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걱정되어 티나에게 물었어.
“응, 뜸부기 깃털이 어떻게 됐는지 봐.”
티나가 날개를 좍 폈을 때, 누군가 다가왔어.
호드였어.
“어머나, 너무 멋져! 이런 날개는 처음 봐.”
깜짝 놀란 티나가 날개를 오므리며 노려보았단다.
“괜찮아, 호드야. 라바 필드 할머니 동네에 사는 친구야.”
“난 처음 보는데?”
티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지.
“네 아버지 묘석에 디기탈리스를 두고 가는 주인공이라면, 처음 본다고 하지 않겠지?”
“뭐라고? 네가 여우 장갑을 놓고 가는······.”
그제야 티나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어.
“누군지 궁금했는데, 너였구나. 고마워!”
다정한 미소를 띤 티나가 호드에게 다시 물었어.
“그런데, 우리 아빠를 어떻게 알아?”
“한때는 나도 카트린 할머니 집에 자주 들렀지, 그때, 너희 아빠를 만났거든. 점잖고 무척 다정했단다.”
“그렇구나, 우리 지금 카트린 할머니 댁에 갈 건데 너도 갈래?”
그런데, 호드는 볼 일이 있다면서 손사래를 쳤어. 나는 아쉬워서 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단다.
“음, 저게 뭐지?”
호드 치마 단 아래에 꼬리 같은 것이 붙어 있었어.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하얀 속치마에 꼬리가 질질 끌리는 것 같았지. 호드는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단다.
“호드!”
쫓아가면서 불렀어. 호드가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답게 보였으면 하는 내 마음이 컸단다.
“호드, 치마 끝에 뭔가 묻어 있어.”
깜짝 놀란 호드가 재빨리 치마를 내리며 날 보고 웃었어.
“고마워, 길산!”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호드는 없었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티나에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지.
“카트린 할머니!”
티나 엄마도 와있었어. 탁자 위에는 금테를 두른 책 한 권과 은저울이 놓여있었지. 하얀 레이스를 덮은 탁자 앞에 모두 둘러앉았단다. 할머니가 티나의 날개에서 조심스럽게 뽑은 깃털을 탁자 위에 놓으니 방 안이 환해졌어. 뜸부기 날개는 깃털 하나 다치지 않았단다. 나는 두 손을 모았어. 그때, 브로가 아기가 된 엄마를 안고 문 앞에 서 있었어.
“이리 와 앉아.”
할머니는 아기를 받아서 침대에 놓고는 브로를 보았어.
“위험을 무릅쓰고, 티나와 길산이 뜸부기 깃털을 구해 왔구나.”
브로는 할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하고, 우리를 보고도 활짝 웃었어.
“정말 고마워.”
나는 웃어주었는데, 티나는 두 팔을 깍지 낀 채, 아기만 보고 있었지.
“여기 양심 저울이 있어. 엄마를 되돌리려면 먼저 양심의 책에 쓴 글귀를 읽어봐.”
브로는 조심스럽게 금테를 두른 책장을 넘겼단다.
나는 물을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나는 헛된 장난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지킬 수 있겠니?”
“그럼요, 할머니! 이미 잘 지키고 있답니다.”
브로는 힘차게 대답했어.
“모든 걸 뉘우치고, 결심한 네 양심을 저울에 달아보자.”
브로는 탁자 앞으로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지. 은저울 왼쪽에는 뜸부기 깃털이 빛나고 있었어.
“자, 오른손을 오른쪽 저울 위에 올려라.”
브로는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섣불리 손을 올리지 못하고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어.
“네 손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아직 네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거야.”
내가 봐도 브로의 손이 깃털보다 훨씬 무거워 보였어. 걱정된 나는 할머니에게 물었지.
“할머니, 브로 엄마를 되돌리는데 왜 브로의 양심을 달아야 해요?”
“브로가 원한 것이니, 브로의 양심부터 재봐야지.”
“브로의 손이 훨씬 무거울 것 같은데······.”
할머니는 내 말을 툭 잘랐어.
“그야, 모르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니까.”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던 브로가 오른손을 살짝 저울 위에 올렸지. 모두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어. 저울 눈금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하더니 영점에 딱 멈췄어. 그때, 뜸부기 깃털에서 여태 보지 못한 찬란한 빛줄기가 브로 가슴속으로 들어갔단다.
“휴!”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어.
“다행이구나. 그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소문이 뜬 것이 아니었네.”
브로가 일어서서 아기가 된 엄마를 안고 탁자 앞에 앉았어. 아기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웃음으로 보여주는 듯했어. 너무 귀여워 금발 머리를 살짝 만져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지. 엄마를 안은 브로는 양심의 책장에 있는 글귀를 다시 읊었단다.
나는 물을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나는 헛된 장난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다.
욕심이라는 단어에 힘주어 읽는 브로를 보고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어. 아기 브로 엄마의 눈이 반짝거리며 방실방실 웃었단다. 할머니가 아기의 포동포동한 손을 오른쪽 저울 위에 가만히 올렸어. 아기 손은 깃털보다 훨씬 가벼워 영점에도 미치지 못했어. 할머니는 뜸부기 깃축을 잡고 아기의 금발 머리 위에 서너 번 흔들었단다. 아기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팔과 다리가 자라더니 드디어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브로 엄마가 사방을 살피고 있을 때, 황금 깃털은 열려있는 문으로 날아가 버렸어.
나는 깃털을 따라 나갔단다. 사라져 버린 하늘 저편에 거꾸로 핀 무지개가 보였어. 라바 필드가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어. 너무 아름다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