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입으려던 청바지가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날 입었던 바지였다. 문득 처음 상경했을 때가 떠올랐다.
수요일에 상경해야지 가야지, 결정한 뒤로
목요일에 이력서를 전부 다 제출하고
금요일에 서울에서 면접 보고, 바로 합격하고
토요일에 다시 올라가서 살 집을 구하고
일요일에 이사를 왔다.
그때 서울은 기록적인 한파로 한창 추울 때였다. 본가에서 부친 짐이 아직 오지 않아서 서울에 입고 온 옷 그 상태로 그날 방에서 패딩을 덮고 잠들었던 게 생각난다.
일요일 저녁에는 내가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아끼는 친구가 집들이 선물이라며 노래방 분위기의 작지만 밝은 조명을 사다 줬는데 집에 진짜 아무것도 없다고 놀라워했었다. 둘 다 텅 빈 방에 쭈그려 앉아서 조명만 켜놓고 홈런볼을 먹으면서 얘기했었는데, 친구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전화를 받던 내가 서울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었다. 요즘에도 그 친구를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종종 한다. 다른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여 그 친구를 초대했을 때도 나보고 진짜 많이 성장했다며 ‘서울 처음 왔을 때 패딩만 달랑 입고 왔었는데.’ 하면서 그때를 회상했다.
그 청바지를 입을 때마다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가 이렇게나 많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