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화난 것 같아요"
하굣길, 아이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겨우 내뱉는 한마디.
"엄마, 우리 선생님 너무 무서워. 화난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부모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습니다.
'우리 애가 미움받나?', '선생님이 너무 엄한가?'
오만가지 생각에 당장 휴대폰을 꺼내 교사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어 궁금증을 해결하고 아이의 문제를 죄다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1. 아이가 느끼는 '무서움'의 실체
초등 저학년, 특히 1학년 아이들이 말하는 '무섭다'는 단어는 사실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목소리와의 첫 만남__
유치원에서는 "우리 OO이, 그랬어요~?" 하는 다정한 말투에 익숙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두 자리에 앉습니다!" 하는 단호하고 절제된 '공적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이는 이 생소한 목소리 톤을 '화남'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게다가 대체로 학기 초 담임 선생님들은 보다 평화로운 1년을 위해 일부러 단호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관찰자적 공포__
내가 혼난 게 아니라, 옆 친구가 복도에서 뛰다가 주의를 받는 모습만 보고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무섭게 소리 질렀어"라고 기억합니다.
규칙이라는 높은 벽__
집에서 내 마음대로 하던 습관이 '교실의 규칙'에 부딪힐 때, 그것으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생길 때 느끼는 당혹감을 무서움으로 표현하기도 하죠.
2. 부모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할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아이의 학교 적응은 더 힘들어집니다. 가장 최악의 선택은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무턱대고 담임교사에게 1:1 톡을 보내는 경우입니다. 그 외에도 다음의 2가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비난하기>
"선생님이 왜 무서워? 네가 뭘 잘못했겠지!"
아이는 이제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에 부모에 대한 서운함까지 더해져 입을 닫아버립니다.
<과잉보호하기>
"뭐? 선생님이 어떻게 하셨는데? 엄마가 내일 학교 갈까?"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염됩니다. 아이는 학교를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되고, 작은 문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3.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대화법
1단계 : 상황 판단하기
아이가 무서웠다고 느낀 상황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합니다. 아이들은 혼날까 봐 자신이 잘못한 행동은 얘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선생님이 말한 내용과 아이의 행동, 주변의 상황을 파악해 주세요.
2단계 : 아이의 감정 공감해 주기
"우리 OO이가 선생님 목소리가 커서 깜짝 놀랐구나? 긴장됐겠다."
-- 놀라고 무서운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세요.
3단계 : 이해 돕기
"그런데 선생님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아~ 친구들이 복도에서 뛰면 다칠까 봐 대장님처럼 힘 있게 말씀하신 거네. 선생님은 너희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분이니까."
-- 이렇게 선생님의 행동에 '긍정적인 이유'를 붙여주세요. 부모님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도 비로소 선생님의 단호함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4단계 : 해결방안 찾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두려움 없는 학교가 될까?"
-- 아이들은 이미 해결방안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물어봐주세요.
# 선생님의 비밀 노트
사실 교실 안에서 교사도 늘 고민합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면서도 어떻게 바른 습관을 잡아줄까?' 하고요. 선생님이 엄격하게 규칙을 가르치는 건, 아이가 사회라는 큰 바다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구명조끼를 입혀주는 과정입니다. 부모님이 그 구명조끼의 끈을 함께 조여주신다면, 아이는 훨씬 빨리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느낄 거예요.
선생님이 무서워요 vs 선생님이 좀 무섭게 혼내주세요
자주 가는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가 얼마 전 외동인 아들이 학교에 입학한다며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가끔 다른 친구를 때려서 불려 간 적이 있답니다. 학교 생활이 걱정이라며 좀 무서운 선생님이 확 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무섭게 잡아주는 선생님 별로 없다고 하니, 자기 아이는 무서운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더라고요. '아이구, 그러다가 그 담임 아동학대로 신고당해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목소리 톤만 강해도 무섭다고, 화냈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목소리 톤이나 눈빛 만으로는 영 행동이 통제가 안 되어 교실의 무법자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 교사들 사이에 6보다 더 무서운 1학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1학년은 기피학년이랍니다. 조그만 실수에도 훌쩍거리기 시작하는 유리멘털 아이들과 단체 생활에 필요한 자기 조절력이 턱없이 부족한 교실 무법자들 사이에서 교실은 금세 엉망이 되고, 교사는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는 아노미 상태에 빠집니다.
# 전문가의 조언
국내 최고의 자녀교육 임상심리전문가인 조선미 교수는 저서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에서 아이를 사랑한다면 좌절을 겪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좋은 행동을 하기 바란다면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좌절을 겪도록 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행동을 고치기 위한 작은 좌절이 나중에 올 수 있는 큰 좌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조선미 교수는 이를 '좌절 내구력 기르기'라고 명명합니다.
교실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면 좌절 내구력이 없는 아이들은 작은 좌절에도 스스로에게 분노합니다. 아주 작게는 색칠이 삐져나가기만 해도, 연필이 책상 아래 굴러 떨어지기만 해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책상을 치며 발을 구르기도 합니다. 좀 더 크게는 모둠 아이들이 내 말을 안 들어준다고, 함께 하는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가 나 다투거나 토라져 협력 활동에서 스스로 소외되기도 하지요. 많이 실패해 본 아이는 자신이 언제든 실패할 수 있지만,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실패에 대한 근육이 생깁니다.
혼나는 것도 일종의 작은 좌절, 실패에 해당합니다. 설마 내 아이만은 살아가면서 절대 좌절이나 실패를 경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선생님께 혼이 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다면 더 큰 혼남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야말로 실패가 허용되는 가장 안전한 장소니까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혼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큰 사회를 맞이할 연습을 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늘 내 아이가 좀 혼났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중요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 당연한 증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요즘 보통 사명감 아니고서는 혼내는 선생님 거의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