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버스정류장 옆에서 인도와 차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앉아 술병을 들고 악에 받친 고함을 지르시던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안전을 신경 쓰기 어려울 만큼 위태로워 보였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그 사람을 외면하고 피하기 바빴다.
나도 외면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혹여나 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자신의 안위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힘들게 만든 것일까.’
아마 그날은 그분의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온 버거운 하루였을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고함으로 자신의 버거움을 토해내고 있으셨을 수도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다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 전화에 그동안 쌓아온 일들이 다 무너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내와 자식이 있을 것이고 가장으로서 그분은 밖에서의 일을 티 내지 않으려 그렇게 울분을 토하고 있으셨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지나쳐지는 사람들의 불편한 행동들이 마냥 불편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중에는 정말로 성격이 못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순간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