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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05. 2023

아고똥하니 여여하게 사는 이유

밀짚모자 쓴 남자 아고똥하니 촌스럽게

요즘 삭막한 회색도시의 일상에 지쳐서일까, 시골마을의 촌스러움을 체험하는 것도 신박한 모양이다. 예전부터 시골하면 은퇴 후 전원생활의 무대처럼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점차 시골도 빈집들이 늘어나 유령촌 같은 마을이 많은데, 다행히도 내가 사는 우리 마을은 살기 좋은 마을에 속하는 편이다. 개마고원 진안의 바람골 시원한 두메산골이다. 얼마 전부터 마을에 애견 민박집이랑 전원펜션이 생기더니, 2030세대들이 제법 눈에 띈 곳이 되었다. 

 이제는‘촌캉스’스타일이라면서 MZ세대들의 시골체험 여행지로 둔갑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른 아침부터 할매들이 즐겨 입던 헐렁한‘몸뻬’바지 차림에, 강아지와 산책하는 젊은 커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텃밭에서 따온 채소버무린 소박한 밥상, 처마에 앉아 부침개를 부치면서 막걸리 한잔에 ‘불멍’같은 휴식을 만끽하기 위한 이런저런 시골감성 여행이 붐인 탓일까? 아마도 삭막하고 성냥갑 같은 도심 속의 정감없는 아파트생활에 찌들린 탓이랴. 오히려 시골 특유의 촌스런 감성 스타일도 신박한 경험이겠지. 

“이런 게 시골 맛이지! 꼭 내가 원하던 나나랜드야. 한번쯤 촌스럽게 살아보고 싶었는데...”이런저런 촌캉스를 즐기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생활 십수년만에 직장의 노예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남들은 몰라도,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자 직장인의 내 모습이 자꾸만 노예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매주 다람쥐 쳇바퀴같이 반복되는 출퇴근 생활 속의 직장인 꼬락서니로 사는 게 싫어졌다. 직장이 더 안정적인 생계유지의 필수공간이지만, 뭔가 나만의 개성과 가치가 퇴색되어가는 곳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수년 전에 아파트생활을 청산하고 산골마을로 이사했다. 지금은 시골 텃밭농장을 일터 삼아 소소한 여여행을 즐기고 있다. 

 어차피 ‘인생은 한세상 딱 한번 소풍나온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남들 간섭없이 살고 싶은 것 아닐까? 성서에서도 말했지. “자유를 주었나니,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메지 말라”그리고, “공중의 새를 보라! 심거나 거두지도 않고 모아두지도 아니 하나니...”

 얼마전 유투브를 보다가 현대판 노동요를 듣게 되었다. 요즘 유행중인 보이그룹 부석순의 타이틀곡 <파이팅 해야지>같은 갓생 살기를 위한 새로운 ‘노동요’라는데, 왠지 모르게 그 가사가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파이팅 해야지 파이팅/아뿔싸 일어나야지 아침인데/눈감았다 뜨니 해가 중천인데/반복되는 하루에/시작이 되는 이노래/ 네옆에서 불러주겠어/힘내야지 뭐 어쩌겠어/파이팅해야지/파이팅해야지...” 

 아마도 요즘 세태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처럼 유쾌한 응원가로 들려왔기 때문이리라. 

 세상은 코로나처럼 여기저기 미처 돌아가지만, 산골에선 때때로 게미진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인지라. 시골이라 촌스럽다고 가벼이 여길 필요도 없다. 덩달아 이런 재미 저런 재미 쏠쏠하나니, 나만의 아고똥한 ‘게미별곡’이어라. 

 이젠 나도 밀짚모자 쓴 촌부가 된 이상, 응원가의 힘을 빌어서라도,‘아고똥하니 촌스럽게’촌티 뿜뿜 파이팅하며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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