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하철, 우리가 달리는 온기
박순동
차가운 겨울 냉기가 소리없이 스며드는 외투 깃을 여미며 내려선 계단 끝, 그곳엔 계절을 잊은 듯한 눅눅하고도 다정한 공기가 부풀어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어깨 위로 하루의 피로가 얹혀 있지만, 서로의 살을 맞대며 모여드는 이 좁은 공간은 역설적이게도 오늘 중 가장 포근한 품이 됩니다.
차창 밖은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어둠이 속도를 내며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돌아와 비로소 하나의 커다란 온기를 이룹니다. 이 온화한 저녁의 빛깔은 당신과 내가 약속한 내일의 밝은 안부를 닮았습니다.
차가운 철로 위를 구르는 바퀴 소리가 규칙적인 심장 박동처럼 들려올 때, 나는 당신과 함께 맞이할 그 빛나는 저녁을 기다리며 묵묵히 어둠의 겨울을 가로질러 달립니다. 비록 창밖은 시린 겨울일지라도, 우리를 태운 이 열차 안은 이미 봄을 향해 예열 중인 어느 따뜻한 방 안과 같습니다.
26. 1. 8. 저녁 6시 39분 순동. 퇴근행 지하철에서 겨울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