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5화. 안녕, 오삼남!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 기뻐!

by 마음리본

이 글은 소설 <착한 척하지 마, 오삼남 1권 - 1부, 2부> 연재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전 연재를 먼저 읽고 오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하게 재구성된 허구이며,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


전라남도 영암, 고향 땅에 봄이 왔다.

산수유꽃이 담장 위로 수줍게 피었고,

고샅길 풀밭엔 하얀 냉이꽃이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트럭 소리조차 햇살에 따듯이 감싸였다.


삼남은 옛집 앞에 섰다.

어릴 적, 엄마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던 곳.

늘 닫혀 있던 대문 앞,

그 앞에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작은 아이 하나.

그 아이는 울고 있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분홍색 멜빵 치마를 입고,

나만 없다고 울던 아이 손을 잡고 엄마가

장터로 데려가 사준 분홍 샌들을 신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우는 삼남이.png



삼남은 알아보았다.

그 아이는, 어릴 적 자신이었다. 늘 기다림 속에 살던 아이.


“엄마는 왜 맨날 일하러 갈까?”

“우리 땜에 또 힘들게 일하고 아프다고 하면 어쩌지?”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숙이던 아이.

삼남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작은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많이 외로웠지... 기다리는 게 참 힘들었겠다.”


아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삼남은 천천히 그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때, 분홍 샌들 신은 아이의 뒤편,

더 어린 아기가 있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겨우 옹알이 정도 하는 숱 많은 갓난아이.

아기는 허공에 대고 혼자 옹알거렸다.

그녀는 그 조그마한 생명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처음으로 말했다.

아기삼남이.jpg


“삼남아, 살아줘서 고마워.”
“네가 태어나서... 정말 기뻐.”
“네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해.”

아기 삼남을 안고 있는 큰 삼남이.png



말이 끝나자, 어딘가에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삼남의 깊은 속에서 오래도록 갇혀 있던 울음.

누군가에게는 당연했을 그 말.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말.

그 울음은 환호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환영받는 존재임을 확인받은

아기의 환호.


삼남은 두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작은 몸들이 자신의 가슴 안에서 따뜻하게 녹아들고 있었다.

자책도, 눈물도, 모든 후회도 함께.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그 아이들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그 아이들은 이제 삼남이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한때 버려진 것처럼 느껴졌던 아기,

존재를 증명하려 애썼던 소녀,

남들의 인정에 목말라 더 열심히 살았던 세월.

그 모든 삼남이를 이제는 온전히 품었다.


해는 느긋하게 기울고,

담장 위 매화꽃이 하얗게 지고 있었다.

바람은 부드러웠고, 하늘은 온통 봄빛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더는 울지 않았다.

더는 기다리지 않았다.

다만, 모든 삼남이와 함께,

이제 걷고 있었다.


삼남이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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