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뭣도 모르고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딸랑 세 편의 글을 쓴 후에는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히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분들의 재미있고 유익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글을 나의 글과 비교하는 실수를 한 달 내내 저지르고 있었던 거다. 이제 막 걷기를 시작한 아기가 단거리 육상 선수를 보고 기겁하며 걷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들의 고단한 훈련과 끊임없는 노력, 성공과 실패, 잦은 부상 등 물리적 고통과 자신과의 싸움에 들인 수많은 시간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빠른 뜀박질에 미리 겁을 먹고 한 걸음을 포기한 가여운 아기가 되어버렸다.
아기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며 걷기 시작하다가 제법 잘 걸으면 달리기 시작한다. 아기들이 육상선수를 목표로 걸음마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수십 번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고 엉덩방아를 찧어도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서 끝내 스스로 걷게 된다.
나는 그 지난한 과정을 간과한 채, 너무나 빠른 육상 선수들을 구경하느라 한 걸음 한 발짝도 딛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넘어지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서툰 걸음걸이를 숨기고 싶었다. 걷는 나에 집중하지 않고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집중했었다.
아가야, 일어나렴. 너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너의 성장을 도와줄 것이고 너의 세상을 넓혀 줄 것이고 너의 삶을 이끌어 줄 거야. 넘어져도 괜찮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가며 걸어보자. 빨리 달리거나 멋지게 뛰려 하지 말고 천천히 한 숨 한 숨 쉬어가며 걷자. 꽃도 나무도 바라보고 바람 소리도 느끼렴. 계절의 향기도 맡아보고 밤에는 이름만큼 예쁜 별도 찾아보렴. 멀리 뛰어가는 이에게 있는 힘껏 박수치고, 함께 걷는 친구와 손잡아가며 웃으며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