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눈을 기르고자 집어든 책. 외교는 큰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접어들기까지의 흐름을 한눈에 짚어 준다. 동시에 한국이 직면한 각종 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해법을 제공한다.
20년 넘게 방송기자로 일한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지 술술 읽힌다. 추천합니다.
2016년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을 뿐 강력한 권력을 갖진 못했다. 공화당과 행정부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기 후반의 2년은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겨 강한 견제를 받았다.
또,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 다른 정책을 펼쳤기에 공화당과 계속 충돌했다
- 전통적인 공화당은 이민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관세를 반대했는데,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를 주장했다.
두 번째 트럼프의 상황은 지난 1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는 공화당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 전국 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 트럼프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선출되었고, 2024년 공화당 강령은 트럼프의 비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후보의 96%가 예비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로 인해 MAGA 스쿼드가 크게 늘었다.
미국인의 삶은 경제성장 속도만큼 나아지지 못했다. 2024년에야 시간당 실질임금이 197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했다. 실질임금이 50년 전과 같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소득을 유지한 건 '맞벌이의 함정')
트럼프는 '중산층'과 '제조업'을 대변한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기업보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듯하다. 반대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 트럼프를 반기는 이가 없었다
(1)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빌 클린턴)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덕분에 이윤을 극대화했지만,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으로 옮겨가며 미국의 근로자들은 질 나쁜 일자리로 쫓겨났다. 물론 값싼 중국산 제조업 제품 덕분에 중산층의 삶이 잠깐 나아지는 듯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 자체가 파괴돼 삶의 질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산층, 특히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이 클린턴과 민주당에 분노한다.
(2) 불법 이민자에 대한 중산층의 반감
트럼프가 이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불법 이민자 지원책을 쏟아 냈다. 인건비를 낮추고 싶은 기업들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더 많은 이민자가 들어오기를 원했기 때문에 친기업적인 공화당 특성상 불법 이민자를 지원했다. 이는 세금을 내는 중산층 입장에서는 분노할 만한 일이었다. 불법 이민자가 몰려오며 일자리가 위협받고 임금이 깎인다는 불안, 치안에 대한 우려도 퍼졌다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이를 지키기 않을 경우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안보] 2023년 기준 미국을 제외한 나토 30개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모두 합쳐도 미국의 절반이 안 된다. 전체 방위비 지출의 2/3 이상을 미국 혼자 감당했다. 미국은 지리적으로 주변 적국이 없음에도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지출하며 유럽의 안보를 지켜주는데, 정작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유럽은 미국의 안보에 무임승차한 셈이다
[분쟁 해결] 미국은 나토 국가 간 분란이 생겼을 경우 막강한 권력으로 이를 조정해왔다. 가령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했을 때 미국이 문제를 해결했다. 나토는 과반 투표가 아니라 모든 회원국 동의를 얻는 일종의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는데, 그만큼 한두 나라만 어깃장을 놔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탈퇴한다면 나토 회원국이 각자의 국익을 추구하며 나토의 결집력이 약화되고, 이 틈을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 수 있다. 권위주의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관련 사안에 태클을 걸 수 있다.
(0) 미국 제조업 몰락의 역사
- 레이건 행정부 : 경쟁력 약화된 제조업 포기하고 금융과 서비스산업 위주로 개편
- 중국 WTO 가입 :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 옮기거나 중국에 위탁 생산
(1) 바이든 '기술패권'
- 미국 손해 줄이기 위해 정책 정교하게 구성 (ex HBM 메모리 기술 수준별로 하나씩 규제 검토)
-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한국, 대만, 독일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2) 트럼프는 '무역전쟁'+기술
- 거칠고 투박해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 수출 규제 (ex 전방위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
- 1기 때는 남의 나라 공장까지 탐내진 않고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위협하는 정도, 2기에 들어서는 남의 나라 기업까지 탐냄
다만 인력난이 심각한 문제.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제조업을 비용 절감 대상으로 여기며 고숙련 기술자들을 해고했기에 대부분 분야에서 생산 인력 자체가 실종됐다. 삼성전자, 폭스바겐, BMW 등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 놓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 인력도 없는 미국이 해외 공장 유치해놓고 제때 가동도 못 하면 생산 단가만 올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1) 무역 흑자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건 미중 패권 전쟁에서 미국을 택하며 대중국 무역 흑자가 크게 줄고 대미 무역 흑자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흑자는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고 있어 발생했다. 공장을 짓기 위한 장비와 설비, 중간재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게 수출로 잡힌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모두 한국의 무역 흑자로 잡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요구를 따르는 게 트럼프에게 더 거센 통상 압박을 받을 빌미를 제공한다.
(2)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는 관세보다도 위협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장 가장 큰 시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나중에 자생력을 가진 중국 반도체 기업의 거센 추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더불어 이 같은 규제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정치] 마오쩌둥 사망 이후 권력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 환경을 유지했지만, 시진핑 체제에서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이 폐지돼 법적으로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다. 집단 지도 체제가 와해되고 1인 통치 체제가 굳건해진 만큼 권력에 대한 집착이 커져 정치 문제를 경제보다 우선한다
->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반간첩법을 시행 중이다. 중국인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할 때, 혹은 외국인 친구와 SNS로 대화할 때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간첩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경제] 중국의 강력한 성장 동력은 인구였다. 그런데 생산 연령 인구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집단 지도 체제에서 시진핑 1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 경제 위기는 오롯이 시진핑 책임이기에 중국 내부 불만이 커지면 일부러 타국과 갈등을 유발해서라도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 할 수 있다.
-> 트럼프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중단 4개년 계획'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더라도 전쟁의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한 이유도 미국이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전부 미국과 친한 나라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선 섣불리 대만을 쳤다가 자칫 지리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크다.
[식량] 중국의 실제 식량 자급률은 76%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낮게 보는 수치는 67%까지다
[에너지] 중국의 석유 자급률은 최대 29%다. 나머지 70%는 수입한다. 그중 러시아/중앙아시아 수입이 20%, 중동 수입이 80% 정도다. 중동 석유를 가져오려면 믈라카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지나야 하는데, 이곳을 미국이 막으면 중국은 석유가 없어서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믈라카 해협 남쪽으로 우회하더라도 호주가 있다. 미국의 주요 군사동맹에 호주가 들어가는 이유다.
-> 따라서 중국은 그동안 온갖 방법으로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대안으로 선택한 게 미얀마다. 중국은 미얀마를 통해 가스와 석유를 수입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완공해뒀다.
-> 동시에 중국 영토 내에서 석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고 원전과 태양광, 수력,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과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운송용과 산업용 에너지의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면 남는 석유를 군사용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과 에너지를 고려할 때 대만 침공은 중국에게도 위험하다. 대신 네 단계의 작전이 가능하다.
(1) 혼란과 불안 야기
(2) 미국과 대만 간에 갈등 유발
(3) 군사적 위협 고조
(4) 2027년까지 사실상 대만 통제 : 대만인들은 중국과 싸우느니 하나의 중국이 낫겠다고 생각
-> 2027년 말 21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 회의에서 시진핑의 4기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대만을 실제 점령하지 못해도 친중으로 바꿔 놓는다면 충분한 명분이 생겨 연임할 수 있다.
->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TSMC 생산 설비가 파괴되고 TSMC의 주요 인력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는데, 이 작전으로 대만을 점령하면 중국은 TSMC 생산 설비와 기술력까지 흡수한다.
대만 해협은 한국의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한다. 에너지 공급망이자 물류망이다.
(1) 에너지 공급망
대만해협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99%가 지나오는 길목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중동에서 출발해 이곳을 통과한다. 전쟁이 난다면 이 해상 운송로가 막힐 수 있다
(2) 물류망
유럽과 중동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 선박은 대부분 대만 인근 해역을 지나가야 한다.
양안 전쟁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 및 물류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러시아 북쪽을 통과하는 북극항로다. 과거 북극 항로는 여름철 4개월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 가치가 낮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이 기간이 7개월로 늘어났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2030년에는 연중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크림반도 합병 이전] 러시아와 유럽연합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유럽은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었다. 유럽 연합은 러시아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였다.
[크림반도 합병] 2014년 우크라이나 땅이었던 크림반도에 러시아 특수 부대가 진입해 주요 시설을 장악하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96.8% 찬성으로 러시아에 합병됐다. 군대를 동원해 기습 점령하고 주민 투표를 실시한 건 국제법상 용납 불가능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제가 시작됐으나, 합병에 관여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이나 여행 금지 조치 등 미온적인 조치에 그쳤다. 정작 러시아의 돈줄인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천연가스나 원유를 더이상 값싸게 수입하지 못하면 유럽이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로 인해 유럽 경제가 막강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화학, 금속 등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문을 닫았다. 독일의 국민 기업인 폭스바겐마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에 있는 일부 공장의 문을 닫았다
-> 경제 제재를 당한 러시아보다 경제 제재를 가한 유럽(독일)의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천연가스가 남아돌았지만 수출할 곳을 찾지 못했는데, 러시아 가스관이 차례로 끊기며 유럽은 미국 천연가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로써 유럽은 러시아에서 끊긴 에너지를 미국으로 상당 부분 대체했지만, 값싸게 공급받던 천연가스가 사라지자 에너지 수입 가격이 크게 올랐다. 독일 등 유럽 제조 강국의 수출 경쟁력을 지켜주던 값싼 에너지가 사라지며 유럽의 몰락이 더욱 가속화할 위험이 커졌다.
미국이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상 전쟁에서 이길 거라 생각하지만, 조선업에선 기술력보다 생산력이 중요하다. 지상전과 달리 해전은 여러 방향에서 포격이 이뤄져야 유리하기 때문에 우수한 성능의 선박으로 구성된 소규모 함대보다 많은 함선을 보유한 대규모 함대가 유리하다. 더군다나 해전이 장기화할수록 침몰한 전투함을 신속히 대체하거나 손상된 전투함을 빠르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막강한 선박 건조 능력을 활용해 전투함을 수리하고 새로 건조하며 해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 조선 산업은 레이건 대통령, 중국의 WTO 가입으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더군다나 미국의 존스 액트(Jones Act)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항하는 상선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물론 전투함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를 미국으로 유치하려 한다.
2024년 세계 각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비교해 보면 중국(40%)이 1위, 한국(35%)이 2위, 일본(20%)이 3위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조선업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미국에 조선소를 짓는 경우 상당한 반대급부를 요청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우리나라가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보완해 주는 대신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cf) 미중 전력 차이를 만드는 건 핵추진잠수함이는 시각도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12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은 64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력도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아직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다만 중국이 2035년까지 핵추진잠수함 포함해 모두 80척의 잠수함 확보할 계획이다.
(1) 고령화 / 인구구조
1990년대 말부터 출산율이 하락해 고령화가 심해지며 혁신의 주체인 청년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새로운 혁신 기술이 부재하다. 유럽이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 R&D 예산
2023년 기준 유럽연합 전체 R&D 투자액은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또한 미국은 통합된 R&D 투자 관리가 가능하지만, 유럽은 개별 국가가 따로 연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미국은 첨단 혁신 개발에 몰두하는 반면, 유럽은 그나마 부족한 예산을 공정 개선이나 회원국 간 격차 해소에 쓴다.
(3) 규제
미국은 플랫폼 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촉발했지만, 유럽은 디지털 산업에 대한 규제로 일관했다. 이러한 방어적 정책으로 인해 청년들이 미국으로 떠나고, 유럽은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했다. 2024년 6월 기준 구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7.5%인데 유럽 점유율은 91%다. 미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파고들지만, 유럽은 새로운 기업의 도전 자체가 실종됐다. 구글이 본국인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단단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다.
(4) 달러 패권
통화 패권을 가진 미국은 위기 때마다 달러를 마구 찍어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반면 유로화는 패권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만큼 마음껏 돈을 찍어내지 못한다. 분명 금융 위기는 미국에서 일어났는데 미국은 위기를 금방 극복하고, 그 유탄을 맞은 유럽이 2009년 그리스 위기를 시작으로 2012년에 유로존 전체가 경기 침체를 겪었다.
-> 마크롱 대통령이 (1) R&D 지출 2배 확대 (2) 산업 규제 대폭 완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연방제도처럼 강력한 정부가 없어 한 나라가 혁신을 외치면 옆 나라가 발목을 잡는다. 가령 여전히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
중국 내수 시장이 엉망인 데도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재고 쌓기와 수출 밀어내기다
(1) 과잉생산
현재 중국 기업들은 아무리 재고가 넘쳐도 일단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더 많이 생산하고 창고에 더 많은 재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런 재고는 투자로 간주돼 GDP를 끌어 올린다. 재고를 쌓아 두고 생산하는 건 자본주의 경제에선 말도 안 되지만, 현재 중국은 일자리 감소가 우려돼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
(2) 헐값 밀어내기 수출
중국은 과잉 생산한 제조업 제품을 해외에 헐값 밀어내기로 수출한다. 철강, 배터리, 전기차 등에서 과잉 설비 만들어 놓고 정부 보조금이나 국영은행의 전폭적 지원으로 수출 단가를 인위적으로 낮춘다. 초저가 제품으로 주변국의 산업을 초토화시키는 셈이다.
(3) 과잉 설비 투자
철강, 알루미늄, 석유 화학, 태양광, LCD, 반도체 등이 중국이 과잉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일단 중국이 과잉 설비 투자를 한 업종은 전 세계가 초토화된 상황이다.
->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에 중국에 관세 장벽을 세우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 신질 생산력
중국이 새롭게 내세우는 산업 전략인 '신질 생산력'이란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 다른 나라의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생산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IT, AI, 항공우주, 신에너지 등이다. 전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면서 중국에 제조 설비를 수출하는 분야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중간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적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회복될 수 있지만, 신질 생산력의 최종 목표는 결국 한국에 대한 중간재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브렉시트는 오히려 영국 경제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2024년 7월 영국 곳곳에서 반난민 폭동이 일어난 이유다. 영국이 급속도로 가난해지면서 청년이 실업자로 내몰리자 그 분노가 외국인 이민자와 난민들에게 향한 것이다.
(1) 무역장벽 등 경제난
유럽 연합과 무역 장벽이 생기는 바람에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유럽 국가들이 영국을 공급망에서 아예 배제해 버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또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지역 본부를 영국에서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
(2) 이민자와 난민 폭증
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이민자와 난민이 폭증했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유럽연합 소속인 남유럽이나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도 많았는데, 브렉시트 이후에 이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갔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서 저임금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이미 경력을 쌓은 기성세대는 부족한 노동력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데 거부감이 없지만, 외국의 값싼 노동력과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은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크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 외국인 고용 허가제 등은 유럽처럼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 유럽의 좌우파 모두 이민에 관대한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유럽 청년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극우파 정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증가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에너지가 중요한 이유
1.석유 수입처(ex 중동)와 수입해오는 경로(ex 대만해협)가 위험해지고
2.무기 생산을 늘리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인구 다음으로 한 나라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럽이다. 2022년 러우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전기 요금이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무려 94%로 몰타에 이어 2위다. 한국은 막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지만, 생산설비가 아무리 뛰어나도 에너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지구 어디서든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에선 에너지 가격 변동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AI 패권 전쟁은 곧 에너지 패권 전쟁으로 바뀔 거다. 에너지가 무기가 되는 세상이 도래할 거다. 중동 지역 긴장이 전쟁으로 비화되면 에너지 패권 전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해 놓지 않는다면 AI 혁명에서 도태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송전망을 비롯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짜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망은 건설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면 태양광이든 원전이든 닥치는 대로 건설해도 모자랄 판인데, 모든 종류의 발전소 건설에 제동이 걸리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전력 대란이 올 것이 뻔하다.
-> 우리나라는 대형 발전소를 대부분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하게 되면 수도권까지 더 많은 전기를 끌어와야 하고, 그러려면 대규모의 추가 송전망이 필요하다. 수도권까지 연결되는 송전망을 제때 건설하지 않아 이미 건설된 발전소 중에서 가동을 멈추고 아예 놀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밀양에 송전탑을 세울 때 얼마나 큰 갈등을 유발했는지 기억할 거다. 그 당시 송전탑 하나 짓는 데 6년 넘게 걸렸다.
워런 버핏은 유가가 쌀 때 석유 관련주를 사뒀다가 유가가 급등할 때 차익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 워런 버핏은 계속 원유 주식에 투자할까.
(1)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지연 : 원래 유럽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적이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가난해지자 독일은 전기차 관련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이나 소비자 혜택을 줄였다. 게다가 물가마저 치솟자 유럽인들도 지금 당장 먹기살기 힘든데 환경 보호나 지구 미래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2) 전체 원유 공급량 정체 :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가 한계에 도달하며 원유 공급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러우 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며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업체가 생산량을 늘린 덕에 국제 유가가 안정됐지만, 그만큼 생산량 피크가 빨라졌다. 그럼에도 석유 회사들은 새로운 유전 개발에 소극적이다. 세계 각국이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나서니 유전 개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3) 군비 증강 : 전쟁이 자주 일어나니 너도나도 무기 생산을 늘린다. 무기를 생산할 때도, 훈련할 때도, 실제 전쟁에서도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자동차 만들 때는 에너지 효율성부터 따지지만 무기는 일단 싸워서 이겨야 하므로 연비는 후순위다. 따라서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질 수록 석유가 중요하다.
(4) AI 혁명 : AI혁명이 계속된다면 에너지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전력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AI 혁명의 승패는 누가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앞으로 AI 관련 또는 네트워크나 데이터 센터 관련 에너지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에 국가 채무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고, 그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나라 빚이 급증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는 재정 적자 폭을 줄이는 추세인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적자 폭이 팬데믹 때와 비교해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재정 적자가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경기 불황이나 금융 위기 때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출을 늘려 경제를 살려야 할 때가 있다. 재정 적자로 푼 돈으로 눈앞의 경제 위기를 넘겨 경제성장률이 회복된다면 정부가 위기 때 진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만약 정부가 천문학적인 빚을 졌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그 빚을 갚을 수 없게 된다면 재정적자는 기성 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처럼 인구 구조 자체가 붕괴돼 장기 불황으로 가는 상황에서는 재정 적자가 인구가 반토막 난 후세대의 부담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을 풀고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국인 순자산의 87%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순자산이란 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것을 뜻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고 집을 산 탓에 이런 황당한 수치가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부양책과 규제 완화, 특례 대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선 정치권이 외면한 주식 시장보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지원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사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매우 다르다. 부동산값은 아무리 올라도 대한민국 생산성이 올라가거나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증시가 활성화되면 엔젤 투자자들이 언제든 현금화(exit)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다. 또한 인수 합병이 활성화돼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대부분 증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늘 부동산에만 진심이었다. 그 결과 성실하게 일해서 근로 소득이나 사업 소득을 창출한 사람들보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훨씬 더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이 때문에 모두가 돈만 생기면 부동산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물론 개개인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폄하해선 안 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여러가지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라의 자금이 적절히 배분되도록 효율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 의무가 있다. 지금처럼 대부분 경제주체가 부동산으로 돈을 번다면 혁신은 사라지고 성장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에 전 재산이 묶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가계의 여윳돈이 사라져 내수 시장도 위축된다. 은퇴 세대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돈을 못 쓰고, 청년 세대는 소득 자체도 적고 미래가 불안해 돈을 쓸 여력이 없다. 결국 이렇게 내수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