구나.' 새삼 선생님이 다시 한번 멋져 보였다. 나 역시 요가도 잘하고 우쿨렐레도 즐기고 글쓰기도 놓지 않는 멋진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다.
오늘 아침도 달콤한 휴식 대신 고단한 요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고단함이 감사함으로 바뀐다.
몸 쓰는 법을 배우러 간 수업에서 마음 쓰는 법을 배워 온다. 그게 1500원짜리 수업의 숨겨진 가치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