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8년 겨울. 수능을 마치고 대학 입학 원서
접수해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접수도 이메일도 없던 낭만의 시대였죠.
아마도 우편접수라는 방식이 있었을 텐데, 기간을
맞추지 못했던 저는 결국 직접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역에 도착해서 발권 창구에서 매표소 분께 "서울이요"
말씀드리고 무궁화 표 1장을 발권했습니다.
서울까지 거의 4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KTX가 생긴 이후로 무궁화를 타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때 그 무궁화 기차 안의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기차 내부 디자인과 붉었던 기차 시트 색깔,
그리고 카트에 먹을 것을 들고 다니시면서
파시는 역무원(?) 분들..
어릴 때 기차 탈 때는 기차에서 먹는 훈제오징어가
그렇게 좋았는지 매번 사달라고 해서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차가 북쪽으로 달리며 내가 익숙하지 않은
마을과 들판, 역들을 하나씩 지나갈 때,
마음 한편이 두근거렸습니다.
무언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턱에 선
기분이었달까요.
대전을 지나 나오던 역이름들
신탄진-조치원-천안-평택-오산..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접수 시간에 쫓겨서 서울역 도착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기사분께 빨리 가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아저씨 왈..."학생 ㅇㅇ에서 왔어요?"
이때만 생각하면 응답하라 1994 삼천포 상경할 때
장면이 어찌나 떠오르는지요..ㅎㅎ
대학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나올 때 학교
선배분들이었던 거 같은데..
밝게 웃어주시고 안내해 주시던 형/누나들의
모습을 보고 대학이라는 곳의 환상도 조금은
느끼고 왔습니다.
결국 이렇게 접수했던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이때의 너무나 설레던 마음의 이유 때문인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살고 있네요.
오늘 아침 그 여드름 고등학생이 혼자 올랐던 기차
모습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지금까지
생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야 촌놈 출세했네. 그래도 지금까지 코 베 간다는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산다고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