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서사 07] 겨울 바다, 수평선에 걸린 안부
[겨울의 서사 07] 겨울 바다, 수평선에 걸린 안부
박순동
들뜬 소리들이 눈발에 지워진 겨울의 가장 낮은 자리, 바다는 비로소 홀로 깊어져 온 몸으로 제 푸른 울음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기억들과 철 지난 미련들을 모두 해안선 밖으로 밀어낸 채, 오직 차가운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습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결은 지치지도 않고 모래사장에 새겨진 나의 비루한 그리움들을 씻어내면, 다시 시린 손가락으로 그 자리에 당신의 이름을 씁니다.
겨울 바다의 바람은 날카로운 면도날 같아서, 가슴속에 고여 있던 미련의 비계들을 단숨에 도려냅니다. 비워낼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무게입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 때,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그 서늘한 경계는 당신과 나 사이의 도달할 수 없는 거리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 찬 물결 밑에서도 물고기들은 유영하고, 보이지 않는 온류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요. 내 마음의 겨울 바다 역시, 차갑게 얼어붙은 듯 보여도, 당신을 향한 뜨거운 해류만은 멈추지 않고 순환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 시린 바다 끝에서, 수평선 너머로 닿지 않을 안부 하나를 띄워 보냅니다.
26.1.25. 순동. 겨울 바다를 보며 그리움의 깊이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