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에도, 신뢰가 담깁니다
예전에 한 재무실 출신 팀장님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팀장님께서 하셨던 말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나간 숫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한다.
비록 틀렸더라도 지켜야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 수 있었고,
당시엔 솔직히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틀린 숫자도 지켜야 한다고?’ 하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 말씀이 왜 나왔는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다루는 부서에서 숫자의 무게가 흔들리는 순간,
그 부서가 내는 앞으로의 모든 숫자에
신뢰가 실리지 않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최근에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주간 회의에서
본부장님께서 다른 회의 자료와 백업 자료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그 숫자를 관리하는 부서에게
‘숫자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작은 실수 이상의 여파를 남깁니다.
그 부서 입장에서는 잠시의 당황이나 부끄러움으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본부 전체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숫자가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숫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숫자와 완전히 무관한 부서란 없습니다.
다만, 숫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만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어떤 부서든,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든 숫자를
외부로 전달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하게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꺼내야 합니다.
‘처음 한두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하자’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업무에서 신뢰를 쌓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그 시작은 어쩌면 숫자 하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