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가 있으면 항상 거리뿐 아니라
지하철 안까지 시끄럽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있었는데,
객실 안에서 한 승객이 꽤 큰 소리로
자신의 정치 생각을 길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칸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고,
불편함이 고스란히 공기를 타고 전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 10여 년 전쯤, 저 역시도 젊은 열정에 정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뉴스를 챙겨 보며, 사무실에서도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이어갔죠. 그땐 제가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고, ‘정답’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뉴스 얘기를 나누던 중
마주 앉은 차장님께서 조심스럽게 다른 시각을 꺼내셨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저는 100% 확신하고 있던 주제였고,
당연히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 믿고 있었거든요.
그날 이후, 저는 회사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아, 세상엔 이렇게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 후로는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에서는 "모르겠어요",
"다 비슷하죠 뭐" 같은 중립적인 말로 선을 긋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정치나 종교처럼 민감한
주제는 쉽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도 그런 자리에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치 모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믿는 듯 이야기하시죠.
하지만 그건 오히려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힌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한 분이 떠오릅니다.
성실하고 따뜻한 분이라 생각했는데,
점심 식사 자리마다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그 자리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말보다 무서운 건, 반복되는 태도더군요.
세상에는 ‘샤이 보수’, ‘샤이 진보’라는 말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간직하고 사는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니까요.
조용히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