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앓이 4
박순동
너 없는 봄은
왜 이토록 화사한지
피지 말아야 할 꽃들이
모두 너를 닮았다
걷는 길마다
함께 걷던 기억이 흘러넘치고
햇살에 젖은 공기 속엔
네 목소리 비슷한 바람이 분다
사소한 것들이
모두 그리움이 된다
네가 좋아하던 음악,
네가 웃던 카페 창가,
네가 멀어지던 그날의 오후까지
떠난 건 너인데
남은 건 왜 나뿐인지
미련은 자꾸만
시간을 되감기하려 해
봄이 와도,
나는 겨울 끝에 서 있다
마르지 않은 눈물처럼
가슴속 어딘가, 너는 여전히 맴돈다
이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
꽃이 지고 또 피어도
나는 아직 너의 계절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한 채
그리움에 물든 봄이
또 한 번 지나간다
아프지 않게 웃던 너를
아프게 견디며, 나는
조용히 봄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