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미소김밥 제주투어 2

by 마음리본

제주, 다시 말아 올리는 마음들


제주도 두 번째 날,

배를 타고 싶다는 영태를 위해 가파도 유람선을 탔다.

파란 바다를 가르는 하얀 포말, 유람선의 어느 쪽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었다.

영태와 후엔, 정숙과 지완, 유나가 식구대로 배 앞쪽에서

둥글게 하트 모양을 만들며 가족사진을 찍었다.

"엄마, 우리도 찍어요!"

두식은 춘심의 팔 안쪽으로 손을 애매하게 집어넣고 있었다.

"에구, 살다 보니 아들이 사진도 찍자고 하네."

사진을 찍어주는 소이.

"에이, 두 사람 더 가까이 좀 붙어보세요. 자, 찍습니다!"

두식은 춘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와, 너무 보기 좋아요. 두 분. 진짜 가족 같아요."

두식은 부끄러웠지만, 엄마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기뻤다.

"그러고 보니 나만 가족이 없네요. 잉. 슬퍼라."

"언니, 화려한 솔로 몰라요? 지금 완전 너무 화려하고 예뻐요. 혼자 서 봐요. 내가 영상 찍어 줄 테니."

유나가 휴대폰 카메라를 또다시 들이민다.

"됐거든, 이제 방송은 그만 타고 싶다구. 사진만 찍어줘."

"에이, 내 모델하면 딱 좋은데. 아깝다."

유나는 휴대폰 사진 모드로 돌리며 아쉬워한다.


배 사진2.png



가파도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섬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빌려 타고 천천히 섬 구경을 나섰다.

"우와, 진짜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네요."

예쁜 벽화를 구경하며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청보리밭 꼭대기 카페에 도착.

카페 창문으로 보이는 가파도 청보리밭과 바다, 멀리 한라산까지

꼭 액자에 담긴 한 편의 수채화 같다.

"이 카페에서는 꼭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먹어줘야 한대요."

철두철미하고 똘똘한 영태는 미리 카페 정보까지 완벽하다.

"여기 앉아 있으니까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죠, 사장님?"

후엔이 창밖을 바라보며 두 손을 턱에 괴고 소녀가 된다.


가파도 아이스크림.png


한국 나이라면 아직도 결혼 안 할 나이. 후엔의 30년은 어떤 세월이었을까?

"그러게요. 후엔씨는 소녀가 되고. 저도 시름 한 자락 저 풍경 속에 던져두고 갈까 봐요."

지완은 정숙이 자신 때문에 안해도 될 맘고생을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내가 일찍 퇴직해서 당신 고생 많이 시켰지. 당신 좀 쉬어도 돼."

자신 때문에 갑자기 음식점 사장이 된 정숙에게 미안했다.

"무슨 당신 때문이야. 내가 당신 덕분에 그동안 편히 살았지. 일해보니까 남의 돈 버는 게 쉽지 않네.

다섯 식구 먹여 살리느라 당신도 고생 많았어요."


따스한 햇빛만큼 따스하고 다정한 말들,

제주도에서 미소김밥 식구들은 마음을 말아 올리고 있었다.


"자자, 힐링했으니 이제 배를 채워야겠죠?

우리 제주도 김밥 투어 하기로 했잖아요."

"너무 기대돼요. 맨 먼저 갈 곳은?"

춘심이 못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두식이 뜸을 들인다.

"두구두구두구, 바로바로 전복 김밥!"

"우와, 맛있겠다."


첫 번째 김밥 투어 – 전복 김밥

전복김밥.png

첫 목적지는 바닷가 근처 작은 분식집이었다.
하얀 접시에 담긴 전복 김밥은 전복과 두툼한 계란지단이

전복 내장밥에 둘러싸여 윤기가 돌았다.

버터에 볶은 통통한 전복이 김밥 위에 얹어져 있었다.
신선한 바다 향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와…”
정숙은 일단 냄새부터 맡았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쫀득한 전복의 탄력이 먼저 이에 닿고 뒤이어 고소함이 입안 전체로 퍼졌다.

“이건 씹는 식감부터가 다르네.”
지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태는 김밥을 들고 먹다가 눈이 동그래졌다.

“음~ 고소해. 이거 바다 맛 나.”

후엔은 웃었다.
“그게 전복이래. 오독오독 씹히는 게.”


두 번째 김밥 투어 - 해초 김밥


두 번째는 아름다운 해변이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곳에 가게가 있었다.

이곳엔 해초와 함께 무쳐낸 오징어먹물김밥, 꼬막김밥 등 더 메뉴가 다양했다.

"우와, 김밥이 한 입에 다 못 먹을 것 같애. 너무 크다."

소이는 커다란 김밥에 비해 작은 입을 아쉬워한다.

"아이디어가 참 좋네. 이렇게 만들 생각을 하다니."

춘심은 김밥 투어를 하며, 자신이 모르는 요리 세계가 있다는 데

감탄과 절망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근데, 이렇게 비싼 재료를 쓰면 맛은 있지만, 단가가 안 나오잖아.

김밥값이 너무 비싸면 사람들이 안 사지 않을까?"

춘심의 걱정과 달리 가게 안은 자리가 없어 테이크 아웃 손님들로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세 번째 김밥 – 당근 김밥

당근김밥.png

다음은 SNS에서 유명하다는 당근 김밥.
별 다를 것 없는 김밥 재료지만,

주황빛 당근이 꽃처럼 말려 있었고,
안에는 소스 하나 없이도 단맛이 꽉 차 있었다.

“색이 참 예쁘네.”
소이가 말했다.

"그러네. 여기는 우리랑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제주 당근이 싱싱해서 그런가?

더 맛있는 것 같네."

정숙은 김밥 투어 내내 분주히 메모했다.

재료가 단순할수록, 손이 더 정직해야 한다.

유나는 김밥을 한 입에 넣으며 말했다.

“엄마, 이건 단 거 안 넣었는데도 달아. 이거 꼭 엄마가 해 준 김밥 같아.”
“그건 재료가 좋고, 만든 사람 마음도 따뜻해서인가 봐..”

"엄마처럼?"

유나의 입가에 밥풀이 묻어 있었다.
정숙은 유나의 입을 휴지로 닦으며, 맑게 미소 지었다.


밤, 숙소에서


숙소에 돌아와 정숙은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불에 타고 남은 주방, 경찰 조사, 무너질 것 같던 마음.

그 모든 게 지금은 조금 멀어진 것 같았다.

지완이 관광지에서 구입한 녹차를 컵에 담아 따뜻한 물로 우려내고 있었다.

“여보”
“응?”
“가게는 다시 만들 수 있어. 근데 사람은… 이렇게 모이기 어렵잖아.”

"그러네. 내가 인복이 있나 봐."

"무슨, 당신 덕분이지. 당신이 그동안 좀 은혜를 베풀었어야지."

"그런가?"

열어둔 창문으로 제주의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정숙의 뺨을 간지럽혔다.

"은혜는 내가 입었지. 저렇게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들한테."

정숙은 다시 시작할 힘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 다음 주 수요일 21화에 계속 -

바닷가 차한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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