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 스무디

by 시칠리아노

월요일 오전 1시간은 직장에서 드물게 자유로운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님의 주제곡을 듣고 있어요. 이 곡은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군요. 저는 새로 시작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는데도 꼭 해야 하는 일 외에는 시작도 시도도 안 하는 편입니다. 게을러요.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식당도, 길도, 음악도, 카페 메뉴도 항상 같은 것만을 찾는답니다.


집 앞에 메가커피가 있어요. 딸은 시킬 때마다 메뉴를 바꾸는데 저는 몇 년간 다른 메뉴를 시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오직 시럽을 뺀 요거트 스무디만 시키죠.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시시한 저의 얘기를 님은 궁금하다고 하셨으니 그냥 방출합니다.


오늘 아침은 행복합니다. 아직 연록과 봄꽃이 보이지 않으나 공기는 완연한 봄의 것입니다. 제 친구를 기억하시죠? 님이 귀엽다고 하셨던 그 친구요. 그 아이는 봄과 여름을 싫어해서 그 계절에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말이 없어서 온다 간다 말없이 왔다 가고 갔다 오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그리우면 한 여름에 잠깐 들렀다 다시 어디론가 가기도 하고요. 그 아이는 겨울 철새와 같습니다. 가을에 왔다가 겨울을 머물고 봄이 되면 떠나는. 다른 점이 있다면 여름에도 간혹 찾아온다는 것 정도.


귀 기울여 보세요. 나뭇가지에서 연록이 움트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꽃보다 더 예쁜 연록을 함께 볼 수 있겠지요. 각자 따로 보아도 같은 하늘 아래 있으니 함께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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