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 골목, 전신주에 핀 달빛 꽃

by 박순동

미아동 골목, 전신주에 핀 달빛 꽃

박순동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귀갓길,

미아동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보름달이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고즈넉한 골목 어귀까지 나를 따라온 달빛은

어느새 미아동 언덕 위 전신주 끝에 턱하니 걸려 있습니다.

사각의 전신주에 얽히고설킨 검은 전신줄들은

마치 이 동네가 간직한 수많은 삶의 이야기 같습니다.

그 촘촘한 줄 사이로 보름달은 도망가지도 않은 채

활짝 웃으며 정겨운 동네의 얼굴을 하나하나 비춰줍니다.

차가운 전신주가 달을 에워싸 안은 것인지,

환한 달이 무심한 전신줄을 보듬고 있는 것인지.

미아동 골목 구석구석, 달빛이 닿는 곳마다

시린 공기는 가라앉고 따스한 온기가 가득 차오릅니다.

활짝 웃는 저 보름달을 미아동이 온 마음으로 반기니,

집으로 가는 이 길은 더없이 밝고 아늑합니다.

오늘 밤, 미아동 전신주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보름달 꽃 하나가 활짝 피어 있습니다.


26. 1. 30. 순동. 보름달이 비춰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