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1. 사라진 것들
소풍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중간고사가 성큼 다가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시험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교시 답안지까지 제출하고 나자 피곤함이 밀려왔다.
곧장 집으로 가 눈을 붙일 생각이었으나, 서정이와 민주가 햄버거 하나씩만 먹고 가자며 붙잡았다. 하는 수 없이 둘에게 이끌려 매점으로 갔다.
교실에서 먹을 요량으로 가방은 책상 위에 두고 온 터였다. 우리는 햄버거 하나씩을 집어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같이 마실 콜라도 사서 반으로 들어왔다.
사회 선생님이 강조한 문제 대신 다른 게 나와 틀렸다는 서정이의 하소연을 배경음 삼아 햄버거를 씹어 삼켰다.
한참 떠들던 친구들이 이제 가자고 해서 가방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지퍼가 오른쪽 끝에 가 붙어 있었다. 나는 늘 지퍼 두 개를 정가운데에서 맞물려 닫는 습관이 있었다.
‘내가 피곤해서 잘못 닫았나?’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지퍼를 다시 가운데로 끌어당겨 맞추고는 어깨에 둘러메며 친구들 뒤를 따라 나왔다.
우리는 교문 앞에서 헤어졌다. 빨리 눕고만 싶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집에 도착했다.
가방을 바닥에 던지고 침대로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니 방 안은 이미 어두웠다. 불을 켜자 바닥에 내팽개쳐진 가방이 보였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과 노트를 모두 꺼냈다.
수학 문제집이 없었다.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까 학교에서 지퍼가 오른쪽 끝에 바짝 붙어 있었던 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 찝찝한 마음에 등교하자마자 책상 서랍과 사물함부터 뒤져보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문제만 푼 게 아니라 수업 시간에 그려놓은 낙서와 그림이 가득한 책이었다.
옆자리에서 틴트를 바르던 서정이에게 슬쩍 몸을 기울였다.
"서정아, 어제 우리 매점 갔을 때 말이야. 교실에 누구 남은 사람 있었어?"
"글쎄? 다들 가방 싸서 나가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근데 그건 왜?"
"아니, 그냥... 내 가방 지퍼가 오른쪽 끝으로 가 있길래. 나는 늘 가운데로 닫는데."
서정이가 거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에이, 시험 끝나고 정신없어서 네가 잘못 닫았겠지. 어제 너 반쯤 졸면서 나갔어."
'정말... 내가 피곤해서 잘못 닫은 건가?'
어쩔 수 없이 문구점에서 똑같은 것을 새로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